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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Jul 06. 2022

내 안의 벌새,  끊임없는 날갯짓 속의 따스함

영화 <벌새> 리뷰


영화 리코더 시험과 벌새의 이야기는 똑같은 구조의 복도식 아파트에서 시작된다. 마치 그때의 은희가 성장한 것처럼 이어져 오는 듯한 모습에 영화에 대한 몰입감을 더한다.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어른들의 피곤한 삶에 우리의 중요한 것들은 가려져있다. 뭐가 그리도 중요한지 '은희'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관심이 없는 모습이다. 끊임없는 어두움으로 인해 헤어나올 수 없는 현실이 끊임없이 다름을 동경하게 만들지만 자신의 올곧은 힘으로 끊임없이 날아오르는 벌새, 은희의 모습을 조명한다. 평범하지만 나 자신에게만큼은 특별한 순간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당신도 나도 그렇다고 말하며 끊임없는 날개짓을 펼쳐본다. 당신의 벌새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여름처럼 그리 끈끈하지도 않지만 겨울처럼 그리 쌀랑하지도 않은 가족 사이는 지워지지 않은 관념 탓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현실과 타협하기는 누구보다 쉽지만 세상과 맞서기는 어려운 탓일까. 다른 공간에 있는 것처럼 아빠를 중심으로 일방적인 소통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아빠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들의 소통방식 속에서도 쌍뱡향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서 찾아오는 허탈함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분리될 수 없는 생활공간 속에 대화하고 싶지 않아도, 마주치고 싶지 않아도 마주해야 하는 순간이 길어지고 지속될수록 일정한 파열을 만들어내어 현실과 타협하기는 쉽지만 맞서기는 어려워 복종하는 수많은 은희들을 스쳐지나간다.



은희는 익숙한 이에게 위로를 받지만 전혀 모르는 타인으로부터 위로를 받으며 모르는 타인을 마음에 들이지만 그들은 마음을 주고받고 또 함께하는 순간 이들은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아니 어쩌면 갑작스레 변하며 밀려난다. 하지만 그런 순간을 겪고 난 모든 이들은 자신을 사랑해주길 바라지만 자신에 대해서 말하기 어려워하는 은희도, 사라질 것 같았던 수희도,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던 영지도, 눈물 흘리지 않을 것 같았던 아빠도 오빠도, 조금씩 변하게 한다. 하지만 계속되는 절망 속, 사소한 시간이 계속 지나가고 끊임없이 희망을 갖게 한다.



다시 문을 열고 어두운 집안으로 들어가는 밝은 밖과 달리 집안은 어두운 그런 공간에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는 이들은 아플 때, 부모님이 자신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빛으로 슬픈 기억을 미화시키지만 소소한 일탈로 알 수 없는 길로 나아간다. 잘못 찾아간 902호 앞의 은희는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반응이 돌아오지 않는다. 자신이 싫으면서도 타인에게 사랑받고 싶은 은희는 사회의 일보다 자신의 주변이 전부일 수밖에 없었다. 미래를 꿈꾸지만 현재를 죽이라고 세뇌받는 환경으로 인해 남 탓보다는 자신의 탓을 반복하며 내 안의 벌새를 끊임없이 누르고 또 누른다.      



선생님은 자기가 싫어진 적이 있으세요?
응 많아 아주 많아 자기를 좋아하기 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아.
나는 내가 싫어질때, 그냥 그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해 아 이런 마음들이 있구나 나는 지금 나를 사랑할 수 없구나 하고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던 은희는 선생님의 따뜻함으로 인해 주변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고 성수대교 붕괴라는 큰 사건으로 더욱 큰 변화를 맞이한다. 좋아하는 것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사라지고 잔잔한 것 같으면서도 계속해서 일어나는 사건 속에 개인이라는 존재는 한없이 작지만 이별 후의 우리 모습은 그 누구보다 단단했던 이들을 기억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날아갈 방향을 자신의 힘으로 선택하여 죽음을 향해 나아가지 않고 고통스러움 속에서 아름다움이 내 안에서 끊임없이 날갯짓을 펼치는 벌새였음을 깨닫는다.


어떻게 사는게 맞을까 어느 날 알 것같다가도 정말 모르겠어 다만 나쁜 일들이 닥치면서도 기쁜 일이 함께한다는 것 우리는 늘 누군가를 만나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 세상은 참 신기하고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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