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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Aug 29. 2024

끊임없이 방황해도 앞으로 나아갈 당신을 응원한다.

영화 <한국이 싫어서> 리뷰


 2024년 8월 28일 개봉한 영화 <한국이 싫어서>는 주인공 계나가 행복을 찾아 한국을 떠나는 이야기를 다뤘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주목받기도 했다. 2015년 장강명 작가의 소설 <한국이 싫어서>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점뿐만 아니라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논의로 이어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20대 후반의 직장인 계나는 매일매일 인천에서 서울까지 2시간이 넘는 통근 시간을 거친다. 점심시간 우연히 동물 다큐멘터리를 보게 된다. 다른 가젤들처럼 피하면 될 텐데, 꼭 다른 방향으로 가 죽음을 맞이하는 한 마리의 가젤이 왠지 자신과 닮아 있는 것 같았다. 한국과 자신이 맞지 않다고 여겼던 계나는 문득 벗어난 이 길을 본격적으로 벗어나보는 건 어떨까 생각해 보게 된다. 참아 보려 해도 세상이 계가를 가만두지 않는다. 그렇게 남자친구와 가족들을 뒤로하고 뉴질랜드로 떠나게 된다.


 

낡은 톱니바퀴로서의 삶.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버거웠다. 출퇴근은 매일이 전쟁이고, 한겨울엔 너무 춥다. 경쟁력도 떨어지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이 한국이 싫다. 한국이 좋은 이유를 아무리 설명해 보아도 계나에겐 통하지 않는 말들이었다. 발전을 위해 만들어 놓은 것들이 개개인을 평가하는 수단으로 다시 이용되는 한국의 시스템에 완전히 질려버렸다. 별다르지 않은 하루 사이에서 ‘새로움’을 기대하는 건 사치였다. 그래서 계나는 한국을 떠나 뉴질랜드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새롭게 열어가려 한다. 그곳에는 가족도 없고, 한국에서 통했던 것들도 없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부당함에 부당하다 말할 수 있고, 사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타국 생활에 적응해 가며 뉴질랜드에서의 생활이 모두 평화롭게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었다. 어려움도 있었고, 이곳에서 살아갈 수 없게 된 사건이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계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작다 하더라도 행복이 보장된 나라에서 적응하겠다는 생각으로 살아간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고 했던가. 잇따른 방황으로 인해 혼란을 겪기도 했지만 현실과 이상을 깨닫게 된 계나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보게 된다. 그녀가 어떤 결말을 맞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처음보다는 더욱 뚜렷해진 목표로 자신의 행복에 닿게 되지 않을까.



사회가 정한 방향으로 갈 텐가. 걷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길 텐가.

 

삶은 방황의 연속이다. 내 앞에 놓여있는 나침반은 일정한 방향으로 나를 안내하지만 그것이 꼭 내가 가야 할 길은 아니다. 정답이 있는 삶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낙원도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삶의 주체가 되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살아야 한다. 영화는 나침반을 중간에 두고 자신이 어디로 가고 싶은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그곳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모두가 향하고 있는 곳이 개인의 만족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도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을 떠난다고 해서 행복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도, 한국에 남아있는 이들이 불행하다는 것도 아님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답을 내려주지 않은 만큼 나의 '선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시간이다.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

 

2015년을 뜨겁게 달궜던 장강명 작가의 <한국이 싫어서>, 10년이 지난 지금은 다를까?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많은 사람들이 제목의 강렬함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은 10년 전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건 아닐까. 영화 속에서는 한국과 뉴질랜드를 대비하며 그 간극을 더욱 넓힌다. 한국은 어쩌다가 나를 비롯한 사람들을 혐오하게 만드는 곳이 되었을까. 좁은 땅덩이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지금의 한국을 만들어 낸 그 노력처럼 행복을 누릴 수 있는 한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제는 경제 성장과 경쟁 위주의 사회에서 벗어나, 개인의 삶의 질과 행복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고, 다양한 가치관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하며, 특히 젊은 세대가 미래에 대한 불안을 덜 느낄 수 있도록,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삶의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원작과의 차이점.


제목에 비해 영화의 전개는 평범하고 미지근하게 느껴진다. 과거와 현재가 빠르게 오가는 장면은 산만하게 다가온다. 다양한 인물들을 담으려 해서 인지는 모르겠으나 계가를 중점적으로 이루어진 소설과는 다른 관점에 놓여있다.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많이 빠지면서 중간이 텅 빈 느낌을 준다. 10년이라는 세월만큼 책과의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영화 나름의 흥미로운 지점도 있고 각색에 신중함을 기울인 흔적들이 곳곳에 있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좀 더 많았다. 원작 소설의 장점이 영화에는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은 모습에 실망했다. 한국이 싫은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납득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계나가 한국을 떠나야만 하는 이유를 영화 속의 장면들을 통해 관객들이 유추해야 했다. 계나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지만 다양한 인물들을 담으면서 들여다볼 수 없게 됐다. 한국과 뉴질랜드를 오가며 이상과 현실이 다르다는 것을 계나의 말을 통해 전해질뿐 와닿지는 않았다. 또, 젠더 이슈를 인식한 것인지 소설에 드러난 부분을 축소하면서 설득력을 잃어버렸다. 원작 소설의 세월이 지나 다루지 못했던 이야기가 있었다면 ‘지금’ 한국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마 이런 내용이 담겨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굳이 영화관에서 시간을 내어 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의 중심에는 고아성 배우가 있다. 이 영화를 보아야 할 이유도 고아성 배우이다.




책 리뷰

 


https://mindirrle.tistory.com/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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