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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Jun 05. 2022

우연이 불러오는 상상의 관계.

영화 <우연과 상상> 리뷰


긴 상영시간만큼이나 영화에서 다가오는 의미가 깊은 하마구치 류스케의 영화들은 길지 않으면 어색할 정도다. <아사코>, <해피아워>, <드라이브 마이 카>는 잔잔하고 차분하게 그려온 흔적으로 꽉 찬 이야기를 담았고 <우연과 상상> 또한 그렇다. 지금에야 만나게 된 우연과 상상은 평범한 일상에서 놓치고 있었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21분의 상영시간 속에 나누어져 있는 옴니버스 형태의 영화들은 제1화 마법 (보다 더 불확실한 것), 제2화 문은 열어 둔 채로, 제3화 다시 한 번으로 구성되어 있고 서로 이어지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게 볼 수 있다. 예상치 못한 전개와 결말을 가지고 있는 ‘우연과 상상’이라는 영화 속에서 산책하듯 걸어보려 한다.

  


제1화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것)

메이코는 택시 안에서 친구 츠구미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인연이 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어떤 건물로 들어간다. 바로 전 남자친구였던 카즈아키, 그에게 당시에는 몰랐던 자신의 감정을 쏟아낸다. 그의 솔직한 마음이 시간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고 우연에서 온 상상이 그저 상상으로 남으면서 공사장의 시끄러운 소리와 맞물린다. 사랑이면서 마음이었던 마법이 소리도 없이 사라진다. 좋아함에도 상처를 내는 그 감정은 그저 상처였다.   

  


제2화 문은 열어둔 채로

무릎을 꿇는 한 대학생의 맞은편에 문은 열어두라는 교수의 단호함이 묻어난다. 그 대학생이 낙제를 당해 교수에게 복수하려 섹스 파트너인 나오를 이용한다. 나오가 세가와 교수에게 찾아가며 낭독을 하며 유혹하지만 쉽게 넘어오지 않는 세가와 교수. 오히려 진지한 내면의 이야기를 나누다가 펼쳐지는 내면의 교감이 나오에게 하여금 큰 용기와 존중을 쥐여준다. 그 순간이 무색하게 무너지는 것들이 흩어지며 어떤 우연과 상상이 희미해지는 듯하다. 개인의 의지와는 다르게 펼쳐지는 어떤 인생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이 에피소드는 다시 만난 우연이 주는 상상이 어떨지 궁금해진다.     


“바꿀 수 없는 제 모습을 구역질 난다고 하면 어떡해야 할까요?”

”전 무라야마 씨 인생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몰라요. 하지만 주변에서 자신을 가치 없다고 치부한다면 맞서 싸우세요. 세상의 잣대로 자신을 평가한다면 거부하세요.”     



제3화 다시 한번

우편이 회귀한 세상의 나츠코는 동창회에 참석하여 누군가를 찾지만, 그가 찾는 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집으로 가는 기차역에서 우연히 만난 누군가는 나츠코가 찾던 사람이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그의 집으로 가 대화를 나누지만, 자신이 찾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서로가 알아봤던 누군가의 역할을 통해 진정한 이별을 나누게 된다.   

  


우연과 상상은 서로 먼 것처럼 느껴졌으나 이 영화에서만큼은 무엇보다도 가까웠다. 우연을 통한 만남이 상상으로 이어지며 그들의 감정과 행동에 솔직할 수 있게 된 그 마음이 자유롭게 영화 속을 유영한다. 우연한 대화, 만남에서 비롯된 어떤 감정들이 적절하게 표현되어 연극을 보는 듯했다. 상상과 현실 사이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통해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에 가까워지다가도 테두리에 머무는 느낌이 들어서 위로받다가도 무안해지기도 했다. 뚜렷한 이야기도 좋지만, 우연히 만나 곱씹어 볼수록 생각이 새어 나오는 영화가 좋아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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