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금지된 장난> 리뷰
1952년 르네 클레망 감독의 <금지된 장난>은 프랑스에서 제작된 영화이다.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산마르코 금사자상 (작품상), 아카데미 외국영화상을 수상하여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ost 로맨스가 유명하며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편 중 하나에 등재되기도 했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러하다. 제2차 세계대전 중 1940년 6월, 나치 독일의 프랑스 침공으로 프랑스 북부의 시민들이 남부 프랑스로 피난을 가게 된다. 그러던 중, 독일군의 전투기가 피난민들을 대상으로 기총 사격을 실시하고 사람들을 겁을 먹는다. 이들 중 하나였던 폴레트 가족은 피난을 가던 중, 차가 고장 나게 되면서 행렬이 멈췄고 다른 사람들이 달려들어 이들의 차를 도로 밖으로 밀어버린다. 완전히 망가져버린 자동차를 뒤로 하고 걸어서 이동하려는 찰나, 다시 한번 전투기가 사격을 개시한다. 그렇게 엎드려서 사격을 피하던 중 폴레트의 강아지가 겁을 먹어 도망치고, 폴레트는 그를 따라가게 된 것이다. 폴레트를 본 부모가 기겁하며 폴레트 뒤를 쫓는 그때, 다시 전투기가 사격하여 폴레트를 제외한 모두가 죽게 됐다.
죽음을 인지하지 못한 폴레트는 개를 품에 안은 채 울고, 지나가던 농부가 폴레트를 불쌍히 여겨 짐마차에 실어준다. 그때 농부의 아내가 불평을 하며 폴레트의 품에 안긴 개를 보고 죽었으니 버려야 한다며 근처 강에 개를 던져버린다.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폴레트는 짐마차가 선 사이 몰래 빠져나가 개를 찾아 강가로 가서 개를 건져내 품에 안는다. 강가 근처에 있던 폴레트가 근처에서 일을 하고 있던 미셸과 마주치게 된다. 미셸은 폴레트를 집으로 데려가 부모님을 설득해 한동안 맡기로 한 것이다. 무서울 때마다 콜레트는 미셸의 이름을 부르기로 하고, 그 목소리가 들리면 언제든지 달려가겠다고 약속하게 된다. 개를 묻어주고 싶다는 폴레트의 말을 듣고 제대로 된 묘지를 만들어주기로 약속한다. 그렇게 시작된 금지된 장난은 정말 예상치 못한 전개를 맞이하게 된다.
사람들의 사정과 인정은 전쟁이 치러지는 이 공간에서 결코 통하지 않는다. 이 상황을 벗어나 생존하는 것이야 말로 자신들에게 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전쟁이 치러지며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되면서 죽음이 사소해졌고 생명은 하찮게 다뤄진다. 죽음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소녀보다 더 잔인할 만큼 죽음이라는 광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처럼 영화는 처음부터 아이들이 아닌 어른들의 금지된 장난에 초점을 맞춘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수많은 십자가의 행렬은 그저 의미만을 남긴 채, 반복되고 있다. 본질적인 문제는 살펴보지 않은 채, 십자가라는 형상에 집착할 뿐 광기의 전쟁을 그만두지 못한다. 십자가를 가져가는 것에 비하면 광기의 전쟁이 훨씬 더 그릇된 행동이라는 생각이 맴돈다.
단란하게 울리는 로맨스와는 다르게 흑백의 화면은 영화의 결말을 안다는 듯이 희미하게 느껴진다. 오직 아이들의 표정으로 느낄 수 있는 진심 어린 태도는 서로를 위한 마음이 도드라지는 부분이었다. 영화 속에서는 어른들의 그릇된 태도가 잘못되었음을 꼬집고 있다.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로 자식을 때리는 모습이 지금과는 많이 달랐지만 전쟁이 치러지고 있는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폭력이 당연시되는 세상에서 과연 우리의 미래도 존재할까?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될 전쟁의 끝에서도 여전히 정신 차리지 못하는 어른들의 진심 어린 자성이 필요한 순간이다. 때론 어른의 호기심이 큰 상처를 내기도 한다는 것을 꼭 알아야 한다.
신의 가르침과 별개로 신의 언어를 해석하는 것은 인간에게 달렸기 때문에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는 해석의 결과물을 믿을 수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고해성사 후 사실을 밝히는 신부님의 모습도 참 모순적이라고 느꼈던 부분이었다. 또, 흥미로운 장면은 이념보다 무서운 사람들 사이의 편견을 다룬 것이었다. 돌레네와 이웃집의 불화를 다루는 장면이었는데, 단순하게 여겨지지 않아 더욱 인상 깊었다. 어떤 특별한 이유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원수처럼 지내고, 무고한 상황에서도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는 모습이 나라와 나라 간의 모습과 정말 많이 닮아 있었다는 점이 그러했다. 소년과 소녀의 금지된 장난은 어른들의 광기 어린 전쟁놀이에 비하면 그리 불경한 것도 아니다.
ps. 과연 미셸과 폴레트는 다시 만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