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데드풀과 울버린> 라뷰
그리웠던 데드풀의 입담은 거대한 파이어 에그로 돌아온다. 정말 놀랍게도 사실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게 데드풀이지!" 하고 속으로 감탄했다. 또, 영화가 청소년 관람불가인 이유를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납득했다. 초반에 어떤 영화라고 말해주는 데드풀이 그리워진다. 하지만 그립고 보고 싶었던 휴잭맨의 울버린이 나오니 아쉬움을 털어내 본다. 극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고 어떻게 데려와 어떤 이야기를 펼쳐낼까? 쏟아져 나오는 세계관에 당황할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한다.
<데드풀 2> 이후 케이블의 시계를 이용해 시간선 곳곳을 다니며 목적을 이뤘지만 '사고'를 친 것과 별 다른 차이가 없었다.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웨이드는 자신의 능력 발휘를 위해 어벤저스와 엑스맨에 지원하지만 거부를 당한 뒤 중고차 딜러로 일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TVA가 들이닥쳐 데드풀이 속한 세계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서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이 세계에 없는 울버린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시간선의 울버린을 데려온다. 그렇게 드디어 상스러운 말장난을 잠시도 쉬지도 않고 내뱉는 데드풀과 어두운 표정에 조용한 울버린, 상극인 두 히어로가 만났다. 첫 만남부터 심상치 않았던 두 사람은 같은 목적으로 다시 지구로 돌아오게 되었고 힘을 합쳐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로 결심했다.
중간의 이야기가 생략되어 이야기가 텅 빈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은 히어로의 숙명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분명히 다른 삶을 살아가는 각자임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공통분모가 존재했다. 그 크기는 사람들마다 다르지만 사람들과 다른 길을 건넌다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며 히어로들의 삶이 숭고함과 동시에 고통스럽다는 것을 짧게나마 비춘다. 설정 오류인지는 모르겠지만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라는 설정이 바네사에게는 통하지 않는 것도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종종 영웅에게 요구되는 여러 가지 조건들은 가혹할 정도로 기준이 엄격하다. 그래서인지 평행세계에 존재하는 영웅들이 모두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는 않다. 저마다의 성격과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전부 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에 따른 영웅 대접의 차별화보다 더 중요한 건 특별하지 않아도, 가치 없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쓸모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고 이용하며 가치가 없으면 버리는 행태야 말로 더 쓸모가 없는 일이다. 그 오만함은 버려야 마땅하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마블과의 세계관 융합작업이 이루어진다. 늘 그렇듯 MCU의 허들이 마음에 걸리지만 이 영화에서는 좀 덜하다. 데드풀이 사랑받는 이유는 영화라는 매개체에 국한하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하며 액션의 재미를 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MCU에 포함된다고 했을 때, 기대도 분명히 됐지만 걱정도 됐었다. 자칫 데드풀의 속성이나 성격에 영향이 갈까 걱정이 되었지만 데드풀의 세상에 마블의 세계관이 좀 더해졌을 뿐 데드풀을 막아서지는 않는다. 이 공간에서 데드풀이 자유롭게 뛰어놀며 마음껏 입담을 털어놓을 수 있게 내버려 둔다. 그래서인지 폭스가 처박힌 모습이라던지 마블이 무리하여 확장한 멀티버스가 망했다는 것을 익살스럽게 조롱(?)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더 나아가 마블의 구세주가 되겠다는 데드풀의 호언장담이 결코 농담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스스로를 위기로 내몬 MCU는 이제, 정말 달라져야 한다.
향수를 자극하는 마블 히어로 시리즈의 주인공들이 재등장하며 세대 융합을 이끈다. 그들이 사는 세계에서 자신들의 존재가 잊혔다고 해서 절망하지 않고 오히려 데드풀을 도와주겠다고 말하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뭉클했다. 그들이 있기에 어벤저스가 존재할 수 있었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 장면이었다. 그 시절을 경험하지 않았음에도 그들의 놀라운 활약은 마블만이 보여줄 수 있는 화려한 액션을 다시금 보여준다. 굳이 멀티버스가 아니어도 충분히 히어로물을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 같기도 하지만 너무 많은 서사가 액션을 얼룩덜룩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아쉬웠다. 엑스맨과 데드풀의 케미가 아니었다면 단점이 극대화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