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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월 Jan 16. 2023

만두 빚기

ㅡ일상이 수행이다

올해 들어 두 번째로 만두를 빚었습니다. 열흘 전에 빚었던 만두를 또다시 빚게 된 거지요. 그전까지 언제 빚을까 때를 보고 있었는데, 아들이 덜컥 코로나에 걸렸습니다. 몸에 열이 나고 목이 칼칼하다고 호소하여 진료를 받았는데 영락없이 코로나였습니다.


그날부터 아들은 격리에 들어갔습니다. 방에서 나오지 못하게 되었지요. 답답하고 죽을 맛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케어를 하는 쪽에서도 문제가 생겼습니다. 격리하는 동안 무엇을 먹일까가 걱정이 된 것이지요. 하루 세끼를 꼬박 준비해야 했으니까요.


환자를 위해 두고 먹을 음식이 뭐가 있을까 궁리하다가 아무래도 만두만 한 게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환자뿐 아니라 가족들 모두가 좋아하는 데다 일단 빚어 놓으면 그때그때 상 차릴 때 요긴하게 쓸 수 있어서입니다. 그렇게 생각이 모아지자 만두를 다시 빚게 되었습니다.


오전에 운동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백화점 마트에 들렀습니다. 만두피와 물기를 뺀 두부, 당면, 부추, 만두소에 들어갈 곱게 간 돼지고기를 샀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당면을 삶고 부추를 썰고 냉장고에서 묵은 김치를 꺼내 잘게 썰고 다졌습니다. 다진 김치를 삼베 자루에 담아 김칫국물을 짜냈습니다.


그런 다음에 준비한 재료를 김치와 함께 버무렸습니다. 그 위에 참기름, 후추, 소금, 계란 노른자를 넣고 골고루 뒤섞었습니다. 위아래, 옆으로 여러 차례 치대면서 손으로 조물거렸습니다. 나중에 김치가 적은 것 같아 김치 한 포기를 썰고 다져 통에 넣었습니다.


식탁에 앉아 만두를 빚기 시작했습니다. 만두피 한 면에다가 흰 계란자를 숟가락으로 떠서 묻히고 적당량의 만두소를 올린 후 위아래를 겹쳐 조물조물 누르고 양쪽 끝을 안으로 말아 붙였습니다. 만두피를 붙이면서 계란 휜자위를 묻혀 또다시 눌러주었지요. 만두 모양새가 만들어지면 안쪽으로 접을 때 벌어지는 걸 살펴보고 벌어지면 꼼꼼히 눌러주었지요.


처음 만두를 빚었을 때 만두 모양이 형편없었습니다. 한마디로 못 생긴 만두였지요. 하지만 빚으면 빚을수록 모양이 반듯하고 예뻐졌습니다. 과장해서 말하면 흠잡을 수 없을 정도로 균형미가 돋보였습니다. 모양도 균일화되었지요. 반복의 힘은 언제나 위대한 법이지요.


그렇게 빚은 만두로 만둣국을 끓였습니다. 만둣국을 끓여 보면 만두가 심심한지 짠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만두소에 돼지고기가 들어가므로 만둣국을 끓여 보기 전까지 간이 잘 되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처음에는 강한 불로 끓이다가 불을 조금 낮춰 몇 분간 더 끓이면 만둣국이 완성됩니다. 만두가 물 위로 동동 떠오르면 다 되었다는 표시입니다.


국자로 한 사람 당 만두 다섯 개씩 떠서 그릇에 담았습니다. 시식했더니 전날에 빚은 맛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김치 맛이 오롯이 나는 게 향이 입에서 감돌았습니다. 이구동성으로 다들 맛있다고 합니다. 이만하면 성공입니다.


만두는 만들기까지 손이 많이 갑니다. 또 의자에 앉아 몇 시간 동안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는 게 큰 고역입니다. 고문이 따로 없습니다. 그렇지만 만두 맛을 보면 그 수고로움은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그 망각이 또다시 만두를 빚는 걸 마다하지 않게 됩니다. 만두 빚기는 수행과 닮았습니다.


#만두빚기

#일상이수행

#명상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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