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누벨바그> 리뷰
부산국제영화제를 뜨겁게 달구었던 <누벨바그>는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그 누벨바그의 선구자 장 뤽 고다르에게 보내는 애정 어린 러브레터다. 2025년 12월 31일 메가박스에서 개봉 예정으로 현재 영화계가 방향을 잃고 어려움을 겪는 이 시점, 이 영화는 고다르의 그 냉소적이면서도 무모했던 혁신의 순간을 스크린에 담아낸다. 프랑스 누벨바그 운동의 상징적인 작품인 장뤼크 고다르 감독의 1960년 데뷔작 <네 멋대로 해라>의 제작과정을 담아내어 우리가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를 되새기게 만들어주는 영화다.
<카이에 뒤 시네마>에서 비평가로서 활약하던 장 뤽 고다르는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이미 동료들은 영화를 만들어 좋은 평가를 받은 상태. 충분히 늦었다는 생각에 급한 마음이지만 제대로 된 영화를 만들기 위해 거리로 나선다.
그가 만들 영화의 이름은 바로 '네 멋대로 해라'였다. 트뤼포가 건넨 뉴스기사에서 영감을 받아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줄거리는 경찰을 죽이고 도피하는 미셸과 그를 사랑하면서도 결국 밀고하게 되는 미국인 유학생 파트리샤의 이야기를 담았다. '네 멋대로 살아라'라는 열망을 대변하면서도 혼란스럽고 부서진 결말을 그려낸다. 청춘의 방황과 자유에 대해 이해하면서도 그에 대한 결과 또한 수긍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영화다. 깊은 해석보다는 감각할 수 있게 의도한 영화이기에 그 의도대로 느껴보길 바란다. <네 멋대로 해라>를 보고 나서 <누벨바그>를 보면 어떤 부분에서 이 장면이 나왔고 이 대사가 나왔는지를 알 수 있어서 더욱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다. 싱크로율이 상당하다.
이름처럼 연출 또한 '네 멋대로 해라'의 형식이다. 기획 의도 자체가 기존 프랑스 영화계의 관습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형식의 영화를 만들고자 함이었다. 작가주의적 신념에 따라 그는 '새로운 연출 방식'을 고수했다. 그의 영화는 일관성이 없고 규칙적이지 않으며 현실의 무작위를 담는 것에 초점을 둔다. 한정적인 예산 속 자연스러운 상황을 담아내기 위한 카메라 워킹, 쇼트컷까지 모든 것이 새롭다. 또한, 대본 대신 쪽지를 들고 배우들에게 즉흥적인 연기를 요구한다. 보는 관객에게는 새로운 신선함으로 다가오지만 직접적인 당사자인 스태프나 배우들에게는 이해되지 않는 행보였다. 특히 주연배우 진셰버그는 대본도 없이 즉흥적으로 진행되는 방식에 매우 당황해했다고 한다.
비평가라면 직접 영화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아래 카메라를 들기 시작했다. 프랑수아 트뤼포, 장 뤼크 고다르, 아녜스 바르다, 에릭 로메르, 클로드 샤브롤, 자크 리베트와 같은 이들이 있다. 영화는 누벨바그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네 멋대로 해라'의 제작 과정을 다룬 영화다. 그런 만큼 이 영화는 철저히 카메라 뒤편의 감독인 장 뤼크 고다르에 집중한다. 이 영화에 대한 최고의 찬사는 '올해 최악의 영화'라는 제목에 의문이 들었을 것이다. 이 문장은 영화에서 나온 대로 장 뤽 고다르와 누벨바그 동료들이 기성 영화계를 뒤집기 위한 선언이자 극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들이 추구한 혁신이야 말로 기존 영화 문법을 철저히 부수는 파격적이고도 최악의 길로가 새로운 물결, 즉 누벨바그가 성공적으로 시작되었다는 극찬인 것이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다루지만 그 과정을 감각할 수 있게 연출하는 방식은 누벨바그 영화에 열광했던 이유를 되새기게 만든다. 그의 세상을 마주하고 싶을 정도로 하나의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는 것이 곳곳에 드러난다. 아마 몇백 시간을 담은 영화가 만들어져도 그를 온전히 이해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의 시도는 남들에게 뒤처졌다는 불안감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두려움, 불안감, 고독의 감각이 누벨바그를 이끄는 누벨바그의 중심이 되는 새로운 흐름이 되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설령 그 운동이 실패로 끝이 나고, 그가 현실적인 선택으로 인해 젊은 날의 혁신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해도 그가 일으킨 흐름은 수많은 영화에 녹아있다. 그 사실만큼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영화는 영화의 초심으로 돌아가 영화란 이런 것임을 몸소 증명한다. 모두가 아니라고 하는 길을 증명하는 일 중 하나인 것이다. 누벨바그 시대에 살고 싶게 만드는 영화다.
다큐멘터리 같지만 새로운 형식의 영화 연출 방식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마치 그 시대의 영화를 다시 보는 듯한 생생한 경험을 이 시대에서, 영화관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이 감회가 새로웠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모두 즐길 수 있는 영화다. 특히 반가운 누벨바그 주역의 얼굴들을 볼 수 있어서 더욱 반가웠다. 무엇보다 스태프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그들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것 같아서 좋았다.
현재 영화계가 대규모 자본이나 프랜차이즈에만 의존하며 창작이나 새로움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걷는 이 상황에서 <누벨바그>는 영화계에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스크린 속 장 뤽 고다르의 모습은 '실패할지라도' 기성 문법을 부수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용기야말로 이 시대 영화계에 가장 절실한 가치임을 웅변합니다. 돈도, 제대로 된 각본도 없이 오직 새로운 영화를 만들겠다 는 신념 하나로 시작했던 그의 무모함은 오늘날 어려움 속에서 새로운 시도를 고민하는 모든 창작자에게 강력한 희망의 메시지를 건넨다. 이 영화가 현재의 정체된 흐름을 깨는 누벨바그, 또 하나의 새로운 물결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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