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마귀> 리뷰
<사마귀>는 2025년 9월 26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영화 <길복순>의 스핀오프작이다. 길복순의 후속작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기대를 불러오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길복순 시리즈에서 바랐던 모습이 이 장면이 맞을까?
사마귀는 차민규가 세대교체의 다음으로 손꼽는 A급 킬러다. 그런 사마귀가 휴가를 떠난 사이 살인청부업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MK 엔터의 대표 차민규가 죽으면서 조직은 와해되고 킬러들 사이에서는 룰이 무너졌다. 휴가 후 MK 엔터가 무너졌다는 소식에 사마귀는 훈련생 동기이자 라이벌 재이와 회사를 차리게 된다. 하지만 갈등이 생기면서 일인자를 차지하기 위한 대결은 더욱 치열해지는데..
영화는 대사로만 언급되었던 인물, 사마귀라는 캐릭터에 살을 붙여가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감독은 젊고, 실력도 있는 인물이 다니던 회사가 기울었을 때 어떻게 행동할까에서 출발했던 것처럼 그 나이대의 어리숙함, 어설픈 선택, 갈등, 열등감에 대한 감정을 다루며 조금씩 서사를 쌓아간다. 하지만 길복순에서 보았던 '킬러의 세계'와는 조금 다른 킬러의 세상이다. 망설임 없는 상대를 베던 비정함보다는 동정심, 연민으로 인해 살려주는 모습이 등장하며
죽음은 A급부터 D급까지 등급으로 나뉘고, 살인청부는 그 기준에 따라 수행된다. 살인청부 수행 후에는 작품으로 표현되는데, 이 설정은 이미 <길복순>에서 한 차례 보여준 바 있기에 충분히 이해가 간다. <사마귀>에서 그 틀에 대해 더 깊게 파고들거나 ‘무직자’들의 이야기를 확장했다면 훨씬 흥미로운 전개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사마귀와 그 주변의 이야기를 꾸리는데 급급해 세계관을 충분히 확장할 수 있는 이러한 요소들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 애초에 그러한 룰은 킬러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MK에 의해 정해졌고 다른 킬러들은 그것을 따르면서도 불만이 있었고 반박하지는 못했다. 힘이 월등하게 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인자 자리는 비었고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상황이 생겼다. 하지만 그 구조를 흔들기 위해 달려드는 세력은 등장하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설득력이 매우 떨어진다. 킬러도 일정한 바운더리에 들지 못하면 구직난에 시달리는 현실이 이미 반영되고 있음에도, 다수의 킬러들은 몸을 사리며 움직이지 않는다. 오히려 여러 세력이 동시에 달려들며 치열하게 펼쳐질 싸움이 더욱 매력적이었을 텐데, 대립 구도가 단순하게 그려진다는 점이 매우 아쉬웠다.
사실 전작 역시 완성도가 높다고 보긴 어려웠고 액션 자체에도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더 심각하다. <길복순>의 후속작이라는 타이틀 외에는 특별히 내세울 장점이 없다. 전작의 이름값에 기대 스핀오프를 내놓은 것만으로도 인기에 편승했다는 의심을 살 만큼 완성도는 심각하게 떨어진다. 사마귀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사랑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다라는 주제 외에는 기억할 만한 장면은 없다. 눈이 피로할 정도로 분산된 화면, 조잡한 액션, 유치한 대사, 튀는 BGM, 배역과 어울리지 않는 캐스팅 등 단점을 나열하기에도 부족할 정도다. 뻔한 공식의 답습, 심지어 특별출연 배우보다 주연 배우의 존재감조차 흐릿하다. 액션도, 로맨스도, 열등감 서사도 모호하게 흘러가며 “굳이 이렇게 구성해야 했을까?”라는 의문만 남는다. 그럼에도 대사로만 언급되던 캐릭터를 실제 서사로 확장해 보여주려 했다는 시도 자체는 흥미롭다. 특히 젊은 킬러들의 어설픔과 갈등을 전면에 내세운 점은 기존 <길복순>과 차별화를 꾀하려는 흔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마저 서사의 빈틈과 조악한 연출에 묻혀버린 것이 안타까웠다. 결론적으로 확실해진 건 단 하나다. <길복순>의 세계관은 이제 더 이상 확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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