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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하지만 뭉쳐 싸우는 매력이 넘쳐나는 힘찬 영화!

영화 <하이파이브> 시사회 리뷰

by 민드레


보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전해지는 영화가 있다. 다소 유치할 수 있지만, 괜스레 웃음이 튀어나오고 지금처럼 혼란스럽고 막막한 시기에 딱 잘 등장한 힘찬 영화다. 영화 <하이파이브>는 강형철 감독이 7년 만에 내놓은 복귀작이다. 2021년에 촬영을 마쳤으나 당초 예상보다 개봉이 지연되어 2025년 5월 30일 개봉 예정이다. 영화 활동에서 논란이 된 배우는 배제되었고, 포스터와 예고편에서도 최소화되었지만, 본편에서는 편집 없이 포함되었다. 이런 점들이 다소 걸리지만 이를 감안하면 충분히 감상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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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중심에는 장기이식을 통해 초능력을 얻게 된 다섯 인물이 있다. 심장을 이식받은 완서는 엄청난 괴력과 스피드를 갖게 되고, 폐를 이식받은 지성은 엄청난 폐활량, 눈을 이식받은 기동은 전자기파를 볼 수 있고 조작 가능, 간을 이식받은 약선은 치유능력, 신장을 이식받은 선녀는 아직 능력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팔에 새겨진 동일한 표식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한 팀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능력도 성격도 취향도 제각각인 이들은 만나기만 하면 싸움과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한편, 췌장을 이식받고 마찬가지로 특별한 능력을 얻게 된 새신가요 교주 영춘은 평생 꿈꿔온 절대적인 존재가 되기 위해 다른 초능력자들의 능력을 빼앗으려 한다. 본격적인 위협에 맞서 싸워야 할 때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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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환경, 성격, 나이, 성별을 가진 사람들이 초능력을 공유하며 하나의 팀을 이룬다. 어딘가에서 고립된 이들이 공동체를 형성해 나간다. 완서는 병과 아버지의 과보호로 인한 소외감, 선녀는 과거의 행동으로 인한 죄책감, 약선은 재단의 모순으로 인한 혼란, 지성은 소설가를 꿈꾸지만 호락하지 않은 현실에 대한 절망, 기동은 과거 자신을 구하지 않고 떠났던 친구들에 대한 원망과 전기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순조롭지는 않았으나 조금씩 호흡을 맞춰나간다. 갈등부터 봉합하는 과정까지 그려내며 화합을 이뤄내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장기이식은 개개인에게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동시에 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각자의 사연이나 상처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가치를 인정하고 증명하는 것보다 함께 무언가를 해내고 성취하는 일이 더욱 의미 있다는 것이다. 현재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그리고 새롭게 얻은 능력인 만큼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방식으로 책임 있게 사용할 것인지를 주인공들과 악역의 대비를 통해 더욱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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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용될 가능성이 크며, 권력과 욕심에 의해 집어삼켜질 수 있다. 하지만 강력한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보여주듯 균형을 잡아가는 '정의'가 중요하게 그려진다. 평범하고 보통의 사람들에게 주어진 초능력. 그들이라면 '잘'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인물도 있고, 서로를 보완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서였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서로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돕는 그 과정 속에서 진짜 팀으로 거듭나는 모습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는 이유는 서툴지만 진심 어린 연대가 어딘가 모르게 따뜻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의견만을 피력하고 상대방을 폄하하며 끊임없이 갈등을 조장하는데 익숙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에 이런 이야기가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각자의 상처와 결핍을 안고 있지만, 함께할 때 더 강해지는 이들의 모습은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에 꼭 필요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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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배우의 문제로 인해 영화 개봉이 지연되고, 관련된 모든 제작진과 배우들이 피해를 입은 상황이 안타깝다. 그럼에도 개봉하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 인물들의 이야기가 막 궁금해졌는데 해당 배우의 문제로 인해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 또한, 논란의 배우의 역할 비중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매력적인 캐릭터인 만큼 더욱 아쉬웠다. 여러 아쉬움에도 영화의 시도는 굉장히 좋았다. 액션은 다소 과장된 면이 있어 영화 <쿵후 허슬>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하지만 묘한 매력이 있었다. 특히 한국 영화에서 이런 식의 유쾌한 초능력 코미디는 드문 편이라 더욱 신선하게 다가왔다. 범죄액션을 통한 코미디가 아닌 색다른 장르에서도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점이 인상적이었다. 혼란과 균열의 시대에서 '뭉치면 강해진다'라는 메시지를 잘 보여준 것 같아서 더 좋았다. 일단 뭐든 해보겠다는 노력과 그 노력에 맞게 쭉쭉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웹툰 원작의 영화인줄 알았는데, 아예 새로운 창작으로 제작된 영화라 더욱 눈길이 갔다. 다만, 우당탕탕 흘러가는 이야기와 영화를 본 후 남는 것이 많이 없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초능력자들의 개별적인 서사가 펼쳐지기도 전에 팀 결성이 이루어지면서 단체의 유대감은 강화되었으나 개인의 내면 서사는 약화되는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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