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검은 수녀들> 리뷰
2015년 개봉한 <검은 사제들>의 후속 편 <검은 수녀들>은 2025년 1월 24일에 개봉한 영화이다. 전작이 약 5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영화 오컬트 장르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던 만큼 큰 기대감을 불러왔다. 이번에는 권혁재 감독이 연출하여 악령에 씐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기된 의식에 나서는 수녀들의 이야기를 그렸다고 한다. 이번 영화를 위해 송혜교 배우가 6개월 간 흡연 연습을 하며 해당 역할에 열연을 다했다는 후문이 밝혀지며 더욱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유니아 신부는 김범신 신부의 제자로 검은 수녀라고 불린다. 몸에 악령이 깃든 희준을 구마하는 안드레아 신부를 도와 구마 의식에 참여하지만 실패로 끝이 난다. 쉽게 구마되지 않는 악령의 정체가 12 형상 중 하나라고 확신한 유니아는 '금기'를 깨기로 한다. 하지만 담당의 바오로 신부는 구마를 믿지 않으며 정신병의 일부로 의학으로 희준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한시가 급했던 유니아는 바오로의 제자 미카엘라 수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처음엔 그런 유니아를 이해할 수 없었던 미카엘라는 점차 함께 하게 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구마 해야 한다는 장미십자회의 말이 있었지만 소년을 살려야 하는 이유가 있었던 위험한 의식이 시작된다.
전형적인 수녀의 이미지에서 벗어난 유니아 수녀. 유니아는 '서품을 받지 못하는 성직자는 구마를 할 수 없고 수녀는 서품을 받지 못한다'라는 금기를 가뿐하게 깨는 듯 보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검은 사제들>의 김범신이 그랬듯 유니아 수녀 또한 고위 성직자들에게 압력을 받는다. 유니아 수녀가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수녀는 서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무모하다 할지라도 아이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자신의 몸도 불사할 정도로.
어쩌면 무모할지도 모를 유니아 수녀의 행동들은 김범신의 제자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었을까. 전작에서도 보였던 규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위 성직자들에게 도전하는 모습이 겹쳐 보이지만 유독 힘겨워 보였던 건 유독 여성 성직자에게 엄격한 규율을 거스르기 힘들어서 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규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가 살 수 있는 것이었고, 지극히 정성을 다한다면 그 요건을 다 뛰어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악마가 노리는 두려움을 넘어서 과거를 마주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준다. 금기를 깨는 것이 불신에 의한 욕망이 아니라 숭고한 희생에 대한 이야기임을 강조하고 있다.
금기를 깨는 요건 중 하나였던 한국 무속 신앙에 대한 이야기는 생소하면서도 흥미로웠다. 가톨릭의 구마 의식, 한국 무속 신앙, 그리고 타로의 요소를 조합한 시도는 신선한 접근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조합은 이야기 전개에 매끄럽게 녹아들지 못했다. 각 요소가 왜 등장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영화의 중심적인 서사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부족했다. 가톨릭적 서사와 무속적 의례, 타로라는 세 가지 축은 독립적으로는 흥미로웠지만, 함께 어우러질 때에는 단편적이고 산만했다. 특히 가톨릭 구마 의식과 무속 신앙 간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방식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졌고 몰입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이는 영화의 스토리와 연출이 각 요소를 유기적으로 엮어내는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김범신이라는 이름을 언급하고 넘어가는 유니아 신부에 대한 이야기는 그저 스쳐 지나간다. 그녀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는데 그 이야기를 건너뛰며 그 공백을 다 채우지는 못한다. 그래서인지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부분들을 생략하며 인물들에게 몰입하기가 어려웠다.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흥미로움은 있었으나 그 이상의 역량을 보여주지는 못한다는 점이 아쉬웠다. 오컬트 영화의 특성상 퇴마 과정이 가장 흥미로워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솔직히 가장 흥미롭지 않았다. 퇴마 과정에서 전작과 겹쳐지는 설정이 거리가 멀어지면서 악령이 쉴 새 없이 내뱉는 말들에 지쳐간다. 악령의 입에 성물을 집어넣으며 입을 다물게 만드는 유니아 수녀의 박력에 감탄하게 된다. 또한 기존의 구마 의식을 다룬 영화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성수를 아낌없이 들이붓는 모습은 신선했다. 유니아 신부를 통해 인간의 신념과 희생의 가치를 느끼게 만들어준다.
우선 영화는 전작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지만 전혀 다른 느낌을 자아내고 있다. 공포스러운 분위기나 긴장감보다는 두 사람의 관계성을 두드러지게 하는 드라마적인 연출이 오컬트 영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아쉬움을 보완하는 송혜교 배우의 열연이 두드러져서 인상 깊었다. 영화 속의 음향 상태로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부분이 꽤 많아서 자막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검은 사제들의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전작을 꼭 보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장재현 감독의 손에서 탄생했다면 어땠을까. 결말 또한 그리 강렬하지 않아서 후속작에 대한 흥미를 자극하기엔 다소 부족해 보인다.
검은 사제들 리뷰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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