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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May 01. 2022

우연은 인연이 되고 인연은 운명이 된다.

영화 <겹겹이 여름> 리뷰


겹겹이 쌓아 올린 수많은 여름 속, 그들은 늘 같아서 제자리를 찾아간다.



28살의 여름에서 23살의 여름으로 그리고 다시 지금.


문득 바라본 것에서 떠오르는 과거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있다. 흘러가는 대로 마주치는 인연은 운명 같은 재회를 한다. 과거가 현재를 덮어도 변하지 않는 장소에서 마주한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꽃을 피우고 안부를 묻는다. 훌라후프처럼 돌아가는 흐름이 느려도 혹은 빨라도 ‘늘’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서 숨을 몰아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스한 햇살과 살랑이는 바람 속 변하지 않은 한 사람,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의 모습을 비춘다. 늘 변함없는 그 사람의 모습이 싫기도 하지만 동시에 좋기도 해서 빨간색의 연이는 파란색의 강이에게 다가온다. 멀어진 사이가 갑작스레 가까워져도 변하지 않는 그 마음을 다시 줍는다.



연은 늘 떨어뜨리며 앞섰고 강이 늘 주우며 뒤 따라갔다.



시간과 시간 사이의 틈.


밀어내려 했던 그때의 과거 속에 반만 벗겨진 양말이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한 채 서 있었다. 그런데도 생소하게 찾아온 여름이 후덥지근한 여름의 모습으로 또 이별의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 다시 찾아온 여름에서 우연한 만남을 가지며 시간과 시간 사이의 틈을 메꾸고 또 여름을 맞이한다. 처음의 좋았던 모습이 싫었지만, 또 좋아서 그들의 단단한 여름은 부서지지 않는다. 한결같은 모습이 연을 성장시키고 과거는 현재를 덮는다. 헤어질 때와 만날 때의 이유를 이젠 피하지 않고 마주할 그들의 여름을 상상하며 그들의 사랑을 응원하고 싶어졌다.



여름과 너무 잘 어울리는 영화는 여름에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는 한 연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우연이 겹쳐 인연이 되고 인연이 겹쳐 연인이 되는 필연적인 여름이 반복된다. 중간의 영상이 나오는 장치를 통하여 빨리 감기, 되감기를 조정하는데, 늘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던 두 사람의 모습이 겹겹이 쌓인 여름과 같아서 더욱 빛이 난다. 자극적이고 어두운 소재의 단편 영화를 많이 접해서 지쳐 있었던 나에게 힐링을 줄 수 있는 영화를 찾았는데, 딱 ‘겹겹이 여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따뜻함을 만들어줄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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