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영화 <새벽의 모든> 리뷰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새벽의 모든>은 미야케 쇼 감독의 신작 영화이다. 세오 마이코 작가의 <새벽의 모든>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각자의 상황과 감정을 함께 나누며 살아갈 수 있을 어떤 새벽의 이야기를 다뤄낸 영화이다. 재미있게 봤던 소설을 연출한 영화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기대되었고 상상만 했던 소설 속의 장면을 영화의 보이는 장면으로서 감상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어떤 것도 확정 짓지 않고 자연스럽게, 조금씩 나아가는 인물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한 영화이다. 영화를 기다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기다릴 가치가 있다고, 영화가 건넬 이야기를 꼭 들어보라고 말이다.
한 달에 한 번, PMS로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후지사와는 극단적인 증상으로 인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다. 단기적인 알바를 하며 생활을 했으나 한계를 겪고 자신의 증상을 이해해 주는 작은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PMS 증상의 날, 거듭하여 신경을 쓰지만 동료 야마조에의 행동에 분노가 폭발한다. 통제할 수 없을 만큼 분노의 감정을 느낀 후지사와는 야마조에에게 거침없이 날카로운 말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거듭된 사과를 건넨 후 우연히 야마조에의 공황 장애 증상을 알게 됐고 그것을 계기로 서로를 돕기 시작한다. 친구도 연인도 아닌 동지 이상의 관계가 되어가는 두 사람은 어떤 모습을 하게 될까.
어쩌면 생뚱맞게 느껴질 이 장면들은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은 채, 그대로의 모습으로 대하는 어떤 태도에서부터 오는 편안함을 나타내는 장면이다.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현재의 모습에서 괴리감을 느끼는 야마조에. 그에게 있어서 더 나아질지 모른다는 기대감과 주변사람들의 시선은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혼자인 것이 익숙한 상태에서 후지사와의 '이발'은 당황스럽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처음으로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이 이상한 상황은 또 다른 이상을 기대하게 만드는 순간일지도 몰랐다. 두 사람이 서로의 증상을 알게 되면서 자연스레 '이해'의 시선으로 변하게 된다. 야마조에는 틈틈이 이직을 준비했고, 회사의 쓸모에 대해 회의적으로 생각하던 인물이었지만 후지사와와의 관계를 통해 주변인들에게도 관심이라는 애정을 나누는 모습으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영화 속에서는 커다란 사건이 일어나지는 않으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은 영화와는 확연히 다르다. 하지만 이러한 사소한 일련의 사건들이 모여 만들어낸 변화는 이들에게 있어서 조금 다른 양상으로 다가온다. 희망 사항처럼 여겨지는 영화의 소망은 우주를 넘어 빛이 가득한 어떤 세계에 닿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그 모습은 마치 새벽을 지나 아침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잠시 머무르는 새벽의 모든 것에서 아침을 맞이하기 시작한다. 낮도 밤도 아닌 새벽의 시간에서 느끼는 햇살은 어떤 온기를 가지고 있을까. 장면 전환과 함께 이루어지는 빛의 소환은 그들의 연결고리를 더욱 끈끈하게 만들어준다. 또한, 빛과 어둠 속에서 길을 찾아가는 방향성을 제시하기보다 인물들이 스스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그저 지켜본다. 빛과 어둠을 조율하는 방식을 통해 두 남녀의 관계, 주변인들에 대한 감정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PMS나 공황장애는 치료가 쉽지 않고 평생 겪어야 할 어떤 증상이다. 겪지 않은 본인이라면 상상도 못 할 정도의 힘듦을 '우주'라는 설정을 통해 먼 미래, 먼 과거를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를 통해 조금이라도 서로를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서로에게 빛이 되어주었던 책, 서로가 스스로 빛이 될 수 있게 도왔던 영화.
전체적인 구성은 비슷하지만 설정은 조금씩 차이를 두고 있다. 가장 크게 두드러지는 것은 회사의 설정과 로맨스이다. 소설에서는 구리타 금속이라는 회사이지만 영화에서는 구리타 과학이라는 회사로 직종이 바뀌었다. 구리타 금속에서는 우수관 기와 등 건축자재, 못과 철사 등을 철물점이나 인테리어 업체에 납품을 했다면 구리타 과학에서는 어린이 교재용 망원경, 현미경, 천체 관측 키트를 만든다. 이들의 직종이 달라지며 지구에서 더 나아가 우주로 거리를 넓혀 시선을 옮겨간다. 주인공들의 성장과 더불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 어떤 발전으로 이어지게 된다. 각자의 길로 스스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그러면서 주인공 각자의 내면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으며 자연스레 두 사람 사이에서 묘하게 피어나는 로맨스 또한 사라지게 된다. 이점이 좀 아쉬웠지만 그래도 뻔하지 않은 영화로서 할 수 있었던 '최선'을 보여준 것 같았던 것 같다. 소설 중 영화관을 가지 못했던 야마조에에게 후지사와가 보헤미안 랩소디의 사운드 트랙을 사 와서 트는 장면이 있는데, 그 부분이 나왔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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