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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Feb 15. 2024

사랑이라는 허울 아래 감춰진 생채기.

영화 <사라방드> 리뷰


잉마르 베히만 감독의 <사라방드>는 <결혼의 풍경>의 속편으로 30년 뒤의 시점을 다루고 있는 영화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이전 작품과의 연결고리를 제공하면서도 독립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마리안과 요한의 이야기가 아닌, 그들의 아들 헨릭과 손녀 카린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 그들의 복잡한 관계와 갈등, 감정의 소용돌이를 담아낸다는 점이 인상 깊다. 영화는 가족의 다양한 형태와 이에 따른 갈등, 사랑의 형상을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결혼의 풍경에서 옮겨가는 가족의 풍경.


'마리안과 요한', 끝을 맺은 것처럼 보였던 그들의 결혼 생활은 이어지지 않았고 이제는 각자의 다른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었다. 30년 만에 재회한 그들은 이별 후 새롭게 형성된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한다. 본격적으로 요한의 아들인 헨릭과 손녀인 카린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첼로를 전공하고 있는 카린은 더 넓은 세상에 나가 연주를 하고 싶지만 아버지가 자신을 소유욕으로 붙잡고 있기에 갇혀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마리안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게 되면서 그녀와 가까워진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할수록 점점 엉망이 되어가는 것 같다.



분명 사랑이지만 억압으로 변질된 이름.


영화는 문제 해결이 아닌 관계에서 드러나는 감정에 대해 집중한다. 격렬한 갈등이나 가정 내에서 벌어진 자세한 사정은 나오지 않지만 그들의 표정을 통해 상실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이어져 있지만 단절된 이들의 관계는 남보다 못하다 싶을 정도로 대화가 통하지 않는 상태였다.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또 다른 비극을 만들어내는 것과도 같았으니 '객관적인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마치 30년 전 <결혼의 풍경>에서의 요한과 마리안의 모습처럼. 크게 부자관계, 부녀관계로 이어지는 갈등의 뿌리는 어쩌면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려는 것에서부터 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함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서로의 부족함을 이해할 수 있다면 보다 더 편안한 관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사람이 존재하는 만큼 가족이라는 틀 안에 가두려 하지 않고 개별적인 인간으로서 존중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느리고 우아한 관계의 여정.


<사라방드>는 바로크 시대의 춤곡 중 하나로 느리고 우아한 스페인 춤곡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영화는 그 운율만큼이나 잔잔하면서 우아하게 흐르지만 그 순간순간에 흐르는 강렬함은 내면을 폭발시키듯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맞춰간다. 영화 <결혼의 풍경>에서 두 사람이 이루고 있는 가정, 그리고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을 깊이 있게 다뤘다면 영화 <사라방드>에서는 가족 관계를 깊숙이 들여다보는 방식을 택한다. 그들의 관계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어 '반복' 보다는 또 다른 사랑의 결실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결혼이라는 단순한 관계를 넘어서서 인간 간의 연결과 상호작용을 통해 진정한 안정과 만족을 찾아 나선다. 이러한 관계의 복잡성과 심오한 면모를 통해 우리가 마주해야 할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 마리안과 요한의 관계는 30년 전과 다를 것 없이 그 자리에 멈춰있지만 그만큼 편안한 관계가 되어 서로를 바라보게 하는 관계의 초상을 마주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영화는 미완결인 상태로 막을 내렸지만 우리가 살아갈 이 세상에서는 계속될 풍경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지는 우리에게 달렸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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