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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Jun 24. 2022

가장 먼 곳에서 느끼는 아늑함.

영화 <그랜마> 리뷰


연인과 헤어진 날 아침, 손녀 세이지가 찾아와 임신 중단 수술을 위한 돈을 빌려달라고 찾아오지만 엘이 가진 돈은 43달러뿐이었다. 당장 오늘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소식에 돈을 마련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잠깐의 외출에도 찾아오는 불합리한 모습을 마냥 지켜만 보지 않는 엘의 거침없는 분노가 때론 무례하게 비치기도 하지만 방관 없는 당당함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강한 외면과는 달리 조금씩 불안정한 엘의 마음은 6개의 에피소드와 자신과 연결되어 있던 사람들로 인해 조금씩 단단한 마음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했다.

   


철저히 자신에 대해서 부정했던 시간을 지나 자신으로 당당한 현재의 모습이 세이지와 함께하는 여정에서 서서히 드러난다. 처음에는 마냥 불친절하고 퉁명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세이지와 함께하는 시간 동안 느껴지는 따뜻함이 인상적이었고 뭔가 죄책감을 느끼고 있던 세이지에 당당함을 불어넣어 주는 모습을 보며 왠지 나도 힘이 났다. 특히 세이지의 임신에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던 녀석을 혼내주는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폭력의 순간이든, 대화를 통한 재회의 순간이든 남은 평생 매일 한 번쯤은 생각하게 될 일을 인정하는 자세를 잘 드러낸 영화였다. 어른의 모습이 완벽함을 갖추기도 어렵겠지만 자기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어 불안감보다는 단단함을 가진 사람이 어른의 모습이라는 것을 분명히 드러낸다. 회피하고 싶었던 순간을 당당히 마주하는 엘의 모습을 통해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움을 채워가고 있었다. 우리가 보통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조금 다른 부분도 있을 수 있지만 불안정한 모습도 어른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낙태 시술소가 있었던 곳에는 카페가 들어서고 그곳에서 낙태라는 말을 했다는 것만으로 그 공간에 있을 수 없게 하고, 함께 책임을 져야 할 이는 책임을 회피한다. 또, 낙태 시술소 앞에 있는 여자가 낙태를 반대하는 시위를 펼친다. 그리고 이런 상황들이 모여 홀로 남는 여성을 홀로 걸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끌지만 영화의 상황과 엘은 그 상황에 젖어들지 않고 같이 걸어나간다.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정상에서 정상을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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