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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좋은 방법이 하나 있지.

영화 <프리키 프라이데이> 리뷰

by 민드레


가까운 사이일수록 갈등은 더욱 풀어나가기 어렵다. 사랑하고 소중하다 여기는 관계일수록 갈등도 쉽게 일어나고 서로를 상처 입히는 말도 하기 쉽다. 누구보다 잘 알지만 누구보다 서로에 대해 모를 부모와 자식의 사이가 그러하다. 2003년 작 <프리키 프라이데이>는 그런 알 수 없는 관계를 비추며, 오해에서 비롯된 갈등을 "몸이 뒤바뀐다"는 기발한 상상으로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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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매일 같이 전쟁 같은 아침을 보내고 있는 모녀. 엄마는 늦잠 자는 딸이 답답하고 딸은 잔소리하는 엄마가 숨 막힌다.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두 사람은 눈이 마주칠 때마다 티격태격한다. 식당에서 건네준 포춘쿠키를 받고 나서 지진 현상을 경험한 그다음 날 아침, 두 사람의 몸이 바뀌고 말았다. 엄마 테스는 딸 애나가 되고, 딸 애나는 엄마 테스가 되고만 것이다. 그런 낯선 상황에 놀라움을 표하기도 잠시 서로의 삶을 살아가기로 한다. 과연 엄마의 결혼식 전에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


A journey soon begins, its prize reflected in another's eyes. When what you see is what you lack, then selfless love will change you back.
곧 여정이 시작된다. 그 여정의 보상은 타인의 눈에 비친다. 네가 보는 것이 너에게 부족한 것이라면, 이타적인 사랑이 너를 다시 본래 모습으로 되돌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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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입장에서 살아보기


그 후, 두 사람은 말로만 들었던 서로의 삶을 직접 경험하게 된다. 쉽게 보였던 일들은 막상 겪어보니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다. 애나의 경우에는 엄마의 쉴 새 없이 울리는 휴대폰과 끊임없이 몰려드는 내담자들, 테스의 경우에는 말로 해결할 수 없는 친구문제와 고의적으로 괴롭히는 선생님 같은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들을 직접 겪게 된다. 자신의 입장에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것들을 상대방이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딸 애나는 엄마의 책임감과 부담감을, 엄마 테스는 딸의 불안과 외로움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해결하지 못했던 것들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조금씩 풀어나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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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아주 유일한 방법?


모녀의 갈등은 표면적으로는 간단해 보이지만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상실감에서 비롯된 오해였기에 골이 깊었다. 애도의 기간을 충분히 가지지 않았고 그 슬픔에 대해서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지도 않았던 것이 이들의 오해를 점차 크게 만들었던 것이다. 서로의 마음은 여전히 사랑으로 가득하지만, 그 마음을 어긋난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테스는 딸의 생각이나 취미를 반항으로 치부했고 말을 듣지 않을 때는 방문을 떼어내는 등 권위적인 태도를 보였다. 또한, 편견을 가지거나 딸의 말을 제대로 들으려 하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애나는 엄마의 노고에 관심이 없었으며 엄마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지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쟁취하는 것은 좋았으나 감정적으로 대응하여 갈등을 심화시키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서로의 입장뿐만 아니라 그 주변인물들과의 이해 또한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소통의 장이 마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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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만의 귀환, 다시 프리키 하게.


배우들이 무엇보다 진짜 서로의 몸이 바뀐 것처럼 매우 자연스럽게 연기해 영화의 재미를 한층 끌어올린다. 여러 번 봐도 새로운 재미와 디테일을 발견할 수 있을 만큼 연기와 연출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었다.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지는 일들을 다루다 보니 상세한 묘사나 그들의 사정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 수는 없었다. 이런 부분에서 제이크에 대한 마음 표현이나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는 조금 아쉽게 느껴지지만,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특히 딸과 엄마가 서로의 입장에서 일상을 겪으며 깨닫는 감정의 흐름이 인상 깊었다. 그리고 2025년 8월 27일, 무려 22년 만의 후속작이 개봉한다. 더욱 반가운 소식은 1편의 배우들이 그대로 출연한다는 것이다. 이번 후속작에서 이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더 프리키 하게 이어질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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