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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을 기점으로 섬뜩하게 변하기 시작하는 관계의 변환점

영화 <고백> 리뷰

by 민드레


2025년 2월 19일 개봉한 영화 <고백>은 후쿠모토 노부유키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고백'을 통해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 인간의 심리를 섬뜩하고도 섬세하게 그려낸 스릴러 영화이다. 극한의 상황에서 벌어지는 숨 막히는 심리전과 인간의 균열을 날카롭게 포착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연배우 양익준과 이쿠타 토마의 압도적인 연기는 이 영화를 반드시 봐야 할 이유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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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친구는 16년 전 사고로 인해 세상을 떠난 사유리 추모 등산을 매년 떠난다. 어느덧 추모 등산을 떠난 두 친구는 산행 도중 눈보라에 조난을 당한다. 다리를 다친 지용이 죽음을 예감하고 자신의 비밀을 아사이에게 털어놓게 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산장을 발견해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것이다. 그렇게 산장에서 구조대를 기다리던 두 사람 사이에서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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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눈보라가 치고 안에는 의심과 경계로 친구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언제 드러날지 모를 비밀 사이의 경계선의 무게가 어디 실려있는지 한참을 바라보던 중 서로를 경계하던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를 기점으로 숨겨왔던 진실의 실체가 드러나며 환상 속의 공포보다 두 배가 된다. 엄습하는 두려움은 그 상황이 아니라 자신의 비밀이 드러날지 모른다는 그 불안감 때문이었다는 것을 이 상황을 바라보는 모든 이가 알게 된다. 그 순간 공포의 대상이 완전히 뒤바뀌며 고백의 '실체'와 진실이 가지는 '힘'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만들었다. 두 사람 모두 한 여자에게 지울 수 없는 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그들 모두에게 섬뜩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 사실보다 더 무서운 건 그 전의 고백을 모두 덮어버릴 만큼 파급력이 큰 새로운 고백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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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짧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스릴감이 순식간에 산장이라는 밀폐된 공간을 휩쓴다. 또한 보는 이로 하여금 마치 그 공간에 갇힌 듯한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짧은 러닝타임 안에 풀어내는 이야기인 만큼 빠르게 전개되고, 인물들의 행동을 이해하기 힘들 만큼 극단적으로 표현된다. 두 배우의 연기가 영화의 전체 분위기를 이끌며 심리적 압박과 긴장감을 잘 표현해 낸다는 점이 인상 깊다. 특히 지용의 심리 변화를 보여주는 양익준의 광기 어린 연기가 돋보인다.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한국어와 일본어를 반복하는 장면은 그의 불안과 광기를 한층 더 끌어올리며 관객을 압도한다. 그의 표정, 목소리, 이해할 수 없는 언어까지 더해져 인간이 처할 수 있는 극한의 상황으로 이들을 밀어 넣고 점점 무너져 내리는 인간성을 강렬하게 보여준다. 고백이라는 행위가 만들어내는 사실과 그것이 불러오는 인간의 심리 변화가 가장 큰 공포로 다가왔다. 다만, 이야기 자체의 힘은 약하게 느껴져 아쉬움을 남긴다. 영화에서는 몰입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야기 전개보다 인물들의 감정 변화와 극한의 상황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이야기의 논리적 개연성이 상대적으로 약하게 그려진 면이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원작 만화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는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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