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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Dec 19. 2023

가차 없이 새어 들어오는 따가운 햇빛에 저항하는 방법.

영화 <그녀의 취미 생활> 리뷰


화영미 감독의 장편 데뷔 영화 <그녀의 취미생활>은 서미애 작가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2023년 8월 23일 개봉했다.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과 관객상을 수상한 작품이며

 폐쇄적인 시골 마을에서 살아가는 두 여성의 우정과 복수를 그린 킬링 워맨스 스릴러이다. 정이서 배우와 김혜나 배우의 섬세한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이다.



남편의 폭력에서 벗어나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온 정인. 돌아온 곳에서 마주한 마을 사람들의 무례함과 멸시 속에서 살아가며 묵묵하게 삶을 견딘다. 자신의 유일한 희망과도 같았던 할머니와의 이별, 그리고 할머니가 남겨둔 물건으로 인해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게 된다. 늘 관심을 가져왔지만 결코 정인을 위한 것이 아닌 폭력은 마치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정인은 이곳을 탈출할 수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도시에서 이사 온 혜정을 만나게 되고 자신과는 다른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눈길이 간다. 외지인과 같은 혜정은 마을 사람들의 구설수에 오르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듯 자신의 삶을 살아갔다. 가까워질 수 없을 만큼 멀다고 느꼈던 혜정의 삶은 자신과 무관하다고 생각했지만 점차 함께하는 순간이 많아졌고 가까워진다. 적극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하는 혜정은 현실의 정인을 점차 바꿔놓기 시작하며 그곳에서 정인을 꺼내려한다. 



비상식이 상식으로 통하는 곳에서 오랜 기간 동안 살아왔던 것만큼 당연시 여겨지는 폭력을 감내해야만 했던 정인에게 즉각적인 변화는 어려운 일이었다.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정인의 앞에 나타난 혜정으로 인해 많은 것이 변하기 시작했다. 함께 취미 생활을 시작하면서 더욱 가까워지는 두 사람은 점차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가기 시작한다. 어느새 유일한 탈출구가 된 혜정과의 만남. 그동안, 정인의 시간이 멈춰있는 것처럼 모든 것이 무의미했던 지난날과는 달리 조금 많이 다른 현재를 마주한다. 관계는 일방적이지 않았으며 정인은 혜정에게, 혜정은 정인에게 조금씩 영향을 받았다. 그들에겐 오로지 삶을 되찾는 것이 중요했으며 그를 실행하기 위해 본격적인 작전에 나섰다. 과연 그녀들의 작전은 성공에 다다를 수 있을까.



폐쇄적인 마을에 대한 분노가 솟아오르는 작품을 꼽으라고 한다면 바로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을 빼놓을 수 없다. 상상도 못 할 정도의 폭력이 난무하는 만큼 보는 이로 하여금 고통스럽게 만드는 장면들이 빼곡하지만 그만큼의 카타르시스가 있기에 더욱 인상 깊은 영화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취미생활>은 이러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엔 조금 아쉬울 것 같다. 초반의 답답한 전개와 상황들에 비해 통쾌한 복수의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그들이 행사한 정신적*육체적인 폭력의 반의 반도 가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아쉽게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손으로 '선택'을 한 정인이 비로소 행복을 얻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복수가 성공으로 결말을 맺으면서 정인의 삶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궁금했는데, 그것을 보여 줬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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