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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May 05. 2022

15년이라는 공백을 채우는
따스한 가족이라는 공간.

영화 <현수막> 리뷰

마치 일상처럼 현수막을 세탁기에서 꺼내 들고 밖에 거는 지호는 돌아오지 않는 언니를 기다린다. 떠난 아빠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걸려 오는 전화에 다급하게 전화를 받는데, 사라진 언니가 15 만에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언니의 얼굴, 목소리, 몸짓을 마주한다. 언니와 이야기해보고 싶었던 지호가 막상 언니가 돌아오자 선뜻 말을 나누지 않으며 서운함을 내비치는 모습을 보인다.



속해 있지만 속하지 않은 느낌을 받았던 언니, 속한 언니를 기다렸던 지호. 그들은 서로의 달랐던 생각을 대화로 나눈다. 풀리지 않았던 15년의 공백이 서운함에서 그리움으로 번지며 몰려오는 따스함을 마주한다. 현수막은 더 이상 필요치 않았고 그를 놓아줄 수 있게 된다.



현수막은 누군가의 의지로 그 자리에 존재할 수 있지만 가족은 누군가의 의지로 붙잡아둘 수 없다. 돌아올 자리가 있다는 것은 세월이 지나도 바래 지지 않는 공간을 의미한다. 나만 없으면 괜찮은 집이 아니라 내가 있어야 괜찮은 집이라는 것을 뒤늦게야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리움의 시간도, 기억 속의 사람도 더 이상 과거에 남아있지 않고 현재의 모습이 된다.


많은 것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사람의 마음만 올곧다면.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전해지는 세 사람의 감정이 차례대로 비치며 잔잔하게 녹아들며 어떤 상황에서 어떤 사람을 바라본다. 누구도 서로를 비난하지 않는 그들의 단단함이 올곧게 자리 잡혀 있다. 너무 멀리 돌아와서 돌아올 용기가 없었던 언니가 돌아오면서 기다리다가 지쳤던 지호와 늘 딸처럼 생각하며 기다렸던 엄마가 서로를 마주 보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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