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봇 드림> 리뷰
파블로 베르헤르 감독의 <로봇 드림>은 2024년 3월 13일에 개봉한 영화이다. 사라 바론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로 제76회 칸 영화제 특별 상영 부문에서 최초로 공개되기도 했다. 이 영화는 관계의 어긋남과 단절, 그리고 다시 만난 인연의 아름다운 이별을 다루고 있다. 영화는 대사 없이 음악과 영상만으로 감성을 자극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북적거리던 도시의 소음이 잦아들고 불이 꺼진 깜깜한 밤, 한 아파트에 사는 도그의 모습을 비춘다. 홀로 게임하고 밥을 먹으며 TV를 보는데, 건너편 커플의 모습을 보니 더욱 고독해지는 건 왜일까. 때마침 "Are you alone?"이라는 문구가 뜨며 TV에서 반려로봇을 판매하는 광고가 송출됐고 도그는 곧바로 전화를 걸어 주문하게 된다. 그리고 배송된 박스 안에 들어있는 로봇을 조립하여 완성한 후 작동된 로봇과 친구가 된다. 혼자였던 일상에 로봇이 추가됐을 뿐인데, 이전과 다른 즐거움이 찾아왔다. 함께 하는 시간이 늘수록 추억도 겹겹이 쌓이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둘은 버스를 타고 해변에 놀러 가 함께 물놀이하며 즐겁게 지내다 깜빡 잠이 들게 된다. 다시 깨어났을 땐, 로봇은 움직이지 않는 상태였고 도그는 로봇을 들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해변에 둔 채 혼자 집에 온 도그는 수리 도구를 가지고 다시 해변을 찾는다. 하지만 이미 해변은 닫힌 상태였고 여름 개장은 내년에 다시 연다는 공지만이 있을 뿐이었다. 내년 6월을 기약해야 하는 상황에서 로봇의 빈자리는 크기만 하다. 과연 둘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해수욕장에 놀러 가 즐겁게 놀았지만 예상치 못한 이별을 하게 된 도그와 로봇. 도그는 여러 차례에 걸쳐 로봇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매번 가로막혔고 내년을 기약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반면, 로봇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도그를 만나게 되지만 매번 꿈이라는 것을 자각하게 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지금의 상태로는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으나 언젠가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그를 끊임없이 깨어나게 만들었다. '만약'이라는 단어가 가져다주는 여러 가지 감정은 바로 그런 것이다. 다시 도그를 만나 예전의 일상을 되찾는 일, 도그의 옆에 다른 로봇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은 돌아가고 싶다는 의지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여러 동물로 인해 자기 몸이 해체되고 새로운 동물을 만나며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된다. 마침내 누군가를 만났을 때,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현재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이와의 소중한 만남과 지난 인연과 이어왔던 이별을 해내며 자신의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빈자리를 느끼던 도그는 새로운 동물들을 만났지만, 그들 사이에서의 단절을 느끼게 된다. 로봇과의 만남과 달랐을 뿐만 아니라 쉽게 만난 만큼 가벼워지는 관계 탓일지 번번이 실패하는 자신에게 숱한 절망감을 느낀다. 그렇게 1년이 지나 해변이 개장했고 드디어 로봇을 만나러 가는 지금! 냄새를 맡아 로봇의 흔적을 찾아보지만, 다리 하나 말고는 얼굴도, 몸도 보이지 않았다. 흔적 없이 사라진 로봇의 자리를 파내다 쫓겨나게 된 개는 반포기 상태로 집으로 돌아와 로봇과 함께했던 추억을 떠올린다. 그리고 다른 로봇을 찾아 새로운 만남을 이어간다. 그렇게 추억을 쌓아가던 도그는 자신을 찾아온 로봇과 재회하게 된다. 하지만 현재의 관계에 대한 배려와 과거의 관계에 대한 존중으로 아름다운 이별을 건넨다.
영화는 대화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관계의 촉촉함을 잘 다뤄냈다. 이 영화는 관계의 어긋남과 단절, 그리고 다시 만난 인연의 아름다운 이별을 다루며, 특히 관계의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올 것이다. 사실, 기대했던 이야기와 매우 달랐고 함께 하는 시간보다 헤어지고 서로를 생각하는 시간이 더욱 길어서 몰입하기가 어렵기도 했다. 그래서 관계의 영원성에 대한 회의를 담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관계의 속성을 보다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해피 엔딩의 이름으로 장식되지는 않지만 '어른'의 방식으로 관계의 정리로 마무리하는 모습이다. 지금과는 다른 관계는 는 분명히 아프지만 상대의 행복을 위하는 성숙한 관계를 보여준다. 로봇은 도그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없고, 도그가 로봇이 어떻게 지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은 서로의 탓을 하지 않는다. 이 부분은 서로를 어떻게 생각했고 존중해 왔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관계의 어긋남이 갈등에 의해 파생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자연스럽게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입장 차이와 타이밍의 중요성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이 수많은 선택은 누구 잘못으로 인한 상황이라기보다는 그 순간에 했던 최선의 선택의 결과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