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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Jan 18. 2024

다름의 공간에서 함께 하는 공간으로 이어지는 곳.

영화 <나의 올드 오크> 리뷰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나의 올드 오크>는 1월 17일 개봉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 <미안해요, 리키>에 이어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 문제에 대한 통찰을 제시해 왔다. <나의 올드 오크>는 켄 로치 감독의 진정성 있는 시선과 섬세한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폐허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또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다루면서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는 메시지를 전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제76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으로 켄 로치 감독의 마지막 장편으로 알려지기도 한 작품이다. 작별 인사로 마무리되지 않길 바라며 계속해서 세상에 희망을 꿈꿀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편견과 혐오를 대놓고 드러내는 사람들.


영국의 더럼은 퇴락한 동네이다. 지역사회를 지탱하던 탄광 산업이 몰락한 후, 단절되고 침체된 이 마을에 전쟁을 피하기 위해 온 시리아 난민이 도착한다. 마을 주민들은 자신들조차 생계가 어려운 상황에 이들을 혐오하고 멸시하는 시선을 대놓고 드러낸다. 한편, 그들을 도와주는 일부 주민들이 있었지만 정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 과정에서 야라는 TJ의 도움을 받아 이 지역의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한다. 이 지역은 탄광 산업으로 생계를 유지했고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광부 축제가 열리곤 했다. 소외받은 소수의 사람들과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과연 이웃으로 잘 지낼 수 있을까.



무너져 내리고 있는 이 공간에서 무너지는 사람들.


한때, 광산노동자로 노조운동과 사람들을 돕는 일에 앞장섰던 TJ는 사진작가가 꿈인 야라를 만나게 된다. 시리아 난민들을 돕는 한편, 생계유지를 위해  '올드 오크' 펍에 찾아오는 몇 남지 않은 단골손님도 지켜야 했다. 올드 오크에서 오래된 방에는 광부들이 함께 했던 흔적이 남은 사진들이 걸려있다. 그곳에서 회의를 열고 싶다는 단골손님이자 친구와 같이 밥을 먹을 장소를 열고 싶다는 야라 사이에서 갈등을 하게 된다. 몇 장의 흑백사진에 불과할지 몰라도 공간의 상징이 연대의 힘을 보여주는 만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던 TJ는 야라의 바람대로 함께 먹을 공간을 마련하게 된다. 하지만 지지와 동시에 조롱의 말을 듣던 TJ를 무너지게 만드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마라, 나의 친구.


유일하게 남은 '마라'는 유일한 친구이자 가족이다. 몇 년 전에 모든 것을 잃고 나 자신마저도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다고 느낄 때, 우연스럽게 찾아온 소중한 생명이다. '마라'는 나 자신과 같이 지켜주는 관계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라고 한다. 그 이름을 가지고 있었던 '마라'는 자신을 지켜 주었으며 아침에 일어날 이유가 되어주었다. 아침마다 마라와 하루를 시작하며 산책을 하고 삶에 활기를 느꼈던 TJ. 어느 날, 젊은 청년들의 큰 개 때문에 위협을 느끼고 주의를 줬으나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는 반응을 보이곤 했다. 결국에는 통제하지 못하며 물림사고를 당해 마라를 잃게 된다. 다시 일어서려 했지만 배신으로 희망을 잃게 소중했던 마라를 잃게 되면서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찰나, 찾아온 희망에 일어설 수 있게 된다.



모든 것을 잃은 곳에서 발견하는 희망.


폐허가 된 더럼 마을은 마치 뿌리째 뽑힌 올드 오크처럼 무너져 내린 상태이지만, TJ와 야라의 우정은 마치 올드 오크의 뿌리처럼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모두가 힘든 이 세상에서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하나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소외되는 사람들을 착취하는 것, 또 하나는 모두의 상생을 위해 연대하는 것이다. 그들은 가장 탓하기 쉬운 대상인 약자의 탓을 했으며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며 타인을 비방했다. 이러한 행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이 아닌 갈등을 유발할 뿐이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연대해야 불평등과 갈등을 극복할 수 있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비록 그들과의 연대는 실패했지만 또 다른 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희망은 다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힘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직은 희망이 남아있다는 메시지를 건넨다.


우리는 함께 먹을 때 더 강해진다



THE OLD OAK


<나의 올드 오크>는 켄 로치 감독의 마지막 장편으로 알려져 더욱 의미 있는 작품이다. 그는 영화를 통해 사회 문제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관객들에게 희망을 전달해 왔다. 현실적인 소재와 섬세한 연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를 통해 사회 문제에 대한 통찰을 제시하며 관객들에게 희망을 전달한다. 영화는 폐허가 된 더럼 마을을 통해 현대 사회의 불평등과 갈등을 보여주며, 혐오와 분열에 맞서 연대와 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TJ와 야라의 우정은 폐허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의 불씨로, 서로 다른 사람들 간의 이해와 존중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다소 느린 전개와 뻔한 결말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이 돋보이는 영화이다. 무엇보다 켄 로치 감독의 작품을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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