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리뷰
왜 우리는 항상 타인을 미워하는 걸까.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맞이하고도 계속해서 잘못을 반복하는 것은 말의 힘을 정확하게 알지 못해서라고 생각한다. 타인에게 끼칠 말의 힘이 자신에겐 오지 않으리라는 그 오만함이 악순환을 반복하게 만드는 걸지도 모르겠다. 혐오의 시대에서 꼭 필요한 마음가짐이 담겨 있는 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는 2025년 2월 26일 개봉 예정이다. 김혜영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으로 한국 최초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수정곰상 제너레이션 K플러스 작품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인영은 예술단에서 무용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던 중 사고로 엄마를 잃고 혼자 살아가게 됐다. 하지만 월셋집을 빼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고, 예술단 한 구석에 몰래 숨어 지내다 감독 설아에게 들킨다. 오갈 데 없는 인영은 설아의 집에 머물게 되고, 설아는 어쩔 수 없이 데려왔지만 왠지 모르게 성가신 인영에게 저도 모르게 동화되기 시작한다. 졸업 전 마지막 공연을 앞둔 인영은 나리와의 관계도, 지금 현재의 처지도 모두 이겨내고 잘 해낼 수 있을까.
영화 속 주인공 인영은 무한 긍정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 다른 사람 또한 웃게 만드는 인물이지만 그에게도 어려울 때가 있다. 배우 이레는 인영의 밝은 모습뿐만 아니라 내면의 상처와 고민하는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해 현실감을 더한다. 주변 사람들은 인영을 생각 없이 웃고 다니는 사람이 여기기도 하지만 속이 깊고, 상처도 많고, 고민도 많은 10대 소녀일 뿐이다. 다시 일어날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내어 부딪히고 도전하며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을 닦는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었지만 주변의 좋은 사람들 그리고 좋은 어른들의 도움을 조금씩 받아 성장해 나간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혼자 할 수 없는 것들이 훨씬 많기 때문에 서로를 돕고 함께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이 영화는 무엇보다 긍정의 힘을 믿는다. 방황할지라도 자신이 서 있는 곳이 중심이라 여기며, 잘못을 뉘우치고 타인을 용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경쟁도 물론 필요한 요소 중 하나지만, 사람을 궁지로 몰아가고 행복하지 않다면 그 모든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누군가를 배척하고 시기하는 마음보다 이해하고 포용하는 마음이 더 넓어진다면, 조금은 더 나은 사회가 될 거라고 믿는다. 이 영화는 그런 희망을 품게 만든다.
좋은 에너지, 선한 마음, 사과할 용기. 그 모든 게 모여서 마지막에는 영화 속의 모든 인물들이 사랑스럽게 만들어준다. 영화는 많은 말을 건네지 않아도 이 영화를 보는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처럼 매우 따뜻하다. 밥 한 공기에 스팸 뚝딱, 뻔한 맛이지만 그만큼 재미있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영화였다. 이 영화는 따뜻하고 착하기만 한 영화가 아니라 진정성이 담겨 있다. 실수하고 방황하면서도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줄 수 있는 그 마음이 담겨 있어 현실적이고 감동적이었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는 원래 2024년 12월 24일 개봉 예정이었으나 한차례 연기되어 2025년 2월 26일 개봉을 확정 지었다. 자극적이고 혐오를 조장하는 콘텐츠가 넘치는 요즘, 딱 적절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오글거린다는 말로 치부될 수 없는 밝은 에너지가 한가득 담겨 있었다. 그래서 보는 내내 행복해졌고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무엇보다 영화 속 인물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들을 따스하게 감싸 안는 연출이 인상 깊었다. 다만 영화는 다양한 사연이 나오다 보니 중간에 빠진듯한, 어영부영 넘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영화가 끝나면 영화 속 인물들이 모두 사랑스럽게 보이는 마법이 펼쳐진다. 무게감만 지니고 있지 않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말재간이 특히 인상 깊었다. 내면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비타민 같은 영화였다. 잘 해내야만 한다고 말하는 사회에서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라고 매듭지을 수 있는 용기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