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사코> 리뷰
겹치는 외면, 다른 외면은 혼란스러움을 가중한다. 같은 얼굴이지만 전혀 다른 성정을 가지고 있는 바쿠와 료헤이. 그들은 서로를 모르지만 아사코는 그 둘 사이를 가로지른다. 혼란스러운 감정 사이에서 당연하게도 다정함에 내려앉은 아사코는 자유에 끌리더라도 사소한 어떤 방법으로 자리를 찾게 된다.
첫사랑이었던 바쿠는 자유롭고 충동적이며 언제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를 사람이다. 한편, 료헤이는 안정적이고 다정하며 감정을 끊임없이 표현하는 회피하지 않으며 힘든 사람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그런 사람이다. 키스와 운전 장면을 통해 둘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것을 깨닫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흔들릴 것이다. 그것이 자연현상이든, 자신이 일으키는 마음의 요동이든.
모든 것을 바꾸는 한순간의 선택이 충동적인 태풍을 일으켜 상처를 입힌다. 그렇게 소리 없이 왔다가 소리 없이 스쳐 지나가는 장마처럼 늘 그 자리에 당연하던 다정함이 그를 기다린다. 하지만 그 다정함은 그를 스쳐 지나가 다른 선택을 하는 순간, 모든 신뢰는 무너지게 되었다. 다시 돌아온 긴 시간에서 새로 시작한 긴 시간이 불안감으로 번지겠지만 변치 않는 다정함이 금방 눈을 돌리려는 불안정을 그러안을 것 같다.
어쩌면 지독하게 사랑을 좇는 건 불안정하게 여러 궤도를 도는 아사코가 아닌 그런 행동에도 문을 열어두는 료헤이일지도 모르겠다.
료헤이에게서 바쿠를, 바쿠에게서 료헤이를 바라봤던 그는 다시 그와 그의 사이를 맴돌게 될까. 같은 공간에서 다름을 느끼는 순간 당연하게 생각했던 다정함에서 배려와 희생을 발견하고 허황한 것에서 벗어난다. 그의 사랑이 그저 불은 강물처럼 투명한지 더러운 부유물이 떠다니는지 모를 정도로 흔들린다. 신뢰에서 흔들리는 사랑, 그 끝엔 무엇이 서 있을지 궁금해진다.
'寝ても覚めても'는 아사코 영화의 원제로 '자나 깨나'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인물의 낮과 밤이 반복되고 관계의 끝과 시작을 통해 끊임없이 질문을 하게 만드는 이 영화는 아사코의 성장도 주요 관람 포인트지만 영화 내내 무표정으로 일관했던 아사코의 얼굴에 웃음이 번지는 순간, 보이는 료헤이의 무표정이 인상적이다.
실제가 될 줄 몰랐던 서툰 사랑이 영화와 대조되며 펼쳐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영화와 실제 인물들이 묘하게 마주치면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영화에서도 실제로도 신뢰를 주지 않는 관계 진행이 아사코라는 영화에 더 몰입하게 만들어 돌아온 아사코의 모습에도 보는 사람조차도 신뢰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야기를 숨김으로써 되돌아보지 않는 일본의 현재와 달리 이 감독은 계속해서 드러내 일본을 되돌아보려 하는 모습과 감정에 개입하지 않아 그의 작품을 계속해서 보게 만드는 것 같다. <스파이의 아내>, <드라이브 마이 카>, <아사코>까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인간의 감정들을 그의 작품에서 꺼내어 볼 수 있었다. 여전히 상영관이 없어 헤매지만 하마구치 류스케의 지난 작품들로 아쉬움을 달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