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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May 22. 2022

소거할 수 없는 조용한 마음이 펼쳐지는 순간들.

영화 <시라노> 리뷰


오만과 편견, 어톤먼트의 감독이었던 조 라이트의 새로운 작품 <시라노>는 2022년 2월 23일 개봉하여 봄이 오기 전에 관객을 찾아왔다. 따뜻함과 차가움이 동시에 어우러지는 뮤지컬 영화는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서사를 펼치며 로맨스 시대극의 정석을 보여준다. 영화에서 펼쳐지는 색채 마법은 눈도 귀도 즐겁게 만들며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를 풍요롭게 한다. 또렷한 색감과 배우들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더욱 풍부하게 드러나는 언어의 마법을 맛볼 수 있지만 뮤지컬 영화로서의 아쉬움이 극영화로 표현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번진다.



한칸씩 주인공들의 이야기들을 쌓아 외적인 아름다움과 내적인 아름다움이 휘몰아치며 한 편의 운율을 자아내는 영화 시라노. 세명의 인물들은 그 사이에 연결되어 있는 '편지'라는 매개체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드러낸다. 흩어지는 편지 속에 갈라지는 마음들을 조명하며 오래도록 겉모습에 가려진 영혼을 바라보는 시간이 겉모습에 가로막히는 듯한 모양새를 띄고 있었다. 현재 진행 중인 사랑이 엇갈린 사랑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록산은 영혼을 사랑한 걸까, 모습을 사랑한 걸까.


현실에 가로막힌 어떤 생각이 이성적인 행동을 저버린 채 마음이 이끄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모습이 현실의 벽으로 자리잡아 있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속고 속이는 상황에서 어떤 사랑이 고개를 들 수 있을까. 그저 상처 입은 채 그 자리에서 죽어갈 수 밖에.



어떤 단어로도 표현하기 힘든 사랑이란 것은 아무리 마음의 소리를 줄여보아도 소거할 수 없다. 침묵을 참지 못하고 모습을 드러내버린 대신할 수 없는 그 마음이 어떤 방향이든 어떤 방법이든 흩뿌려지듯 흩어진다. 그 흩어진 목소리, 마음, 언어. 자신이 사랑한 것이 당신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채고 사랑한다고 말해보지만 너무 늦어버린 죽음의 시간은 끝내 따라잡지 못한 그의 눈을 바라보며 울부짖어도 소거할 수 없는 조용한 마음이 떠나가게 두었다. 사랑한다는 한마디 건네지 못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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