영화 <서울의 봄> 시사회 리뷰
김성수 감독의 신작 <서울의 봄>은 11월 22일 개봉 예정작으로 12.12 군사 반란과 서울의 봄을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군사 반란이 전개된 9시간의 긴박함을 다뤄 영화 속에 빠져들게 한다. 사건 자체가 큰 규모로 이루어져 있지만 영화는 인물과 인물 사이의 갈등을 표면에 드러내어 더욱 몰입감 있게 만든다. 끓어오르는 감정을 무작정 분출하지 않고 담담하면서도 담백하게 표현한다는 점이 특징적이며분노에서 끝나지 않는 영화의 어조가 인상 깊었다. 무엇보다 의도적으로 슬픔을 유도하기 위한 장면을 담아내지 않아서 좋았다.
끓어오르는 욕심
10·26 사태 이후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면서도 내부의 불안한 조짐에 혼란이 가중된다. 군 내부 조직은 이미 불법 사조직인 하나회가 접수하여 그를 중심으로 흘러갔다. 그에 따라 모든 정보가 전두광의 손을 거쳐 흘러가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으며 하나둘씩 세력을 넓혀가는 그의 권력은 점차 그 누구도 막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자신을 위협하는 세력을 넘어서기 위해서 그는 군부를 장악할 계획을 세운다. 자신이 최고 권력으로 자리 잡아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을 집어삼킬 계획을 말이다.
작전의 시작과 도망쳐버린 책임자.
일명 생일 집 잔치라는 작전으로 육군참모총장이자 계엄사령관인 정상호가 박정희 시해 사건 현장에 있던 것을 구실로 체포하고 군부를 장악할 계획을 세운다. 우선, 김재규와 한패였다는 주장으로 정승화 총장을 체포할 구실을 만들어 강제 체포하게 된다. 계획은 보안사의 합수부 수사관들과 육군 수경사의 헌병들을 동원하여 참모총장 공관에서 정승화를 납치해서 합수부로 데리고 가는 동시에 전두환은 대통령에게 가서 정승화의 추가 혐의를 조사하기 위한 합수부로 체포에 대한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이 체포 행위를 합법화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통령 재가에 실패하며 계획에 차질이 생겼고 당시 국방부 장관은 도망을 가버려 답이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남아서 끝까지 싸운 이들과 불법 행위를 남긴 이들.
반면, 뒤늦게 상황을 알아챈 육군본부는 전군에 비상을 걸고 대응에 들어가게 된다. 전두광을 체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전두광과 하나회가 연결되지 않은 곳이 없어 병력도, 정보도 쉽게 얻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 경비 사령관인 이태신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그의 노력과는 무관하게 전두광은 서로 상호 병력을 동원하지 말자는 신사협정을 제의했고 육군본부 수뇌부들은 그 협정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와 동시에 국방부와 육군 본부는 순식간에 점령되었으며 도망 다니던 국방부 장관은 반란군에게 붙잡혀 협조했고 대통령은 체포 동의안에 재가 서명을 하게 된다. (이때, 동의안 표지에 재가 날짜와 시간을 적어 당연한 절차를 어긴, '선체포 후동의'라는 명실상부한 불법행위라는 확실한 증거가 남았다고 한다) 따라서 반란은 성공했고, 저지는 실패하고 말았다.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승리의 미소와 실패의 절망이 대비되며 서울에 찾아온 지독한 겨울을 예상케 만든다. 절박하게 꿈꿨던 서울의 봄. 끝끝내 봄은 찾아오지 않았다. 또다시 냉혹한 겨울이 성큼 다가와 피바람이 휘몰아치며 어둠으로 뒤덮었다. 그 뒤에도, 그 뒤에도 이들은 끊임없이 나라를 망쳐갔다. 한 사람이 아니라 그들이 바라던 나라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의 모습이 아닌 이들과의 대화는 무의미하다. 영화는 그들의 외치는 승리의 환호를 담아냈지만 그들이 막아낸 서울의 봄은 불씨가 꺼지지 않은 채, 살아 있으며 겨울로 끝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여전히 남아있는 봄의 존재.
영화는 유신체제 붕괴 후, 신군부가 들어서기 전, 한국에 민주화의 희망이 찾아왔던 시기인 서울의 봄을 그렸다. 영화는 국민이 아닌 군 내부의 시점으로 그려져 상황의 긴박함이 더욱 잘 느껴졌다. 10·26 사태를 기점으로 달라지는 내부의 분위기와 이미 달라지고 있었던 시대의 흐름은 단 몇 사람의 모습으로도 알 수 있었다. 권력을 잡기 위해 반란을 주모한 사람과 그를 따르는 세력, 책임을 회피하고 도망치는 사람들을 그리는 것뿐 아니라 서울,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노력했던 이들을 묵묵히 담아낸다.
그들의 승리는 잠깐 뿐인 역사의 패배자
결말을 알고 보는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제외하고도 깊은 통한이 느껴져 더욱 참혹하게 느껴진다. 승리를 자축하는 이들과 실패에 고통받는 이들의 모습이 대조된다. 끊임없이 분노하고 절망하는 순간을 느끼더라도 지금은 그들의 승리가 잠깐이라는 것을 알기에 안도할 수 있었다. 비극을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이미 눈앞에 펼쳐질 결말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비극적이었다. 많이 다뤄진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잊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만들어져야 하며 그래서 담담하지만 강렬하게 표현하는 새로움이 필요하다. 어두운 역사일수록 구석에 갖춰 버리고 자기 모습이 아니라는 듯 또 다른 모습인 척 흘러나온다. 영화는 패배를 강조했지만, 그동안 역사 속에 잊혔던 이름과 얼굴을 그대로 박제하며 잊지 말자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