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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Mar 21. 2024

불확실한 시대 속 아래 피어난 사랑.

영화 <사랑할 때와 죽을 때> 리뷰


더글라스 감독의 1958년 <사랑할 때와 죽을 때>는 2차 세계대전 중 독소전쟁에 대한 내용을 다룬 영화이다.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소설 <사랑할 때와 죽을 때>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으며 전작이 서부전선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동부전선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전쟁이라는 역경 속에서도 사랑과 인간의 본성, 소중한 순간을 지키고자 하는 욕망을 다루고 있다.



여기도 전쟁, 저기도 전쟁.


한창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동부전선, 계속된 후퇴와 부대원들의 불만이 극대화된 가운데, 3주간의 휴가를 받게 된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에른스트 그래버는 고향에 돌아와 2년 동안 소식이 끊겼던 부모님을 만나러 간다. 하지만 그가 살았던 도시는 폭격으로 인해 폐허가 되어 있었고 부모님의 생사는 알 길이 없었다.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아버지의 친한 친구였던 의사 크루제 박사의 딸이자 대학교 동창이었던 엘리자베트를 만나게 된다. 그녀와 우연 이상의 만남을 가지며 사랑에 빠지게 된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결혼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그는 다시 휴가에서 복귀하게 되는데,,



익숙한 죽음, 낯선 고향.


오래된 전쟁 속에서 죽음은 흔한 것으로 여겨지고 사태의 심각성으로 인해 은폐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오게 된 그래버, 고향에 돌아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쁘고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전쟁 이전과 다를 바 없어 보였던 겉모습과는 다르게 전쟁통과 다를 바 없는 도시의 모습을 보고 충격에 빠지게 된다. 전쟁이 시작되며 마을로 폭격이 계속해서 이뤄졌고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일이 허다하게 된 것이다. 제정신으로 살아가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사람들 사이의 불안정함은 날카로움으로 바뀌기 일쑤였다. 부모님의 행방뿐만 아니라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은 그를 괴롭게 만들었지만 친구의 도움으로 옛 친구들을 만날 수 있게 된다. 그러던 중 만난 엘리자베트는 예전의 모습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아버지의 친한 친구였던 크루제 박사는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강제 수용소에 끌려갔고 그로 인해 엘리자베트는 나치당원인 린저 부인의 감시를 받고 있었다. 조국을 위해 나간 전쟁이지만 나치가 저지르고 있는 이 전쟁이 과연 올바른가에 대한 생각을 가지기 시작한다.



동부 전선 이상 없다?


서부 전선은 전쟁 초반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면 동부 전선은 전쟁이 심해지고 잔인함이 더욱 돋보이는 모습이다. 영화에서는 전쟁 속의 모습이 아닌 다시 돌아온 고향에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원작과는 많이 달라 전작과 별개의 이야기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전쟁의 잔혹함과 허무함을 잘 드러낸다. 특히 그래버는 중립적인 캐릭터로서 존재하고 어떤 이념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적절한 주인공 캐릭터였던 것 같다. 전쟁의 잔인함과 무자비함을 더욱 환멸적이게 받아들였고 그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이 참으로 비극적이게 느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끊임없는 전쟁을 펼치고 내부적으로도 감시 체제를 통해 사람들 사이의 불신을 만들어 내는 이 모습이 참으로 참혹했다. 전쟁과 개인의 비극을 통해 강렬하게 전달하는 점도 분명히 좋지만 조금 더 섬세한 전개와 캐릭터의 내면을 더 다채롭게 다루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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