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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월 May 05. 2023

인생은 함께 추는 댄스

수행이 필요해


치킨 게임이란 말을 들어보셨나요? 뜻을 알면 무시무시하여 소름이 돋을 정도입니다.  양쪽에서 자동차가 전속력으로 달려옵니다. 어느 한쪽이 피하지 않으면 정면충돌이 불가피합니다. 충돌로 인한 파국은 둘 다 죽음입니다. 치킨 게임은 그걸 뻔히 알면서도 겨루는, 죽기 살기로 덤비는 원시적 방식입니다.


이때 겁을 먹은 한쪽이 자동차 핸들을 꺾는 순간 승패는 결정이 납니다.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고 약자는 패배자, 즉 루저가 됩니다. 이 게임 방식은 아무나 쓰는 카드가 아닙니다. 주로 힘 있는 자들이 쓰는 재수 없고(?) 오만한 전법입니다.


이 전법은 다른 방식의 해법이 있음에도 거부하는 비타협적 방식입니다. 자신의 힘만 믿고 해 볼 테면 해보라식 막가파 방법입니다. 충분히 대화로 풀 수 있는 데도 이런 선택을 고집하는 데에는 인내심이 부족하거나 상대에 대한 무시, 그리고 하늘을 치솟는 오만함이 깔려 있습니다.


이 방식은 힘을 합쳐 서로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법을 찾지 않는다는 점에서 폭력적입니다.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점에서 비열한 술수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힘이란 돈과 권력입니다. 사회정의, 공정이란 이름으로 이 힘의 행사를 막아보려 하지만 안타깝게도 번번이 실패합니다. 이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것은 사회적 약자입니다.

 

치킨 게임은 극한 대결의 상징입니다. 승자 없는 싸움이거나 승자독식의 싸움입니다.  타협이나 협상이 발 디딜 틈이 없다는 점에서 절망적입니다. 이 나라 국민 대다수가 실망하여 신문이나 텔레비전 뉴스 보기를 기피하는 요인입니다.  


하인츠 야니쉬가 글을 쓴 그림책 <다리>는 이에 대한 해법을 탁월하게 제시합니다. 다분히 비유적인 형식이지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작금의 대결 구도에 한 줄기 빛을 던져줍니다.


계곡과 계곡 사이에 다리가 하나 걸려 있습니다. 어느 날 커다란 곰과 거인이 다리 한가운데에서 맞닥뜨렸습니다. 다리가 너무 좁아 둘이 동시에 지나갈 수가 없습니다. 그 사실을 아는 곰은 으르렁거리며 거인에게 먼저 길을 비키라고 소리칩니다. 이에 질세라 거인도 꼼짝 않고 버팁니다.


둘은 해결책을 ‘찾아아겠군,’ 하고 말은 하지만 양보할 생각은 추호도 없어 보입니다. 대신 상대의 성미를 건드립니다.

“네가 강물에 뛰어들면 내가 먼저 지나가는 거야.”

“네가 먼저 뛰어들지 그래!”

둘은 서로를 한참을 노려봅니다.


이때 거인이 곰에게 제안을 합니다.

“나는 널 붙잡고, 너도 날 꼭 붙드는 거야. 그러면 둘 다 안 떨어질 수 있어. 그런 다음 함께 몸을 돌리는 거지.”

거인의 말에 곰은 “좋아”라고 하며 수락합니다.

곧 거인과 곰은 흔들리는 높은 다리에서 서로를 껴안은 채로 몸을 조금씩 돌립니다.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보입니다. 춤추기를 마친 둘은 무사히 다리를 건넙니다. 그런 뒤 서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자신의 길을 갑니다.


살면서 한두 번 외나무다리에서 곰과 거인이 되어  적이 있을 겁니다. 정말이지 난감하기 짝이 없는 상황인 만큼 무척  곤혹스러웠을 겁니다. 그때 어떤 방식으로 위기상황을 해결하셨나요?


그림책에서 보여준 곰과 거인의 춤은 여러 번 생각해도 참신하고 현명합니다. 서로 한 몸이 되어 욕구를 충족시키는 춤추기 방식. 이만한 해법이 또 있을까요? 힘 겨루는 방식이 아닌 힘을 합치는 방식은 언제나  아름답감동적입니다.


서로가 살고, 살리는 방법을 찾는 과정은 성숙한 의식을 가진 사람의 의무이자 특권입니다. 반대로 승자독식의 사회는 불안하고 위험합니다. 사회가 가져야 할 건강을 해치고 뒤따르는 부정적인 후과는 쉽게 가시지 않습니다.


혼자 추는 춤은 현란합니다. 같이 추는 춤은 신명이 납니다. 그리고 공명이 주는 진한 감동이 있습니다. 우리네 삶도 그렇습니다. 삶은 함께 추는 댄스입니다.



#삶은함께추는댄스

#그림책_다리

#치킨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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