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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Mar 19. 2024

하루, 하루마다 달라지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 리뷰


델버트 만 감독의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소설 <서부 전선 이상 없다>를 바탕으로 한 미국 전쟁영화이다. 두 번째로 리메이크되었으며 골든글로브상과 에미상을 수상하여 큰 화제를 불러온 작품이다. 이 영화는 제1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하며, 전쟁의 실체와 그로 인한 고통을 직접 체험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전쟁의 참상과 인간의 고통을 현실적으로 그려내어 인간다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영화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전선에서 싸우는 젊은 독일 병사 폴 바우머의 시선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폴은 신병으로서 전쟁터로 가게 되며, 처음엔 전쟁을 로망으로 여기지만 실제로는 전쟁의 참상과 무의미함을 체감하게 된다. 전쟁터에서 폴은 끝없는 전쟁의 고통과 죽음을 목격하게 되는데, 전쟁 속에서는 개인의 생존이 최우선이며 이상과 이념은 사치로 여겨진다. 전쟁은 무분별한 죽음과 고통만을 남기며, 폴은 이런 현실 속에서 자신의 존재와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폴과 그의 동료들은 전쟁터에서 서로를 지키고 살아남기 위해 투쟁하며, 전쟁이 끝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끝나지 않을 것 같이 계속 이어진다. 과연 폴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살아남았음을 증명하는 일.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전쟁의 실체를 직접 체감하는 이들은 상상 이상의 고통을 마주한다. 전쟁의 이유를 궁금해할 새도 없이 총알과 폭탄을 피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언제나 위험천만한 일로 가득한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해야 했다. 전쟁 속에서의 죽음은 경험 없는 이들에게 더욱 가혹했으며 본능과는 또 다른 일이었다. 순식간에 빼곡하게 찾아오는 죽음에 두려워할 새도 없이 살아남기 위해 몸을 숨긴다. 맞서 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살아남아야 싸울 수 있기 때문에 생존에 목숨을 걸게 되는 것이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전쟁은 사람을 지치게 만들 뿐만 아니라 많은 것을 무너지게 만들었다. 그들에겐 이념과 사상이 담겨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다소 허무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살인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는 전쟁의 무의미함으로 인해 다시 전쟁터로 돌아간 것이다.



아무도 몰랐던 전쟁의 끝과 시작.


1914년 7월 28일에서 1918년 11월 11일에 끝난 1차 세계대전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 직접적인 원인은 사라예보 사건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서양의 제국주의적 팽창에 의한 연쇄적인 작용이었다. 산업혁명 이후 서구 열강들의 세력이 확장되며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대상으로 식민지화하는 과정에서 작고 큰 분쟁이 끊이지 않았고 그들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 상황에서 1914년 사라예보에서 황태자가 세르비아인에게 저격당하여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그에 분노한 오스트리아가 세르비아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그런 세르비아를 중심으로 협상국인 러시아, 영국, 프랑스, 미국, 일본 등과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동맹군인 독일, 오스만, 불가리아가 참전하며 전 세계가 전쟁에 휘말리게 되었다. 4년의 전쟁 끝에 종전을 맞았지만 그로 인해 다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협상국 측 총 22,477,500명, 동맹국 측 총 16,403,000명의 사상자를 내었다.



멈춰야 할 전쟁, 이어져서는 안 될 전쟁.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전쟁에 대한 광기와 그를 겪는 청년들의 폐해를 드러낸 작품이다. 독일인의 시점에서 그려진 작품이며 정치나 민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그 시대를 살아간 독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어 내었다. 1930년 작품보다 좀 더 사상적인 모습이 들어간 편이며 '황제'의 등장으로 인해 술렁거리는 부대의 모습도 보여준다. 1930년 작품이 전체적인 감정선을 잘 드러냈다면 1979년 작품은 관계와 내면의 감정을 중점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이다. 다소 세밀하면서도 인물의 행적을 명확하게 읊으며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무엇보다 어떤 이념과 사상을 넘어서서 전쟁을 치르는 개인의 모습에 집중하게 만든다. 현실과 전쟁터의 대비를 통해 '폴'의 참혹한 심정을 더욱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 전쟁의 실체를 겪지 못한 이들이 가벼이 말하는 말들은 당사자가 아님에도 상처로 다가온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전쟁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닫게 된 사람들은 이 전쟁은 개개인에게 손해가 되는 일이지만 누군가에겐 이득이 될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전쟁을 멈추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이상 없다'라는 합리화를 통해 무의미한 전쟁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면 국가의 이득 된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다. 자신보다 약한 국가를 식민지화하고 그저 전쟁을 스포츠로 여긴 어른들의 무지함은 수많은 청년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결과를 맞이했다. 개인은 죽어가지만 국가는 '서부 전선 이상 없다'라는 말을 남기며 참혹함을 더한다.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전쟁이 이제는 멈추길 진심으로 바란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죽어가는 적군에게 말을 하는 폴의 모습이었다. 어떤 사상과 이념과는 상관없이 조국을 위해 싸운 결과로 인한 죽음에는 어떤 적대감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적군이 아닌 사람과 사람으로서 개인을 대하는 모습을 통해 전쟁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아래는 1930년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 리뷰이다.


https://brunch.co.kr/@mindirrle/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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