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유리> 리뷰
영화 <사유리>는 오시키리 렌스케의 2010년작 전 2권 만화 작품 <사유리>이 원작으로 하여 2025년 4월 16일 개봉했다. 시라이시 코지 감독은 <사다코 대 카야코>와 같은 작품을 통해 일본 공포 영화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이번 영화를 통해 기존의 J-호러의 틀을 깨고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했다는 감독의 도전적인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카미키 가족은 꿈에 그리던 새로운 집으로 이사하게 된다. 일곱 명의 대가족은 단독주택에서 새로운 일상을 꾸리기 시작하지만 기이한 웃음소리와 함께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동급생 스미다는 "네 주변에 질 나쁜 귀신이 있다"며 경고하지만 무엇도 할 수 없었던 노리오는 가족들이 차례대로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남은 가족들은 정체불명의 존재와 맞서게 되는데..
그 집에서 당장 나오라고 경고에도 별다른 수를 쓸 수 없었던 노리오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그 집에 남는다. 할머니는 귀신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은 살아있는 힘, 생명력이라고 말하며 '태극권'을 통한 정신력 강화, 신체 단련, 밥심, 무엇보다 사랑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수단일 뿐, 원한의 근원적 해결이나 귀신을 성불시키는 데는 이르지 못한다. 억울한 죽음으로 인해 원통한 것은 사실이나 복수의 대상을 잘못 지정하고 아무 이유 없이 다른 가족을 해치는 것을 이해하기는 힘든 일이었다. 노리오는 자신의 가족을 해친 존재지만 귀신 사유리를 '이해'하게 된다. 끔찍한 일을 당했지만 외면하고 방관한 가족에 대한 분노는 받아들여지지 못한 슬픔이라는 것이다. 되돌릴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지금의 것을 지키기 위한 어떤 노력이 희망을 기대하고 외면하지 않고 살아있는 자로서 끝까지 응시하려는 태도를 항상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불행을 극복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내면을 바르게 외면을 바르게 생명을 진하게 그거면 된다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가 반복되고 공포스러운 연출이 굉장히 인상 깊었던 영화였다. 기존 일본 공포영화와는 달리 시각적 자극에 의존하지 않고, 분위기와 심리적 긴장감만으로 압도하는 방식이 돋보였다. 다만, 일부 설정은 개연성이 부족하다. 화목한 가족이라면서도 각자 방에 고립되어 있고, 케이코는 방이 무섭다고 하면서도 방에서 나오지 않는 등 이야기 전개에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의도되지 않은 코미디 요소들은 몰입을 방해하기도 했다. 희한한 비극이지만, 동시에 웃음 나는 희망을 그려내어 묘한 매력을 자아내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