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황야> 리뷰
허명행 감독의 <황야>는 1월 26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디스토피아 액션 영화다. 이는 콘크리트 세계관의 두 번째 영화로,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이은 작품으로 콘크리트 세계관을 더 넓게 펼쳐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콘크리트 세계관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설정과 강렬한 시각적 효과를 제공해 왔기 때문에, <황야> 역시 이를 이어받아 새로운 스토리와 흥미진진한 액션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세상에서 남산과 지완은 사냥꾼으로서 물물 교환하는 방식으로 생존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할머니와 단둘이 살아가는 소녀 수나를 보살펴주는 따뜻한 마음씨를 보유한 사람이다. 그러던 어느 날, 어느 날 말쑥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차를 타고 와 안전한 곳에서 살게 해 주겠다며 수나와 할머니를 데려간다. 하지만 이곳의 지배자는 새로운 인류를 창조한다는 망상으로 생체 실험을 자행하는 의사 기수였으며 생체실험의 대상인 10대 소년 소녀를 유인하여 납치하는 일을 벌였다. 남산은 주변을 돌아볼 겸 뭔가 이상해서 따라가 본 곳에서 진실을 마주하고 수나를 구출하러 나서게 된다. 한때 기수의 경호부대에 속했다가 그의 음모를 알고 도망쳐 나온 은호와 함께하며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선다.
영화의 주요 이야기는 두 갈래로 나뉜다. 사람들이 모여사는 천막집과 황궁아파트. 재난으로 인해 세상의 근간이 무너지고 힘이 권력이 된 세상을 보여준다. 재난의 근본적인 이유는 아니지만 재난 속에서 더욱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는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부성애는 맹목적인 믿음과 맞물려 더욱 기괴함을 연출한다. 윤리적 요소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타인을 실험의 목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가치'가 기준이 된 황궁 아파트는 철저한 계급 사회로 나뉘어 돌아가고 있었다. 물론 주민 사이의 갈등에 대해서는 보여주지 않았지만 겉으로 크게 드러나는 기수의 권력과 무기력한 학생들의 모습으로 미루어 봤을 때, 이루어졌을 비극은 상당히 참혹할 것으로 예상됐다.
멸망한 세상이라는 설정 자체는 흥미롭지만, 스토리 전개는 예상치 못한 반전이나 흥미로운 사건이 부족하여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주인공 남산은 전형적인 슈퍼히어로 캐릭터로, 뛰어난 힘과 능력으로 악당들을 물리치며 아끼는 수나를 찾아 나선다. 영화 전반부 이루어지는 이야기 구조가 전후 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일부 사건은 설명이 부족하여 이해하기 어렵다. 다만, 영화 속의 디스토피아에서 이루어지는 희망의 불씨는 피어오르고 있다는 메시지를 남긴다는 점이 흥미롭다. 마동석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액션은 다양한 무기와 환경을 활용하는 부분이 인상 깊지만 액션만으로는 영화 전체를 채우기에는 부족했다. 무엇보다 영화에 나오는 등장인물에 대한 세부적인 묘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다.
콘크리트 세계관을 가진 영화라서 상당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분명히 콘크리트 세계관을 다루고 있는 영화였지만 마동석 세계관이 좀 더 돋보이는 영화였다. 물론 정의로운 주먹을 상징하는 '마동석'이지만 새로움 없이 영화는 마동석으로 시작해 마동석으로 끝난다. 나중에는 고질라와 붙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마동석표 주먹은 생생한 강력함을 가지고 있다. 당연하게 이기는 게 보장되어 있는 마동석의 뒤에서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영화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마동석에게 힘을 기댄 나머지 이번에는 아쉬움으로 작용한다. 다른 등장인물들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고 허술한 이야기 구조와 서사 그리고 갑작스러운 엔딩은 당황스럽게 만든다. 무엇을 위한 영화인지 알 수도 없다. 언젠가는 한계를 보일지 모를 마동석 유니버스에도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