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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Jun 30. 2022

어른은 아이를 아이는 어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순간

영화 <컴온 컴온> 리뷰


라디오 저널리스트인 조니는 오랫동안 만나지 않던 동생 비브의 부탁으로 9살 조카 제시를 돌보게 된다. 생각했던 것만큼 쉽지 않은 육아에 지치는 순간이 훨씬 많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그렇게 이 매듭은 꼬이고 또 꼬이고 풀리는 듯하다가 또 꼬이는 과정을 반복하다가 결국은 풀리는 지점을 발견한다. 조니가 제시를, 제시가 조니를 성장하게 만드는 지점에 도달했을 때 찾아오는 편안함은 온갖 색으로 뒤덮여 있는 이 세상에 흑백을 끼얹었기 때문일까, 흑백 안의 색채를 찾는 어려움보다 훨씬 쉬운 과정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가까울수록 보이지 않는 것들이 조니와 제시의 마음의 거리가 멀어지면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서로의 눈을 마주 보고 나누는 대화를 통해 이때껏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를 꺼내어 흩어진 생각을 모아 담는 과정을 거친 후 틀에 갇힌 '정답’을 제시하지 않고 '답’으로 갈 방법을 제시한다. 제시가 말하고 매일 아침 트는 노래는 조니에게 있어서 귀를 따갑게 만들고 틀지 않았으면 하는 소음이었다. 하지만 제시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진정한 교감을 끌어낸다.



서로 낯설기만 했던 뭔가 다른 조니와 뭔가 다른 제시가 맞닿아 자신들만의 교감의 소리를 만들어내어 제시는 어색하기만 했던 감정들을 표현하고 조니는 억눌려 있었던 감정을 드러낸다. 그리곤 아이와 교감했던 모든 사람이 함께하여 가족이라는 단어 자체가 무색해질 정도로 가족의 범위를 넓힌다. 그리고 모두 함께한 기억들이 일부의 기억이 되어 새로운 기억으로 덧칠해지더라도 한 사람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에서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기꺼이 내어 주는 어른 같은 영화였다.



한 사람만의 이야기로 이루어지지 않은 영화와 이 모든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합쳐 흑백영화만의 색채가 가득하다. 특히 이 영화는 눈 깜박하는 사이 자라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빼놓지 않고 전달하여 통제의 대상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본다. 이런 올곧은 시선은 어른과 아이의 대화가 아닌 사람과 사람 간의 대화의 순간을 그대로 담아낸다. 단순한 구조가 아니라 더 어려웠지만 이렇게 따뜻한 교감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짧지만 굵직한 주문 하나가 마음에 와닿아 나의 생각, 감정, 영혼까지 훑는다.


컴온 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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