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래곤 길들이기> 리뷰
애니메이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드래곤 길들이기' 시리즈는 3부작으로 전 세계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과 잊지 못할 시각적 경험을 선사하며 사랑받았다. 그리고 2023년, 드래곤 길들이기 시리즈의 실사 영화 제작 소식은 팬들에게 큰 기대감과 우려를 불러왔다. 수많은 리메이크 실사화 영화들이 원작의 명성을 넘지 못하고 아쉬움을 남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영화 시리즈의 성공을 이끌었던 딘 데블로이스 감독이 이번 실사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모두 맡아 원작의 세계관과 감동을 충실히 담아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드래곤 길들이기> 실사화 영화는 2025년 6월 6일 개봉했다.
섬 버크. 그곳에는 바이킹이 살고 드래곤들과의 전쟁으로 인해 집이 늘 새것 같다. 히컵은 족장 스토이크의 아들이며 아버지처럼 용맹한 드래곤 사냥꾼이 되기를 꿈꾼다. 하지만 그가 나설 때마다 일이 엉망이 되면서 부족 내의 골칫거리로 낙인찍힌다. 그럼에도 그는 드래곤을 잡아 아버지와 마을 사람들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열망에 가득찼다. 그 결과 히컵은 전설의 드래곤 나이트 퓨어리를 잡게 되었지만 차마 죽이지 못한다. 자신에 의해 꼬리 날개 한쪽을 잃은 드래곤 투슬리스가 날지 못하자 그를 돌보며 조금씩 가까워진다.
사람들 간의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벌크 섬의 바이킹들은 다양한 민족들의 전사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설정은 서로 다른 가치관, 관습과 같은 차이가 소통의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문화적 다양성으로 인한 갈등보다는 수백 년간 지속된 드래곤과의 전쟁의 상황에 주목한다. 연달아 벌어지는 전쟁으로 인해 소통의 기회보다는 현재의 상황을 해결하는데 급급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소통의 단절은 특히 히컵과 주변 인물들의 관계에서 두드러진다. 히컵은 족장의 아들이지만 1인분을 다하지 못한다. 부족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아스트리드로부터 날카로운 지적을 받기도 했다. 표면적으로는 그러한 지적이 정당해 보일 수 있으나 히컵이 겪는 내면의 고민을 고려하면 다소 편견에 기반한 것일 수 있다. 족장의 아들로서 느끼는 부담감과 스스로를 부끄러운 자식이라 여기는 자괴감. 아버지 스토이크와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스토이크는 기본적으로 아들에 대한 애정이 크지만 자신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실망감 또한 크다. 이러한 복합적인 감정은 히컵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모습이나 중요한 논의에서 그를 배제하는 모습에서 알 수 있었고 부자간의 소통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한편, 히컵과 투슬리스의 교감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보다 더 순수하고 직접적으로 이루어진다. 투슬리스는 히컵에 의해 날개 일부를 잃어 날지 못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히컵의 진심 어린 보살핌과 노력에 점차 마음을 열고 그를 '용서'하고 '화해'함으로써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히컵 또한 드래곤에 대한 기존의 편견과 적대감을 벗어던지고, 투슬리스를 통해 종을 넘어선 진정한 이해와 교감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 간다. 투슬리스와 히컵의 교감은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반면, 다른 캐릭터들 간의 관계 해소나 관계 발전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전개되는 점은 원작 애니메이션이나 이번 실사 영화에서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하지만 소통에 미숙함을 보였던 버크 섬의 바이킹들이 히컵과 투슬리스의 관계를 통해 점차 드래곤과의 교감을 통해 소통하고, 하나가 되어가는 모습만큼은 인상적이었다. 용서와 화해를 통해 시작된 두 종의 교감은 일부에서 전체로 옮겨간다. 이들의 가장 성숙한 태도는 자신의 행동이나 믿음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것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진심으로 화해의 손길을 내민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수백 년간 이어져 온 드래곤과의 전쟁과 그로 인한 뿌리 깊은 오해가 잘못된 것이었음을 깨닫고, 서로를 이해하며 용서하는 마음으로 나아가는 과정은 뭉클함을 안겨준다.
원작 영화의 이야기 전개를 그대로 따라간 영화지만 감정이나 관계성을 조금 더 섬세하게 담아내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애니메이션에서는 미처 다 보여주지 못했던 인물 간의 감정 공유나 대화 장면들은 이번 실사 영화에서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딘 데블로이스 감독은 "더 깊어진 신화, 풍부해진 캐릭터 상호작용, 몰입감 높은 액션"을 통해 원작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자 노력했다. 실사 영화는 버크 섬과 드래곤들의 세계를 현실적으로 구현하면서도 원작 애니메이션의 향수를 자극하는 시각적 요소들을 잊지 않았다. 이는 '드래곤 길들이기'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관객들과 오랜 팬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되지 않을까. 무엇보다 실사로 구현된 투슬리스의 사랑스럽고 귀여운 모습은 영화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 포인트다. 훌륭한 캐스팅 역시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이처럼 <드래곤 길들이기> 실사 영화는 원작의 장점과 새로운 해석을 통해 성공적인 리메이크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드래곤 길들이기 2> 실사 영화가 2027년 6월 9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은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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