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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Jan 26. 2024

울산의 별, 희망을 향한 힘겨운 항해.

영화 <울산의 별> 리뷰


정기혁 감독의 <울산의 별>은 1월 24일 개봉한 영화이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 한국영화감독조합 메가박스상을 수상하여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영화 제목 그대로 울산을 배경으로 하여 조선소와 산업 현장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울산 사람으로서 보러 가지 않을 수 없는 영화 <울산의 별>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울산의 어떤 모습이 나올지 궁금해져서 영화 개봉한 날 바로 감상하러 갔다.



소모되는 노동자의 단면.


윤화는 남편의 사고사 이후 울산의 한 조선소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나간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정리해고 대상이 된 그녀는 이 상황을 어떻게든 극복하려 하지만 어떤 것도 해결할 수 없었다는 절망에 휩싸인다. 그것도 모자라 윤화의 아들이자 집안의 장손인 세진이 그녀 몰래 전재산을 비트코인에 투자한 것도 모자라 사기를 당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친척은 어려워진 사정을 핑계로 문중 땅을 빼앗으려 하는데, 이 상황이 너무 벅차게 느껴진다. 예상할 수 없고 통제도 불가능한 이 상황 속에서 그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의 단면, 소통 단절.


영화는 대한민국의 한 지역인 울산에서 작은 사회의 모습을 펼쳐내지만 사실 우리 사회의 한 부분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는 영화<울산의 별>의 이야기를 통해 엿볼 수 있다. 갈등은 거세고 그마저도 어정쩡한 해결 후 상황 정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부분은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한국 사회의 모습이 반영되어 있다. sns 발달로 인해 전 세계 사람들과의 소통이 가능해졌고 활발해진 반면, 우리는 직접적인 소통이 단절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가정으로든, 사회로든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간극이 더욱 벌어져가는 것 같다. 너무 많은 정보로 인해 전체적으로 피로도가 쌓이고 단절 또한 쉬워진 구조로 인해 사회적 갈등도 심화된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걸까. 분명 인터넷의 발달로 습득하는 정보가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기울어 가는 울산.


영화는 윤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남매의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며 동시에 청년 문제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수도권 쏠림 현상은 울산뿐만이 아닌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이지만 영화는 울산에 집중하여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그러한 모습에 안타까우면서도 울산의 아쉬운 점에 이해가 갔다. 울산의 문화는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부족한 편이고 다양한 양질의 일자리도 부족한 편이기 때문에 더욱 공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의 모습을 통해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지금의 모습을 보여준다. 세진은 구직활동을 하면서 여러 어려움을 겪은 터라 한방을 노릴 수 있는 비트코인에 모든 것을 건다. 그럼에 불구하고 불확실성에 기대게 되는 건 인간의 모순인 걸까. 도저히 찾을 수 없는 답에 의해 방황하지만 그토록 이해할 수 없었던 타인의 도움에 의해서 그 상황을 탈피하게 된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 했다. 울산은 공업을 제외하면 한계가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 경희가 희망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러했다. 나름 sns와 틱톡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며 엄마에게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보지만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고 이해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설득보다는 증명을 위해 경희는 자신의 가치를 알아봐 준 친구와 함께 울산을 떠나 서울로 향한다.



누구 하나도 행복하지 않은 가족.


소통이 단절된 가족의 대화 주제는 대부분 '돈'이다. 남편을 떠나보내고 가장으로서 억척스럽게 살아올 수밖에 없었던 윤화는 아무것도 이루어진 것이 없는 현재가 참담하다. 비트코인으로 한 방을 노리는 아들, 자신의 꿈을 위해 서울로의 탈출을 꿈꾸는 딸 그리고 문중 땅을 노리는 친척들까지. 도저히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답이 안 나온다. 그래서인지 윤화는 다소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고 그로 인해 여러 상황이 꼬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순간에서 해결되는 문제를 보면 삶은 정말 알 수가 없다. 현재의 어두운 현실에 대한 절망 속에서도 가족 간의 유대관계는 뚜렷하게 이어져 있다는 게 참 신기할 따름이다.



울산의 별.


영화에서는 그 어려움 속에서 빛나는 땀방울이 희망과 인간의 강인함을 만들어내고 있다. 감독은 울산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그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힘든 현실을 극적으로 그려냈다. 영화는 울산을 단순한 배경으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의 현실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조선소와 산업 현장의 모습은 물론, 울산이 직면한 청년 문제, 수도권 쏠림 현상, 그리고 문화 부족 등 다양한 어려움을 다루고 있다. 영화에서는 보여주지 않은 울산 산업 단지의 야경은 참으로 감동적이다. 어린 시절에는 그저 아름다움으로만 느껴졌던 울산의 야경이, 성장한 지금에는 그 속에 담긴 인간의 노력과 어려움이 더욱 심오하게 다가온다. 그래서인지 내가 느낀 이 영화의 "울산의 별"은 아름다우면서도 어둠으로 가득 찬 현실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희망은 늘 그렇게 모서리 한 켠에 남아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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