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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Jan 21. 2024

개미들의 통쾌한 역습, 월스트리트를 뒤흔들다.

영화 <덤 머니> 리뷰


크레이그 길레스피 감독의 영화 <덤머니>는 2024년 1월 17일에 개봉했다. 벤 메르기치의 논픽션 소설인 <안티소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만든 실화 바탕의 영화이다. 영화의 제목인 덤머니는 미국 금융가에서 개인 투자자를 비하할 때 쓰는 말인데, 영화는 그 단어가 무색하게 상대도 되지 않을 것 같은 개인투자자들과 해지펀드 공매도 세력과의 격렬한 싸움을 다뤘다. 2021년 미국 주식 시장을 뒤집어 놓았던 '게임스탑 주가폭등 사건'을 바탕으로 사실 그대로의 내용을 담아 실제 같은 현실감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영화를 보기 전, 간단한 주식 용어를 알고 가면 더욱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



공매도(short selling)란 재화를 미리 빌려서 현재 가격만큼의 돈을 받고 나중에 빌린 재화만큼 같은 수량의 재화를 상환하여 결제를 완료함으로써 중간 차익을 남기는 투자 기법이다. 현재 가격보다 나중에 재화가격이 떨어질 것이라 보고 체결하는 것인데, 하락장에서 이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반대로 현재 가격보다 재화가격이 오를 경우 손해를 본다.

숏 스퀴즈(short squeez)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해 일단 주식을 빌려서 공매도한 투자자들이 예상과 달리 주가가 상승할 경우가 더 큰 손실을 줄이기 위해 빌린 주식을 다시 매수하는 것이다.



사건의 시작, 본질적인 문제.


키스 질은 '포효하는 냥'이라는 닉네임으로 주식 관련 유튜브를 하는 회사원이자 유튜버이다. 그는 게임 관련 아이템을 오프라인에서 판매하는 회사 '게임 스탑'이 공매도 세력 때문에 주가가 바닥이지만 저평가 됐다는 확신을 가지고 자신의 유튜브와 온라인 게시판 레딧에 게임스탑 관련 주가 분석을 계속 올렸다. 그의 예측에 따라 3달러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10달러 언저리까지 오르자 개인 투자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대형 헤지펀드들이 주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공매도 판을 더 키우면서 돈을 쏟아붓자 키스 질을 중심으로 투자자들이 단결하게 된다. 사람들의 관심은 이익창출에서 공매도 세력에 대한 분노로 번지며 공매도 세력에 반한 싸움이 시작된다.



각기 다른 자리에서도 단결된 마음의 집합.


게임 스톱을 집중 공매도한 해지펀드 멜빈 캐피털의 대표 게이브 플롯킨은 점점 초조함을 느낀다. 당연한 하락세라 느꼈던 게임스톱에서 그것도 덤 머니라 불리는 개인 투자자에 의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는 모든 인맥을 총동원해 투자자들의 일격에 맞선다. 월스트리트베츠의 폐쇄로 인해 개인 투자자들의 공황매도(panic selling)가 이어졌고 차트는 다시 한번 요동치기 시작했다. 더불어 주식 거래 앱 로빈후드가 게임스톱의 매수를 정지하며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 이 사건이 논란이 된 이유는 로빈후드의 지분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시타델 LLC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타델 LLC는 공매도의 중심이 된 멜빈 캐피털의 투자처였기 때문에 멜빈 캐피털이 손해를 보는 상황을 막기 위해 로빈후드를 압박하여 매수 버튼을 비활성화하게끔 만들었다는 가설이 돌아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사건과 관련된 이들은 미국 하원의 청문회에 회부되면서 모든 것이 끝인가 싶을 때, 폭락하던 주가는 재폭등하며 개미들의 완전한 승리로 마무리를 짓게 된다.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의 비대면 연대.


 개인과 거대 투자자의 싸움은 계란에 바위 치기라고 비유될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싸움이었다. 상대도 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해마지 않았던 이들의 단결은 상상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팬데믹 시기가 만들어낸 연대의 힘인 걸까.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개미들의 사투는 자신의 이득을 떠나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만들어낸 거대한 힘이다. 그동안의 부조리함에 지친 자신의 삶에 피로를 느끼면서도 은연중에 바라왔던 일일지도 모른다. 사실 질의 주장이 처음부터 사람들의 지지를 얻은 것은 아니었다. 초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헛소리 취급을 당했으나 게임스탑 주가가 서서히 올라가고 사람들의 신뢰를 얻게 된다. 더욱이 주식의 폭등/폭락과 관계없이 '존버'하며 그는 개미들의 신이 되었으며 대동단결하여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뛰어난 완결성, 담담함에도 통쾌한!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실화를 다룬 영화가 명예훼손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서 사회 고발 영화가 더욱 퀄리티 좋게 나오는 것 같다. 영화는 게임스탑 주가폭등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으며 전반적인 상황 설명과 이야기 전개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공매도로 이 사달을 일으킨 원흉인 멜빈 캐피털은 여기서 막대한 손해를 입었고, 이후 금리인생의 연쇄 작용을 버티지 못하고 파산했다는 실제 결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승리한 결말이 정해져 있는 영화지만 지나치게 통쾌한 서사를 부여하지 않으려 해서 더욱 재미있었다. 내용 자체가 통쾌하기 때문에 굳이 감정적 요소를 넣지 않아도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영화'같은 부분이 없어서 아쉬울 수 있겠지만 오히려 침착해서 더욱 몰입감 있게 감상할 수 있었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 상당히 망설이고 고민하다가 해 뜨는 날 다 피해서 비 오는 날에 가서 관람한 영화였다. 이게 이렇게 재미있을 줄 알았다면 개봉 당일 바로 감상했을 것이다. 만약 고민하고 있다면 무조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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