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드레 Jan 29. 2024

경찰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직접 내 손으로 잡는다!

영화 <시민 덕희> 리뷰


박영주 감독의 <시민 덕희>는 1월 24일 개봉했다. 2016년 경기도 화성시의 세탁소 주인 김성자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평범한 시민 덕희가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 후 직접 범죄 조직을 잡기 위해 나서는 통쾌한 추적극이다. 피해자의 용기와 결단력을 보여주며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는 단순한 추적극을 넘어서, 우리의 사회적 책임과 개인의 힘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절실함에 또다시 닥쳐온 재앙.


운영하던 세탁소에 불이 나 급히 대출을 알아보던 덕희는 여러 차례 거절을 당해 반쯤 포기한 상태였다. 하지만 거래은행의 손대리가 대출이 가능하다며 대출상품을 추천해 주었고 그쪽에서 요구하는 수수료 3200원을 8차례에 걸쳐 보내게 된다. 하지만 감감무소식에 직접 은행을 방문하게 된 덕희는 뒤늦게 보이스 피싱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경찰에게 희망을 걸어보지만 소극적인 태도와 더불어 좋은 경험 했다고 생각하라며 포기하라고 말한다. 수사가 중단되었다는 말에 절망할 틈도 없이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덕희는 어떻게든 재수사를 위해 나서게 된다. 타이밍 좋게 손대리로부터 걸려온 제보 전화는 희망을 가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정확한 증거가 없다며 무시로 일관하는 경찰의 태도에 직접 범죄조직을 잡기 위해 중국 칭다오에 찾아가는데, 과연 덕희는 범죄조직의 총책을 잡을 수 있을까?



도움 그리고 신뢰.


덕희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재민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영화의 전반부는 긴장감이 흐른다. 그는 취업을 하기 위해 이곳으로 왔지만 '취업 사기'였으며 그는 보이스피싱의 조직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주변의 폭력과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죄책감을 지울 수 없던 재민은 자신이 마지막으로 사기를 쳤던 덕희에게 연락을 하게 된다. 입금도 빨랐고 모든 것이 빨랐던 덕희라면 자신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게 공조를 하게 된 재민과 덕희는 점점 서로를 신뢰하게 된다. 재민은 목숨을 걸며 내부의 정보를 제공했고 그런 재민을 구하기 위해 덕희는 그 근처까지 자리를 옮겨 접촉했다. 그리고 경찰은 뒤늦게 총책에 대한 정보를 받게 되어 수사를 진행하고 총책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여전히 굼떴다. 그리고 마침내, 덕희의 손으로 보이스피싱 총책을 잡게 된다.



직접 나서는 시민, 덕희.


영화는 덕희가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하고 절망에 빠지는 과정부터, 범죄 조직에 맞서 싸우는 과정까지 긴장감 넘치게 그려낸다. 탈출하려는 재민의 절실함과 빼앗긴 돈을 찾으려는 덕희의 절박함이 맞물려 전반부의 긴장감, 후반부의 박진감이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특히 라미란 배우는 분노와 슬픔, 그리고 용기를 절묘하게 표현하며 극에 몰입감을 더했다. 하지만 실제 이야기에 상상력이 더해지며 다소 의아한 전개로 나아간다. 우연히 주변인물이 주인공에게 도움이 되는 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고 보이스피싱의 총책과 맞서 싸우는 일까지 벌어진다. 실화 영화의 한계로 어쩔 수 없는 방법이었겠지만 좀 무리수처럼 여겨지는 부분이기도 했다. 후반부에서 아쉬움을 보이는 영화였지만 중년 여성으로서의 '보통'을 깨부수는 연출이 인상 깊었다. 무엇보다 영화는 보이스피싱에 대한 예방도 물론 중요하지만 피해자는 잘못이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전체를 위해 일부를 보여주다.


영화는 영화의 매력을 돋보일 수 있는 포스터, 예고편과 같은 미리 보기가 흥미로울 때 감상하게 된다. 입소문은 여러 관객들이 감상하고 나서 좋은 평가를 받을 때, 관객들이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이고 보지 않으면 소용이 없지 않은가. 그래서 예고편이나 포스터가 영화를 더 안 끌리게 하는 영화가 바로 <시민 덕희>인 것 같아 매우 아쉬웠다. 해당 포스터는 일반 한국영화와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여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하게 되었다. 물론 아쉬운 부분이 존재하지만 실화를 담백하게 담아낸 부분이 장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감상하기에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을 다룬 영화와의 차이점은 인간의 따뜻함이 잘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영화의 전개가 시원시원하고 무리수를 두더라도 주인공의 행동이 과감해진다. 보이스 피싱 두목을 혼자 상대하는 장면이 나오는 등 이왕 영화적 상상력을 더할 거라면 마지막에 표창장을 받거나 포상금을 장면이 나왔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흥미로운 이야기와 인간적인 따뜻함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이 영화가 실제 주인공에게 많은 힘과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2016년 경기도 화성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김성자 씨는 보이스피싱으로 3200만 원을 사기당한다. 얼마 후 그 조직원으로부터 전화를 받게 되고 총책에 대해 제보할 테니 자신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게 된다. 곧바로 경찰서에 알렸지만 경찰의 도움틀 받지 못했고 더 정확한 증거가 필요하다는 말에 더 많은 정보를 수집했다. 그렇게 결정적 증거를 넘겨 경찰이 검거에 성공할 수 있었지만 검거 소식은 뉴스를 통해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경찰은 첩보로 검거했다며 김성자씨에 대한 언급 조차 하지 않았고, 김성자씨는 신고포상금은커녕 사기범에게 빼앗긴 돈, 감사인사, 그 어떤 것도 받지 못했다. 그때,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자 그제야 100만원의 보상금을 제안했지만 이를 거절하고 담당 경찰의 업무 태만 등에 대해 항의하는 진정서를 경찰청, 법무부, 청와대까지 냈다. 그러나 ‘예산이 없다’ ’내부 규정이라 어쩔 수 없다’는 말뿐이었다고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울산의 별, 희망을 향한 힘겨운 항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