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엘리오> 리뷰
혼자라는 느낌에 밤하늘에 수없이 놓인 별들을 멍하니 바라본 적이 있다면 이 영화는 당신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쩌면 단순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 단순함에서 찾아오는 감정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마음 깊숙이 느끼게 만들어준다. 멀리 돌아왔지만 광활한 우주를 통해 소중한 사람의 존재를 마주하고 '사랑'을 느끼며 성장 스토리다.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29번째로 선보이는 장편 애니메이션 <엘리오>는 2025년 6월 18일 개봉했다.
엘리오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고모의 손에서 자랐다. 엘리오는 그 후에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외계인의 납치를 꿈꾼다. 그러던 어느 날, 엘리오가 바란 그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지구 대표로 우주에 소환된 것이다. 꿈꾸던 것보다 더 아름답고 행복한 날들이 펼쳐질 것이라 생각했던 엘리오 앞에 우주를 위험에 빠뜨릴 큰 위기가 닥쳐오고 말았다! 과연 엘리오는 행복한 우주 라이프를 즐길 수 있을까?
엘리오는 부모님을 떠나보낸 후, 군인인 고모와 함께 살게 된다. 두 사람은 보호자와 피보호자 사이의 거리감을 좀처럼 좁히지 못했다. 엘리오는 부모님이 너무 그리웠고, 고모는 부모가 처음이었다. 고모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은 엘리오에게 닿지 않아 엘리오를 더 외롭게 만든 것이다. 그래서 엘리오는 내가 떠난다면 고모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스스로 세상에 방해가 되는 존재라고 느끼며 외계인에게 납치되길 바라는 아이가 된다. 지구는 자신을 별나고 이상한 취급 하지만 저너머 우주에서는 자신을 제대로 이해해 줄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이 이상하고 아름다운 모험의 시작이었다. 지구의 대표로 환대를 받으며 커뮤니버스에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일원이 되기도 전에 그라이곤 군주에게 침략을 당한 커뮤니버스를 구하기 위해 나서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글로든'. 처음엔 무섭게 느껴졌지만 실은 다정하고 귀엽고 활기찬 아이였다. 홀로 그곳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듯 말을 걸어왔고 엘리오가 추울까 봐 포대기를 싸주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 엘리오는 글로든 과 함께하며 서로가 비슷한 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글로든 의 부모님은 전쟁이 취미인 만큼 강함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약한 것을 치욕스럽게 여긴다고 했다. 하지만 글로든은 자유롭고 즐거운 것을 선호하기에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골칫거리 혹은 짐으로 여기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 했다. 그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았던 엘리오는 글로든을 숨겨주기로 한다. 아무도 봐주지 않았던 자신을 온전히 바라봐주는 사이가 된 것이다. 이름도 언어도 다른 우주에서 만났지만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넘어선 마음이 닿아 더 이상 외롭지 않은 두 아이였다.
우주라는 낯선 공간은 엘리오에게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누구도 얕보지 않고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지구에서는 누구에게도 받아들여지지 못한 엘리오가 우주 '커뮤니버스'에서는 지구의 대표라니. 엘리오에게는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이곳에 있는 동안 자신을 대체한 클론 점토는 고모와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왠지 서럽지만 이곳에서 잘 지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엘리오의 착각이었다.
사실 고모는 실제 엘리오와 다르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 글로든의 아버지인 그라이곤도 마찬가지였다. '클론 점토'로 사랑하는 사람을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은 과신이었다. 고모는 단지 부모의 역할을 할 준비가 되지 않았을 뿐이었고, 그라이곤은 아들이 잘되길 바랐을 뿐이었다. 엄마와 아들이 아닌 고모와 조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거리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한계에 부닥친 것이다. 표현이 서툴렀을 뿐, 엘리오의 고모도 글로든의 아빠도 그들을 소중하게 여겼다. 하지만 소통의 부재를 불러일으킨 것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였다.
엘리오의 고모는 군인답게 단호하고 엄격한 방식으로, 글로든의 아버지는 강함과 성취를 통해 사랑을 표현했다. 그러나 엘리오와 글로든은 그런 사랑의 언어를 이해하기 힘들었고, 그로 인해 서로에게 거리감이 더욱 생기게 되었다. 소통의 부재는 서로를 오해하게 만들고, 마음을 점점 더 멀어지게 한다.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도 표현하지 않거나 잘못된 방식으로 표현하면 상대방은 상처를 받는다. 말하지 않으면 상대가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지 또, 사랑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사랑하는 마음이 곧바로 상대에게 전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랑은 말과 행동으로 표현할 때 큰 힘을 갖게 된다. 처음 본 친구와 친해졌던 것처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한다면 이해할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으며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픽사다운 따뜻함을 제대로 보여주는 영화였다. 최근 디즈니의 영화들이 모두 실패하고 속편을 위주로 흥행을 노리는 와중에 <엘리오>는 픽사만이 할 수 있는 진짜 이야기와 감동을 다시금 되살려낸다. T 90%가 나오는 나도 눈물을 적셨던 영화다. 조금은 별나서 조금 더 외로운 그 마음들을 따뜻하게 위로해 준다. 누구나 겪고 있을 '외로움'이라는 감정과 그것을 어떻게 하면 치유할 수 있을지에 대한 섬세한 고민이 담겨있다. 과거에 비하면 간편하게 누군가와 연결될 수 있는 시대지만 외로움은 이전에 비해 한층 더 부피를 키워가는 것 같다. 외로움이나 좌절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그 감정을 느끼고 해소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진정한 자리를 찾고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외로움은 우리를 성장하게 하고 더 깊은 연결과 이해로 이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엘리오가 남긴 음성 메시지를 들은 외계인들이 "그럼 안녕 사랑해"를 지구인의 인사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그들은 엘리오에게 늘 그렇게 인사를 한다. 이 인사법이 진짜 지구의 인사법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느낄 만큼 그 짧은 말 안에 담긴 따뜻함이 마음에 남았다. 지구는 여전히 혐오와 분열 속에서 싸우고 있지만 언젠가는 '그럼 안녕 사랑해'라고 먼저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