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내가 아니라면 당신과 함께할 수 있을까.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리뷰

by 민드레


1995년작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를 보면 마치 술에 취한 것 같다. 한껏 술에 취해 헤실헤실 웃다가 눈떠보면 익숙한 천장이 보이고, 목이 말라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며 주변을 두리번거리지만 아무도 없음에 허무해지는 기분이 드는 것처럼. 어제의 왁자지껄했던 꿈같은 일이다. 한밤의 시끌벅적함과 집의 적막이 선명하게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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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벤


한때 영화 시나리오 작가였지만 모든 것을 잃고 삶을 포기한 채 라스베이거스로 향한다. 자기 연민의 대가이기도 하다. 영화 대부분에서 술에 취한 상태이기에 그에 대해서 제대로 알 수는 없었다. 아내가 떠나 술을 마시게 되었는지, 술을 마셔서 아내가 떠나게 된 것인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해고된 후 라스베이거스로 향했고 그곳에서 술에 취해 죽는 것을 목표로 모든 것을 정리한다. 하지만 라스베가스라는 화려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현실은 그의 비극 주인공 코스프레를 너그럽게 받아주지 않는다. LA의 사교계에서나 통했을 법한 가식적인 매너와 능글맞은 농담은 '무례' 그 자체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우연히 세라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벤에게 있어서 세라는 '천사'같은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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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세라


그녀는 몸을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 LA에서 이곳으로 온 이유도 돈을 많이 벌기 위함이지만 그 돈은 고스란히 포주에게 간다. 그녀는 외로움과 고독에 파묻혀 살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벤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전에는 느껴본 적 없는 특별한 감정이 벤에 빠져들게 만들었던 걸까. 그렇게 벤이 말한 '술 먹지 마'라는 말을 철저히 지키며 관계를 유지했다. 처음에는 좋았다. 하지만 벤의 알코올 중독 증세는 그가 말했듯 변칙적이었고 예상하지 못할 만큼 문제를 일으켰다. 또한, 세라의 매춘 사업에도 지장이 생기며 두 사람의 관계에도 조금씩 균열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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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서로의 상태, 상황에 대해 조금은 아는 상태에서 만났다. 사랑하는 동안, 솔직해 보였지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허물을 덮었다. 그 허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형체를 보이기 시작했다. 남자는 '술'을 버리지 않았고 여자는 '성매매'를 버리지 않는 그 시점부터 결말은 정해져 있었던 거다. 여자가 더 좋아하기도 하고 여자가 놓으면 끝나는 관계였기 때문이다. 두 사람모두 사회에서 좋지 않은 시선은 물론 인정받지 못할 떳떳하지 못한 행위를 하고 있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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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는 벤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가슴이 아플 정도로 필사적으로. 그래서 자신을 아끼지 않고 모든 것을 내어줄 정도로 사랑했다. 끝이 정해진 사랑의 시간에 최선을 다해 사랑했다. 하지만 함께 할 수 없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았다.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던 벤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싶었던 거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위에서 언급했듯 두 사람은 말하지 않았을 뿐이지 변하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그것이 되지 않자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견딜 수 없는 고독을 사랑한다는 마음으로 착각한 건 아닐까. 슬픔이 집어삼킨 남자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 여자의 사랑은 그렇게 끝나고 말았다. 사랑했기 때문에 떠날 수밖에 없었고, 이해했기 때문에 끝까지 함께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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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뒤의 회상으로 이야기를 잇는 연출이 인상 깊었다. 그들의 결말을 예상할 수는 있었으나 이 정도의 절망과 비극이 나를 집어삼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부터 진입장벽이 느껴졌다. 이 영화보다 훨씬 최신작품이지만 자기 연민에 빠져 마음을 갑갑하게 만들었던 <푼돈 도박꾼의 노래>가 생각났다. 술에 찌들어 사는 알코올 중독자, 술만 마시면 말 가릴 줄 모르고 생각나는 대로 내뱉는 그의 모습에 경악을 감출 수 없었다. 스트립쇼와 노골적인 성적 묘사, 끝없이 반복되는 음주 장면들 역시 조금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서야 그러한 장면들은 이들의 사랑을 표현하기 위한 곁가지였을 뿐임을 깨닫게 된다. 이 영화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고독과 외로움, 그것을 끌어안은 사랑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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