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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Aug 05. 2024

사회적 기대 속,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은 일치하는가.

영화 <파일럿> 리뷰


김한결 감독의 <파일럿>은 2024년 7월 31일에 개봉한 영화로, 원작 <콕피트>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조정석 배우의 코믹스러운 연기와 한선화 배우와의 케미가 영화 속에서 소소한 재미를 더한다.



최고의 비행 실력을 가진 파일럿이자 여러 tv쇼에 출연할 만큼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정우. 하지만 순간의 잘못으로 성희롱 파문에 휘말리게 되며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게 된다. 블랙리스트가 되어버린 그를 받아줄 항공사는 어디에도 없었고 궁지에 몰린 한정우는 여동생의 신분으로 다시 재취업에 성공하게 된다. 일련의 사고로 스타덤에 오르게 된 한정미, 과연 무사히 들키지 않을 수 있을까.



영화는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이 겪는 부담감을 조명한다. 한국 사람들은 사회가 규정한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사람들은 행동 하나로 쉽게 평가받고 결정지어지는 현실을 살아간다. 진실보다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와 완전무결함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 사회에서, 한정우가 여장을 하며 겪는 일들을 통해 성별에 따른 차별과 고충을 드러내고 있다. 쉽게 평가 내리고 결정짓는 일이 익숙해진 이 사회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 자신에게 떳떳해지는 일이다.



한정우가 여장을 함으로써 그는 어떤 것을 느끼게 됐을까. 여성으로서의 고충? 지난 과거에 대한 반성?  영화가 하고 싶은 말과는 별개로 중구난방으로 펼쳐지는 이야기가 주제를 희미하게 만든다. 과연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남성의 입장이 아닌 여성의 입장이 된 한정우는 자신의 세상에서는 경험해보지 않았던 차별과 은근한 성희롱을 마주하게 된다. 면접에서의 차별적인 질문, 회식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은근한 성희롱. 한정미가 된 한정우는 자신의 방식으로 당차고 유연하게 대처한다. 그리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다시 돌아갈 곳이 있어서 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거침없는 추진력은 상상 속의 이야기 같다. 약간의 불편함을 이겨낼 수 있는 것 또한 근본적인 성별이 다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반면,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목소리를 내는 것은 윤슬기이다. 능력이 아닌 외모로 평가받게 되는 현실의 부당함을 명확하게 지적하지만 늘 그렇듯 좋지 않은 방향으로 거취가 결정된다. 하나의 단어로 분류될 수 있는 캐릭터라고 보이지만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 빠져서는 안 될 인물인 만큼 그렇게만 소비되기엔 너무 아까운 등장인물이었다.



영화 속의 한정우, 한정미에 몰입할수록 그 재미는 커지지만 그렇지 않으면 한없이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옳은 것과 그름으로 결정지을 수 없는 세상의 이야기를 담아내어 사랑스러움을 더한다. 하지만 조금 납득하기 어려운 영화적 허용은 안 그래도 부족한 개연성에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 스타급으로 유명한 한정우가 한정미의 모습으로 파일럿이 된다거나, 누구도 그를 의심하지 않는 모습이 아쉬웠다. 어디 그뿐만 인가. 한정우의 이야기도, 윤슬기의 이야기도,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다루어야 해서 인지는 몰라도 이야기가 중구난방으로 펼쳐진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다 많은 것을 놓쳐버린 것이다. 재미도, 감동도 놓치고 말았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은 주제의 진중함에 무게를 싣지 못한다.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는 알겠으나 진득하게 끝낸 이야기가 없어서 매우 아쉬웠다. 한정우가 아무렇지 않게 해온 말들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스스로 깨닫는 모습이나, 또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좀 더 자세하게 다뤘어야 했다. 영화 속의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 또한 매우 아쉬웠다. 전반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대결구조로 이루어진 전개나 사건의 전개에 영향을 미쳤으나 직접적인 해결이나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발전으로 이어지지는 못한다. 다른 성별의 역할을 통해 고충을 이해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문다. 동등한 위치에 서기 위해서는 완전무결한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증명해 준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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