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 리뷰
로알드 달 작가의 소설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가 웨스 앤더슨의 손으로 재탄생했다. 2023년 9월 2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으며 제80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작품이기도 하다. 분명 짧은 이야기지만 액자형 구성으로 되어 있으며 그 사이에서도 독특한 문체가 눈에 띄었던 영화다. 영상화되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는데, 그 부분을 그대로 잘 담아낸 것 같아 더욱 재미있게 느껴졌다.
헨리슈거는 41세의 독신이며 영국의 금수저 백작이다. 그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사람이었으며 그저 더 부유하길 원하는 사람이었다. 돈을 벌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찾던 헨리는 우연히 책장을 들여다보다 어떤 책을 발견한다. 바로 임 다르칸의 기이한 일에 대한 기록이 담긴 책이었다. 수년간의 수련으로 투시력을 얻었다는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카지노에서 돈을 따기 위해 수련하게 된다. 장장 3년 3개월이라는 시간을 투자하여 방법을 터득했을 뿐만 아니라 실전에 이용했다. 그 과정에서 적절하게 이기는 방법 또한 터득하게 된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허탈감이 들었던 것인지 헨리는 돈을 거리에 뿌리게 된다. 그가 둥둥 떠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정도로 그의 기상천외함은 갈 길을 잃는 것일까.
원작 소설과의 차이
영화는 원작의 독특한 문체를 잘 살려냈지만, 동시에 영화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원작의 문체는 익살스러우면서도 냉소적인 느낌을 줬다면, 영화의 분위기는 다소 우울하고 허무한 느낌이다. 이는 헨리 슈거의 욕망과 그에 대한 회의를 강조하기 위한 감독의 의도가 잘 드러나는 부분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영화에서는 원작의 사건 전개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일부 부분을 각색하여 영화적인 재미를 더했다. 또한, 원작에서는 헨리 슈거가 돈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는 과정이 보다 내면적으로 묘사되지만, 영화에서는 헨리 슈거가 돈을 거리에 뿌리는 장면을 통해 보다 극적으로 묘사하여 영화의 주제 의식을 더욱 강조했다는 점이다.
전달자의 역할을 잊지 않는 영화.
웨스 앤더슨이 펼쳐내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무조건 감상하기를 추천한다. 마치 옆에서 듣는 것 같은 이야기의 전개는 늘 그랬듯 웨스 앤더슨의 화술을 통해 전달된다. 영화 같으면서도 연극 같으면서도 소설 같기도 한 느낌이 드는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 영화와 연극 사이를 오가는 오묘한 매력이 돋보이며 분명 영화임에도 활자가 보이는 착각이 들게 만든다. OTT에 익숙해지는 요즘, 활자를 영상으로 전달해 소설이 궁금하게 만드는 매력이 인상 깊다. 특히 배우들이 정면을 쳐다보며 쉴 틈 없이 내뱉는 대사가 영화를 빼곡하게 채우며 더욱 영화를 빚낸다. 인간의 민낯이 가득 담긴 원작 소설을 먼저 감상하고 영화를 본 터라 이야기가 낯설게 느껴지지만 영화의 연출이 빚어낸 기묘함이 또 색다르게 느껴진다. 그리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헨리 슈거의 이야기는 참으로 기상천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