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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세상은 온통 나로 가득 찼구나.

영화 <룩백> 리뷰

by 민드레


오시야마 키요타카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룩백>은 후지모토 타츠키의 단편 만화 룩 백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 2024 비경쟁 부문 Annecy Présente 초청작이다. 원작의 감동을 잘 살렸다는 호평이 많은 만큼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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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노는 매주 학급 신문에 실리는 4컷 만화를 그린다. 학급 친구들은 항상 후지노의 그림을 칭찬했고 그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담임 선생님이 후지노를 교무실에 불러 쿄모토에게 만화의 한쪽을 양보해 줄 수 있겠냐고 부탁한다. 후지노는 교모토를 무시하며 어차피 그림을 제대로 그리지 못할 것이라며 양보해도 상관없다고 말한다. 그 후 학년 신문에 실린 교모토의 그림을 본 후지노는 충격을 받는다. 친구들에게는 대충 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실은 온 힘을 다해 스토리를 짜내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후지노는 누구보다 만화에 진심이었다. 그랬던 후지노가 쿄모토의 실력에 처음으로 열등감을 느꼈다. 주변의 칭찬에 익숙해있었던 만큼 자신보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자존심을 상하게 만든 것이다. 그때부터 후지노는 그림실력을 늘리기 위해 하루종일 그림에 매진한다. 후지노는 끊임없이 노력했지만 점점 격차가 벌어지는 결과에 좌절했고 포기하기로 결정한다. 그러던 중 교모토에게 졸업장을 전달해 주며 그녀와 처음 만나게 된다. 실은 쿄모토는 4컷 만화를 연재하는 후지노를 동경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후지노는 다시 한번 만화를 꿈꾸게 된다. 그들은 꾸준히 그리고 함께 그림을 그리면서 만화를 연재해 나가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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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을 계속 바라보게 만드는 영화라고 해야 할까. 동등한 위치로 여겨지지 않았던 관계의 기울어짐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교모토는 뛰어난 그림 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때 묻지 않은 순수함에 스스로를 고립시키기도 했다. 쿄모토가 동경했던 후지노가 앞에 나타났고, 그녀의 등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후지노는 쿄모토를 이끄는 것처럼 보였지만 쿄모토의 그림실력을 뒤따라 가기 위해 노력했고, 그녀 또한 등을 바라보며 뒤따라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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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너와 내가 만나지 않았다면이라는 전제는 무의미한 상상이다. 일어나지 않을 일이며 변화도 생길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잘못이 아님을 후지노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보여주는 장면처럼 보였다. 비록 쓸쓸한 뒷모습을 지켜보아야만 하지만 생각으로 후지노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개인이 막아낼 수 없는 일까지 감당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때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삶의 방향처럼 교모토와의 재회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한가득 담겨있는 장면이라 더욱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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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창작의 고통, 고뇌를 그리고 있지만 그 속에서 발견되는 희망과 인간관계의 복잡한 감정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원작을 보지 않아 이 영화를 온전히 즐길 수는 없었지만 독특하면서도 감각적인 연출은 상상 이상의 아름다움을 펼쳐낸다. 이들의 생동감만큼이나 비현실적인 상황은 영화가 끝나며 찾아오는 적막감에 현실감이 없어지기도 했다. 처음엔 이 영화를 어떤 말로 설명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처음과 끝이 같은 마무리를 맺고 다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도 이러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영화 속에 오역도 있어서 후지노를 오해하기도 했지만 그녀의 표정만큼은 어떤 말을 하지 않아도 전해져 왔다. 분명한 건 변화는 있더라도 사계절 속에 변함없는 그들의 관계는 구구절절한 설명을 하지 않아도 알아챌 수 있었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달릴 수 있었던 것은 서로가 있었기 때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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