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리뷰
톰 크루즈는 대역 없이 직접 소화한 액션으로 매번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이 모든 것을 스턴트맨 없이 직접 소화한 열연에 감탄이 절로 터져 나오지만 걱정스러운 마음도 동시에 든다. 오죽하면 모두가 한 마음으로 톰 크루즈의 자연사를 바라겠는가. 2025년 5월 17일, 무려 토요일에 개봉한 여덟 번째 시리즈 <미션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은 30년 간의 대장정을 거쳐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제78회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큰 화제를 몰고 있는 만큼 육지, 바다, 하늘에서 펼쳐지는 엄청난 스케일의 액션이 어떻게 펼쳐질지 꼭 영화관에서 확인해 보시길 바란다.
인공지능 엔티티는 그가 예고했듯 마침내 세상을 지배했다. 어디에도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존재,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존재다. 모든 정보를 통제할 수 있고, 제 마음대로 왜곡시켜 그것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조차 없는 세상이 펼쳐진다. 엔티티는 국가의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종말'까지도 설계할 수 있는 무서운 존재였다. 심지어는 이러한 엔티티를 숭배하는 자들까지 등장하며 세상은 점차 혼돈으로 빠져든다. 무기를 무력화할 수 있는 키를 쥐고 있었던 에단 헌트는 종말을 앞둔 인류를 구하기 위해 모두의 운명을 건 불가능한 미션에 뛰어들게 되는데...
엔티티가 지배한 세상은 폭력이 난무하고 진실, 정의와 같은 당연한 것들이 힘을 쓰지 못했다. 이런 무한한 능력을 막을 수 있는 건 오로지 헌트가 가지고 있는 '키' 뿐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엔티티를 통제할 수 있다고 믿으며 키를 차지하려 혈안이 된다. 하지만 헌트는 무한한 힘을 감히 인간이 통제할 수도 없을뿐더러 악용될 것이라 생각해 없애기로 결심한다. 엔티티와의 만남을 통해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라는 그 말에 단호히 맞선다. 과거, 그가 세상의 뒤편에서 많은 사람을 살렸듯, 이번에도 "우린 음지에서 살고 죽는다. 소중한 사람들과, 얼굴과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의 다짐을 지켜야 했다. 한순간에 사라질 미래와 지구,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또다시 선택의 길로에 서게 되는 에단 헌터다.
삶은 모든 선택의 결과야
세상을 통제하려는 욕망이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는 건 과거의 인류의 역사를 통해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이다. 잠정적 합의로 유지되고 있는 평화이지만 현재도 이어지고 있는 세계 전쟁의 긴장감은 '미국'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그토록 강대국의 책임감이라는 건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다. 영화 속에서도 등장했듯이 이득을 얻으려면서도 책임을 회피하려는 무책임한 태도가 갈등을 심화시키고 상황을 악화시킨다. 인류의 존망이 달려있지만 개인은 그 사실을 모른다는 사실이 소름 끼쳤다. 종말을 앞둔 상태인지, 그 위기에서 벗어난 지 조차 알 수 없다는 혼란이 현재의 상황과도 너무 닮아있어서 이 평온한 일상이 더욱 위태롭게 느껴졌다. 올바른 선택의 발목을 잡지 않기 위해서는 경직되어 있는 관료주의를 유연화하며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불확실한 미래에서도 제대로 된 판단력과 책임, 실행력을 갖춘 지도자만이 인류가 맞닥뜨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펼쳐진 미션임파서블의 마지막을 지금 볼 수 있다는 게 정말 영광이었다. 특히 첫 번째 이야기부터 현재까지 에단 헌트가 몸을 던져 세상을 지켜온 30년 간의 활약들이 스쳐 지나가며 뭉클함을 느꼈다. 언제나 화려한 CG보다 몸으로 부딪히며 펼치는 투박한 액션이 주는 타격감과 긴장감은 대단하다. 온갖 클리셰가 난무하지만 육지, 바다, 하늘을 넘나드는 액션이 눈을 즐겁게 만들어주었다. 다만, 지나친 설명이 긴 상영시간을 더욱 힘들게 만들기도 했다. 곳곳에서 몸을 바로 고쳐 잡는 소리가 들렸다. 전작의 개연성 부족으로 지적되곤 했던 메인 빌런 'AI'는 전보다 더 설득력 있는 개연성을 더한다. 실체도 몸통도 없는 AI가 지배하는 세상이라는 게 좀 말이 안 되기는 했으나 미디어를 통해 가짜뉴스가 생산되고 그것을 믿으며 갈등을 빚는 현재의 모습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결코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대사에도 헌트가 “인터넷만 하고 사니까 이렇게 되잖아"라는 그런 장면도 나왔다. 인터넷의 의견이 전부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현상은 한 나라에 국한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어떤 거대한 힘에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라 두려움에서 비롯된 편견과 불안을 그대로 순응하는 과정에서 시작된 혼란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