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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Sep 12. 2024

그때부터 달라진 우리 모두의 삶을 마주하다.

영화 <그녀에게> 리뷰


이상철 감독의 <그녀에게>는 2024년 9월 11일 개봉한 영화이다. 장애를 가진 아이를 둔 부모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낸 류승연 작가의 에세이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을 원작으로 두고 있다. 이 영화는 마지막 챕터, ‘아이의 장애를 알게 된 그녀에게’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이 영화는 그들의 세상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어도, 그 삶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강요도 비난도 없이, 그들의 시선을 관객이 함께 바라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모든 일을 계획해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통제하는 삶을 살아왔던 만큼 일에 대한 자부심도 컸던 상연. 아이를 낳고 복귀하겠다고 호기롭게 다짐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바로, 둘째 지우가 장애 판정을 받은 것이다.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일이 자신에게 펼쳐졌다.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으로서, 장애인 부모로서 살아가는 것 쉽지 않은 일이었다. 주변에 사과하는 것은 물론이고, 타인의 시선에 휩쓸리고, 아이에게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했다. 평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문제가 자신에게 닥쳐오며 내가 벌을 받는 건가 싶기도 했고, 둘째 지우가 족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주저앉지 않고 끝내 일어나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세상에서 한 사람으로 살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만 그녀의 마음처럼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물론 아이를 양육한다는 것은 힘들지만 가장 견디기 힘든 건 세상의 시선이다. 물리적인 폭력만이 상처를 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상연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지우의 자그마한 손길, 그리고 사람들 간의 연대였다. 무언가와 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함께'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자신과 같은 상황을 겪고 있는 '그녀에게' 혹은 '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같은 힘듦을 가진 당신에게 위로를 건네고 앞으로 같이 나아가자고 말하고 있다.



영화의 시선은 '엄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주 양육자인 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다루어지는 게 맞다고는 생각하지만 다른 가족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볼 수 없다는 게 좀 아쉬운 부분이었다. 물론 작업 초기 단계에서 '엄마'에 초점을 맞춰가자는 사전 조율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다른 세상에서 고군분투하는 아빠의 비중이 많지 않아 아쉬웠다.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요구되는 고충이나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좀 더 보여주거나 후속작으로 '그에게'와 같은 영화도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다. 또, 어른이 아닌 아이, 딸 지수의 감정이 온전히 드러나는 장면이 초반부에 머물러 있다 보니 그 시선들을 온전히 담기는 어려웠다. 의미가 좋다고 해서 다 좋은 영화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하지만 장애인 자녀를 둔 엄마가 어떤 과정을 겪고 있는지 차곡차곡 쌓아 담아내고, 그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든다. 특히 이 영화의 영문 제목은 BLESSER로 영어로는 축복하는 사람, 프랑스어로는 고통을 준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상반된 의미를 가진 이 단어가 이 영화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작에서 "축복은 한방에 터지는 로또 같은 것이 아니었다. 축복은 천천히 옷을 적시는 가랑비 같은 것이었다."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또, 사전적 의미의 장애인은 장애인이라는 단어는 障礙人, 가로막고 거리끼며 방해를 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의 장애인은 人, 길게 사랑받을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소개한다. 그 말이 참 예뻤다. 어떠한 편견도 담고 있지 않으며 단 한 사람도 허투루 생각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영화를 넘어 나에게로 다가온다. 그리고 영화는 그녀에게, 그녀에게, 또 그녀에게 옮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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