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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Oct 12. 2024

미묘하고도 이상한 곳, 나미비아의 사막.

영화 <나미비아의 사막> 리뷰


정말 기가 막히는 영화였다. 처음에는 별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무한한 자유에 빠져들게 되는 느낌이 기묘하다. 배우는 굉장히 매력적이며, 그 캐릭터를 정말 잘 소화해 냈다. 이런 요소들이 영화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분명히 별로라고 생각했던 영화였지만, 그 안에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명확한 해답이 떨어지지 않더라도 나름의 해석을 통해 의미를 찾으려 노력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많은 뜻이 담겨있지 않을 수 있지만, 알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영화 포스터가 지문인 것처럼, 영화의 정체성도 이 지문에 맞는 손을 가져다 대어야만 그 안을 들여다볼 수 있을 만큼 어렵게 다가왔다. 야마나카 요코 감독의 <나미비아 사막>은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의 창 섹션 부문에 초청된 작품이다.



캐릭터 자체가 굉장히 특이하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쿨한 느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무기력한 모습을 한 그녀의 이름은 카나. 타인과 이야기를 할 때, 주의를 기울이지 않거나 즉흥적인 행동을 책임지려 하지 않는 모습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나의 모든 것을 사랑해 주길 바라는 마음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듯했다. 타인의 세계를 '카메라' 너머로 이해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도무지 이해하기는 곤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일까 영화가 채워놓지 않은 인물의 공백은 카나에 대한 편견을 고정시키는 느낌을 준다.



나미비아라는 이름은 아무것도 살 수 없는 황량한 지역을 의미한다고 한다. 카나는 항상 나미비아의 사막 영상을 보곤 하는데, 그 고요한 적막 속 '쉴 틈'을 꿈꾸는 것일까.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 공간에 들어서기 힘들다는 점은 분명하다. 도쿄의 풍경과 대비되는 나미비아의 사막은 절대 찾아올 수 없는 무의미함을 상징한다. 끝내 찾을 수 없는 오아시아를 카나는 늘 갈구하지만, 그것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그 아래에는 깊은 갈증과 외로움이 숨겨져 있는 듯하다. 진정으로 쏟아내야 할 감정의 찌꺼기를 그릇된 방식으로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뱉어내고, 사랑을 핑계로 타인을 상처 입힌다. 이는 불안과 결핍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이지만, 카나의 불안과 결핍은 그런 방식으로는 채워질 수 없다. 결국 그녀는 자신이 해내야 할 것들을 미루고 있을 뿐이다. 한 발짝 나아간 만큼 그 어려움 속에서 진정한 오아시스를 발견할 카나를 응원하고 싶어 진다.



그녀의 사정을 명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분명히 고충이 있어 보였다. 아버지와의 관계, 직장에서의 어려움, 중국계 일본인으로서의 정체성 등 여러 요소들이 그녀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다. 이러한 배경이 그녀가 미래도 목표도 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만든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내면에서 새어 나오는 불안감은 폭력으로 표출된다. 가까운 사람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종종 희미하고 별 것 아닌 것처럼 여겨지지만 벗어날 수 없기에 더욱 두렵고 불안하다. 유독 여성이 남성에게 가하는 폭력에 무감각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어떤 폭력의 모습이든 무감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일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카나'는 그런 존재로 남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남아도 괜찮다는 것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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