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결혼 이야기> 리뷰
노아 바움백의 <결혼 이야기>는 2019년 12월 6일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이다. 감독의 연출과 섬세한 감정 표현이 두드러지며 이를 표현한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결혼 이야기'라는 제목과는 다르게 현실적인 이혼 과정을 다룬 내용이며 사랑과 가족의 복잡한 모습을 생동감 있게 그려낸다. 주인공들의 내면 갈등과 감정의 충돌을 통해 관계의 본질에 대한 사색을 유도한다. 이 작품은 단순한 이혼 이야기를 넘어서서, 인간 감정의 복잡성과 변화무쌍한 가족 관계의 다양성을 마주할 수 있게 만든다.
찰리와 니콜은 한 때 서로를 열렬히 사랑했던 부부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의 불만과 갈등이 쌓여 결국 이혼을 결심하게 된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기는커녕 말을 섞으려고도 하지 않는 두 사람이다. 찰리는 뉴욕에서, 니콜은 로스에인절로스에서 살면서 아들 헨리를 양육하기 위해 이혼 소송을 진행한다.
갈라진 부부 사이 속에서도 여전히 흘러가고 있는 일상을 마주한다. 원만하게 합의하에 이혼하기로 결정했지만 어떤 이유로 인해 법적인 문제로 이어져 이혼소송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다. 그래도 부부로서의 마지막 '괜찮은 이별'을 하고 싶었던 두 사람은 초반과 다르게 관계적으로 완전히 끝나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분노를 드러내며 심하게 대립하고 그로 인해 상처입기도 하며 보복성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든다. 진흙탕 싸움이 되어가는 두 사람은 서로의 문제를 배제하고 오직 아들 헨리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우리가 사랑했던 당신은 온데간데없이 서로를 생채기를 내는 서로만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들의 결말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이혼 소송 과정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다툼이 주된 내용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영화는 이 결혼 이야기의 결말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들의 의도는 조금씩 해결해 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지 적절한 결론을 낸 영상을 보여주는 게 아닌 것이다. 영화에서는 함께 하는 우리 속에서도 존중되는 독립적인 인격체를 강조한다. 서로를 배려하느라 이야기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이제야 털어놓을 수 있게 되었다. 솔직함이 부담감을 줄 때도 있지만 상황을 해결하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바쁜 삶에 미루어 두었던 생각을 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특히 니콜은 찰리의 삶에 맞춰 살다가(뉴욕) 자신의 삶으로(LA) 돌아오면서 미뤄두었던 자신의 꿈을 펼쳐낸다. 물론 뉴욕에서도 연극 생활을 했지만 니콜이 진정으로 바랐던 배우로서의 모습은 LA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었다. 서로의 속도에 맞추었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시늉에 불과했음을 깨닫게 된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찰리와 니콜의 처지는 완전히 달라지는 모습을 보인다. 결혼 생활의 전반부에는 찰리가 중심이 되는 뉴욕이었지만, 후반부에서는 이혼을 계기로 니콜이 중심이 되는 LA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결혼 전 무명감독이었던 찰리는 결혼 후 니콜의 지원(물질적 지원과 더불어 연극배우로서 활약) 덕에 감독으로서 성공할 수 있었다. 반면, 니콜은 LA에서 주목받는 신인 배우였지만 결혼 후 찰리를 따라 뉴욕으로 오면서 배우로서의 경력이 끊겼다.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확신이 있었을 땐 괜찮았던 문제들이 찰리가 자신을 진심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자신 또한 지워지는 것 같아 이혼을 결심하게 된다. 원만한 합의 이혼을 시도했지만 변호사와의 상담을 통해 결혼 생활을 되돌아보게 되고, 이로 인해 이혼 소송이 본격화된다. 하지만 이 문제는 특히 찰리에게 충격을 주었고, 그의 모든 것을 앗아갈 만큼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자신의 일, 돈, 양육권 모두를 잃게 된 찰리는 결혼의 종점을 맞이하게 된다.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다는 결혼의 현실적인 종말을 보여주는 결말이다. 완벽한 엄마도, 완벽한 아빠도 불가능한 결혼 이야기는 그렇게 끝이 났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찰리와 니콜의 시선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로의 관점과 시선이 다르다는 것은 충분히 나타나 있지만, 상황이 진행됨에 따라 각자의 시각이 치우치지 않게 도와준다. 또한, 영화는 두 사람이 어떻게 사랑에 빠지고, 왜 혼자가 되기로 했는지를 깊게 파고들어 설명한다. 찰리는 목적지향형 인간이고, 니콜은 관계지향형 인간이다. 이렇게 다른 두 인물의 상반된 성향이 서로 어떻게 충돌하고 조화를 이루며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가는지를 보여준다. 니콜은 사람들과 노래를 부르지만 찰리는 혼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통해 두 사람을 더욱 대비시키고 있다.
↓ 아래는 영화의 명장면으로도 꼽히는 아담 드라이버의 노래 장면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TW8IaLXvOgk&pp=ygUW6rKw7Zi87J207JW86riwIOuFuOuemA%3D%3D
이 영화는 처음 봤을 때도 깊은 여운을 남겼으나, 다시 관람하면서 또 다른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작품의 섬세한 감정 묘사와 현실적인 설정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씁쓸함이 맴돈다. 특히 관계를 다루면서 등장하면 변호사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씁쓸했다. 의뢰인을 진심으로 위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 있었는데, 바로 '불공평한 이 세상에서의 아빠들은 있던 없던 어느 정도 정상 참작이 가능하지만 엄마는 완벽에 가까워야 한다'라고 일침을 놓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의뢰인을 위한 결정이라고 하면서도 결국에는 자신의 이득을 위한 결론을 맺는 모습이 진정으로 누군가를 위한 모습은 아니었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가족은 흩어지는 결과를 맞이했는데, 그저 이혼 소송의 승리에만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 위선적으로 느껴져 더욱 씁쓸했다. 또, 영화에서는 헨리를 중심으로 한 이혼 소송이지만 정작 헨리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그저 찰리와 니콜과의 대화로 혼란스러운 감정을 간접적으로 드러낼 뿐이었다. 헨리를 위한 결정이자 서로를 위한 결정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소모적인 다툼으로 이어져 서로를 생채기를 냈고 그 끝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을 느꼈을 때, 니콜은 후회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