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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에 프랑켄슈타인 이야기를 접목시키면?

영화 <트론: 아레스> 리뷰

by 민드레


소설이나 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기계의 반란'이 현실화가 된다면 인간을 초월한 인공지능을 이기지 못할 것이라는 추측은 늘 등장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여전히 불안감은 남아있다. 물리적인 충돌보다는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현실이 더욱 압박감 있게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기계의 반란이 영화의 클리셰로 혹은 현실의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이 지난 영화들이 낳은 질문이 시대를 초월하여 우리의 무의식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40여 년 전부터 디지털 세계의 가능성과 위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트론 시리즈의 최신작, <트론: 아레스>가 보여줄 이야기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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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가상세계(그리드)에서 창조된 존재를 현실세계로 불러올 수 있는 세상이 도래했다. 딜린저 시스템은 AI 병기 아레스를 개발했고 그는 초인적인 힘과 고도 지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단 29분만 활동할 수 있다. 한편, 경쟁사 엔컴의 이브 킴은 가상 물체를 현실에 영구하게 존재할 수 있게 만드는 코드를 발견하고 딜린저의 표적이 된다. 영구코드를 빼앗으라는 명령을 받게 된 아레스는 이브 킴을 해킹하면서 인간의 감정을 학습하고 자아를 깨닫는다. 독립적인 존재가 되고 싶었던 아레스는 이브 킴에게 협조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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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론 기술은 인류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통제 불가능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적정선을 지킬 수 있는 엄격한 기준이 없다면 기술의 발전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명령하는 이가 어떤 '명령어'를 입력하느냐에 따라서 인공지능의 행동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아레스는 프로그램을 넘어서 지능과 공감능력을 습득하며 진화한다. 피조물의 행동이 명령하는 이의 의도대로 흐르지 않는다는 점은 <프랑켄슈타인>과도 맞닿아 있었다. 인공지능이 생명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인간을 통해 습득한 지식을 통해 행동한다면 그건 사람일까? 인공 지능일까? 이렇게 목적한 바와 결과의 영향은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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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불가능한 영역은 말 그대로 통제가 되지 않는 상황을 뜻한다. 극단적인 예시이지만 딜린저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딜린저는 아레스를 비롯한 아테나에게 절대적인 복종만을 요구한다. 그는 끊임없이 AI들에게 자신은 사라질 수 있는 존재이며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존재임을 세뇌시킨다. 창조자이면서 절대적인 복종을 요하는 지배자인 것이다. 인공지능이라 할지라도 생명체로 존재할 수 있다는 존중을 표하는 이브 킴과는 다른 태도가 인물의 결말을 다르게 만들었다. 영화에서는 다 나오지 않았지만 이들을 막 대하고 최고의 효율을 위해서 비윤리적인 행동을 행한 딜린저의 결말은 결코 좋지 않을 테지만 이어질 이야기에서 어떻게 이걸 풀어나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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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론 시리즈는 앞서 많은 실패를 겪었다. 그런 부담감을 가져서인지 무게를 많이 덜고 대중적인 서사로 이어지게끔 만든 것 같다. 그래서 트론 시리즈와는 잘 이어지지 않은 영화라고 해야 할까. 다음 시리즈를 위한 도약으로 쓰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미래를 차지하기 위한 기술 선점'과 그와 관련된 윤리성은 인공지능과 관련된 영화에서는 단골로 등장하는 주제다. 이러한 주제는 우리에게 아직 찾아오지 않은 미래이자 현실의 불안감을 가득 담고 있기에 결코 식상하지 않다. 하지만 영화는 화려한 이미지에 비해 다소 이야기의 전개가 아쉽다. 특히 주인공의 능력을 부각하기 위해 빌런의 능력이 너프 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 과정이 주인공이 월등하게 뛰어나다고 인식하지는 못하게 만들었다. 비효율적인 AI의 모습은 완벽한 프로그램이라는 기존 설정에 의문을 남기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영화가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영원함은 언제나 불완전함을 내포한 비영속성을 띄고 있다는 모순이다. 아레스라는 완벽한 프로그램이 인간적인 공감 능력을 얻어 통제 불가능하게 진화하는 모습이나 아테나가 인간의 통제를 넘어서 폭력적인 행위를 보이는 모습은 창조주가 만든 완벽함 속에 내재된 불완전성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이 더욱 깊이 고민해야 할 창조와 통제의 영원한 딜레마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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