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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Sep 16. 2024

베테랑의 숙명 혹은 딜레마.

영화 <베테랑 2> 리뷰


<베테랑 1>에서는 법망을 빠져나가고, 제대로 된 처벌도 받지 않는 극악무도 범죄자를 소탕하는 장면을 통해 관객들은 통쾌함을 느꼈다. 하지만 입법 공백, 사법불신이 더욱 커진 대한민국은 2015년에 개봉한 <베테랑>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그래서 <베테랑 2>는 그 통쾌함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베테랑 2는 전작 베테랑을 다시 정의한다.



조태오 검거 후 강력범죄는 여전히, 그리고 끊임없이 일어나 사건을 해결하는 강력범죄수사대의 모습이 보인다. 그러던 중, 연쇄살인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며 전국이 떠들썩해진다. 그뿐만이 아니다. 연쇄살인범은 다음 살인 대상을 지목하는 인터넷을 공개했다. 그 대상은 바로 중죄를 저질렀음에도 심신 미약으로 인해 처벌을 약하게 받고 나온 사람이었다. 그런 사회의 흐름은 오히려 범죄자가 경찰의 경호를 받는 상황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반면, 해치가 등장하며 대중은 해치를 정의 수호신이라 여긴다. 흉악 범죄를 저질렀으나 적절한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죽어 마땅한 사람’을 없애주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부조리한 현실을 해소시켜 주는 모습에서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욕망을 이용하여 ‘구독과 좋아요’로 수익을 창출하는 사이버 레커들의 모습이 보인다. 정의 구현을 목표로 한다지만 다시 피해자를 재생산시키는 모습에서 범죄와 다를 바 없는 상황이 펼쳐진다.



범죄자는 분명히 처벌을 받아야 마땅한 사람이다. 하지만 사적제재가 시작되는 순간 사회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사적제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법의 권위가 무너짐에 따라 무법지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고, 그 상황을 사회 질서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얼마만큼의 처벌이 필요한지, 그것은 사실인지 누군가 정의를 내리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제보에 의지하기 때문에 사실 여부를 제대로 파악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허용할 시 잘못된 수사 및 판결에 대해 통제할 방법이 없으며, 무고한 이들을 보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객관적이지도 않고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에서 이루어진 것들이 좋은 결과를 맺을 리 없다. 무고한 사람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문제다.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 2>은 2024년 9월 13일 개봉했다. 제77회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었으며 제49회 토론토영화제스패션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정된 작품이다. 9년 만의 후속작인만큼 기대감도 커졌다. 9년 만의 후속작 <베테랑 2>은 여전히 변하지 않은 사회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1편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가 원했던 본질적인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또 다른 양상으로 범죄가 펼쳐진다. 악의 경계가 모호해진 것이다.



우리는 확실히 사이다에 목말라있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입법의 공백,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사법 불신이 이어지기에 우리도 모르게 누군가가 정의를 실현해 주길 바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영화 속의 장면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저 범죄자가 죽길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물음을 잊고 있었다. 과연 사적 제재가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일까? 그로 인해 우리는 정말로 바라는 정의를 얻을 수 있는 걸까?


<베테랑 2>에서는 어떠한 순간에도 누군가의 정의가 법을 우선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이 서도철과 박선우가 다른 이유이다. 서도철 형사는 모든 사실을 범죄로 규정한다. 살인에는 좋음과 나쁨이 없다는 것이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뀌고 마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고 사실과 진실이 확연히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특히 해치의 등장과 아들의 학교폭력피해의 사실은 도철을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무의식적으로 사법제도로 응징할 수 없는 자들을 응징하기 위해 ‘폭력’을 용인하기도 했던 도철의 가치관은 아들의 세계에 투영된다. 생각 없이 내뱉었던 자신의 모순된 말들과 행동들의 문제를 자각하게 된다. 의도 치 않은 정의의 영향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도 생각해 보게 만든다. 또한 사회문제와 관련된 미디어를 소비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재고하게 만든다. 정의를 단순히 쾌락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되며, 이러한 태도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런 사회를 ’ 우리‘가 만들었을지 모른다는 질문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영화의 액션과 연기는 역시나 만족스럽지만 최종적으로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1편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보다 인물들 간의 갈등과 심리적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법과 제도가 중대범죄들에 합당한 형벌을 가하지 않는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 이 영화를 더욱 아쉽게 만든다. 진지함과는 거리가 멀고 통쾌하기엔 다소 김이 빠지는 베테랑의 숙명 혹은 딜레마의 방향은 어디로 나아가게 될까. 아마도 <베테랑 3>에서는 어떤 결말로 완성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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