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난 집

동서문학21: 당신은 그곳의 바람을 모른다 2025 동시 부문 수록

by 포공영

네모난 집



별빛마저 시린 겨울밤

큰곰 작은곰 한데 웅크려 자는 지하보도


겨드랑이에 종이 상자를 낀 북극곰이

어슬렁어슬렁 모습을 드러낸다


잘게 자른 노끈과 책송곳으로

종이 상자를 요리조리 꿰어

차가운 대리석 바닥 위에 네모난 집을 짓는다


흡사 무덤 속 할아버지 관처럼 생긴

사각의 그 집은

곰 한 마리 누우면 만족스러울 시각


사각사각

사각의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가

누런 지붕을 덮고 누운 북극곰


상자 속 비밀의 문을 열고

별빛도 따스한, 먼 우주로 여행을 떠난다


길 잃은 ‘봄’을 데려오려고



<동서문학21-당신은 그곳의 바람을 모른다>(몽트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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