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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월 May 12. 2023

소통의 부재가 부른 비극

그림책으로 글쓰기


커뮤니케이션의 라틴어 어원은 나누다, 공유하다, 공통점을 찾다, 입니다. 한마디로 커뮤니케이션은 물질뿐 아니라 생각과 감정, 신념 등을 나누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다른 사람과 잘 나누는 사람은 소통의 달인이요, 그렇지 못한 사람은 불통의 달인입니다.


다른 사람과 소통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은 성격적인 문제와 같은 몇몇 요인을 제외하면 대개 인색합니다. 인색한 사람은 다른 사람과 나누는 기쁨을 모릅니다. 더불어 사는 것에 가치를 두는 존재론적인 삶을 살기보다는 자기중심적인 소유론적 삶을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마음이 열려 있다기보다는 닫혀 있습니다.


소통을 못하는 사람은 움켜쥐는 것에 능합니다. 물질이든 정보든 남과 공유하기보다는 혼자 독차지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 두 가지는 권력이기에 더 그런지 모르지만, 이러한 비대칭은 조직과 공동체에 갈등을 불러옵니다.  


그래서 사람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소통능력이 제로라면 그 사람의 능력은 제로라고 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만큼 남과 나누는 소통정신이 매우 중요하다는 표현입니다. 협업의 가치가 중요하게 평가되는 사회적 상황에서 소통능력은 다른 어떤 능력보다 높이 평가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소통의 수준이 점점 낙제 수준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 하락 수준은 공존보다는 대결과 갈등을 불러오게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젊은 남성과 여성, MZ세대와 기성세대의 불통은 단절을 넘어 혐오로 치닫고, 정치판의 진영논리는 SNS상에서 진흙탕 싸움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작금의 불통 상황을 만드는데 기여한 사람들의 의식은 켄 윌버의 ‘의식의 스펙트럼’ 관점에서 보면 낮은 의식에 속합니다. 소유와 생존, 헤게모니를 쟁취하려는 의식 수준을 견지하는 한 성숙한 의식과는 거리가 멀어집니다. 말로는 상생과 통합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대결구도를 만들어 이익을 보려는 게 이들의 의식을 지배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낮은 의식의 부류들이 판치는 사회는 아무래도 불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흑백의 대결 구도는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고 이 싸움에서 진 쪽은 루저로 전락합니다. 무엇보다도 이런 대립과 갈등은 이 사회에 필요한 가치를 매장시키고 토양을 황폐화시킵니다. 우의와 협력, 공존과 통합 같은 건강한 가치가 발을 붙이지 못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폐해의 끝은 안으로부터의 공멸을 불러올 뿐입니다.  

     

아민 그레더의 그림책 <섬>은 이 명백한 불행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이 섬의 사람들은 외부인을 지나치게 경계한 나머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지키려고 높다랗게 벽을 쌓아 올립니다. 그 벽은 점점 높아져 거대한 철옹성을 방불케 합니다. 외부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원인이지만 이 공포가 지나쳐 고립과 단절을 초래합니다. 철저하게 외부와 단절된 섬의 미래는 절망적입니다.  


모든 게 연결돼 있고 상호의존적인 자연생태계에서 단절과 고립은 죽음을 의미합니다. 멸절에 이르는 길이지요. 인간 세계도 이 법칙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소통이 사라진 세계는 수용을 거부하고 배타적이 되며, 불가피하게 피의 희생물을 양산합니다. 그리고 지독하리만치 냉혹한  독재의 길을 밟게 됩니다. 인류의 역사는 이를 증명하는 사례들로 넘쳐납니다.  


개인도 다르지 않습니다. 자기 노출을 꺼리고, 나누려고 하지 않는 한 불행한 삶을 게 됩니다. 눈이 멀고 바보의 벽을 쌓게 되면 필연적으로 진실을 왜곡하게 됩니다. 점점 더 높은 성을 쌓게 되고 고독한 섬처럼 남겨지는 수순을 밟게 되지요.   


그림책 <섬>은 우리 사회의 모습과 불행하게도 닮았습니다. 이념으로 편 가르기를 하며 무한대의 불신의 성을 쌓고 있으니까요. 소통의 부재, 나눔의 부재는 비극의 예고편입니다. 우리 사회가 개인의 경험, 신념, 논리가 자유롭게 넘나들 수 없는 철옹벽이 되지 않도록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숙제입니다.


섬은 누구나 찾고 싶은 낭만적인 곳입니다. 그러나 소통과 교류가 없다면 섬은 지옥일 뿐입니다.  



#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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