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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Aug 21. 2024

소설, 영화보다 더 실제 같은 한 사람의 이야기.

영화 <호밀밭의 반항아> 리뷰


누구나 자신이 바라는 삶을 꿈꾸지만 그것이 모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심연까지 파고든 한 남자의 이야기를 소개하려고 한다. 그는 바로 <호밀밭의 파수꾼>의 저자 J.D. 샐린저이다. 미국 사회의 반향을 일으키고, 어마어마한 사랑을 받은 <호밀밭의 파수꾼>을 만들어낸 사람. 그 소설이 탄생한 뒷배경에는 작가를 빼곡히 담은 삶이 있었다. 소설과 비슷하게 전개되는 이유 또한 이러한 점에서 나온다. 2018년 10월 18일에 개봉한 대니 스트롱 감독의 <호밀밭의 반항아>가 8월 21일 재개봉했다.



부족함 없이 자라왔지만 학창 시절의 방황으로 자퇴를 반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제리 샐린저는 모두가 선망하는 사교계의 스타인 우나 오닐에게 첫눈에 반한다. 그녀는 유명한 소설가가 아니면 상대해주지 않는 탓에 그녀에게 인정받기 위해 유명한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글을 쓰기 위해 대학에 다시 들어가게 된 그는 운명처럼 휘트 버넷 교수를 만나게 되었다. 특유의 오만함으로 수업 내용을 지적하던 제리에게 교수는 혹독한 평가를 내린다. 그렇게 교수에게 찾아가 자신의 글에 대해 다시 묻게 되면서 시작되는 휘트 교수의 언어는 샐린저의 세계를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었다.


이야기보다 성스러운 건 없다. 성경, 코란, 토라. 그 안의 이야기들은 너무나 강력해서 사람들이 실제로 신이 쓴 거라고 믿잖니. 그게 바로 이야기가 가질 수 있는 힘이다.



분명 제리에게는 잠재력이 있었지만 목소리가 이야기를 압도하는 탓에 그 심오한 세계로 독자들이 발을 들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작가가 되고 싶은 것과 실제 작가가 되는 것은 차이가 있었기에 작가의 목소리를 어떻게 내고, 이야기를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성공을 거두지 못하더라도 평생을 바쳐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끊임없는 창작과 출판사들의 거절 끝에 홀든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그 캐릭터는 문학적 성공을 가져다주었다. 그는 마침내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목소리가 이야기의 독특함을 만든다. 하지만 그 목소리가 이야기를 삼켜버리면 글은 자아의 표현에 그치고 독자의 감정적 체험이 못된다.



전과는 다르게 점차 모든 것에 진심이 되면서 많은 것에 실망하고 분노한다. 세상의 이야기, 자신의 감정이 책의 모든 내용이 되고, 소설 속 인물이 자신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제리가 전쟁에 참전하게 되면서 제리는 장편을 쓰라는 교수님의 제안에 쉽게 응하지 못한다. 죽기 전에 끝내지 못할까 두려웠고, 주변의 죽음이 자신을 삼킬 같기도 했다. 그렇게 무사히 전역을 하게 되지만 수많은 죽음에 둘러싸인 트라우마로 한동안 글을 쓰지 못한다. 분명 처음에는 쉽게 써졌던 이야기들은 마치 자신이 그려온 주인공 홀든이 죽어버린 것처럼 아무런 이야기도 펼쳐내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 뒤로 한참이나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제리는 한 종교를 만나게 되었고,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다. 모두를 감동시킬 <호밀밭의 파수꾼>의 시작이었다.



그는 독자의 이해와는 별개로 자신의 세계관을 소설에 구축할 수 있다는 그 마음으로 소설을 써 내려갔다. 마치 일기처럼 느껴질 수 있는 구간도 있지만 솔직함과 이상이 이 소설에는 더 많이 담겨 있었다. 나에겐 특별한 날이 타인에게는 별다른 날이 아닐 수도 있다는 그 생각을 넘어선 작가의 목소리가 독자들에게 전해진 순간인 것이다. 왠지 모르게 세상과 분리되어 있는 그를 유일하게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건, 소설 속의 홀든이라는 인물이었다. 부잣집 도련님의 치기 어린 반항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는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되찾고, 순수함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 노력은 마침내 성공을 하게 되었지만 그 뒤의 행보는 전혀 알 수 없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던 그에게 유일한 안식처가 된 소설에 갇히게 된 걸까.



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만큼 묵직하지만 후반부의 급 전개는 흥미로움을 떨어뜨린다. 특히 교수님을 용서하지 못하는 부분과 전쟁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매끄럽지 못하다는 점이 아쉬웠다. 이 영화를 보고 무엇이 남았는가를 쉬이 생각하기가 어려웠다. 특히 소설의 주인공인 홀든 콜필드와 작가 J.D. 샐린저가 맞닿아 있는 만큼  중심 캐릭터에 빠져들기엔 영화 전체의 흥미로움이 떨어진다. 책과 실제를 넘나들듯 한 전개였다면 더 흥미로웠을 것이다. 분명, 생의 결정적인 순간들이 영화에서 드러났겠지만 동떨어지는 몰입감으로 인해 제리의 심연까지는 파고들지 못한다. 다만, 예술가의 고충, 호밀밭의 파수꾼에 대한 이야기는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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