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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월 May 10. 2023

가성비 높은 치유제

그림책으로 글쓰기


부모라면 아이가 밤새 우는 바람에 잠을 설친 경험이 있을 겁니다. 한숨도 못 잔 날은 이튿날 출근이 버겁기도 했을 터입니다. 특히 아이가 우는데 왜 우는지 모를 땐 속이 새까맣게 타기도 하지요. 초보 부모의 애환입니다.


점차 육아상식도 늘고 아이에 대해 알아가면서, 우는 건 아이의 솔직한 자기표현 방식임을 이해하게 되지요. 우는 소리의 질로 아이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차리게 됩니다. 아이가 자신에게 일어나는 변화를, 또 필요한 것을 울음으로 전달하는 걸 보면서 아이들은 꽤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자원을 가진 천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의 울음을 소재로 한 그림책이 있습니다. 나카가와 히로타가가 글을 쓰고, 초 신타가 그림을 그린 <울었어>라는 그림책입니다. 우는 것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게 해 준 책입니다.


그림책의 주인공은 매일 한 번씩 웁니다. 넘어져서 울고 부딪혀서 웁니다. 싸워서, 혼나서, 약이 올라서 웁니다. 반대로 기뻐서 울고 헤어져서 웁니다. 또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게 되었다고 눈물을 흘립니다.

 

이렇게 매일 울던 아이가 어느 날 의문을 하나 품습니다. 왜 어른들은 울지 않을까? 아이는 한 번도 울지 않는 부모를 보며 궁금증을 키워나갑니다.


어느 날 아이는 엄마와 함께 자다가, 엄마의 눈물이 베개를 적시는 걸 목격합니다. 아이는 엄마에게 묻습니다. 울고 있는 거냐고. 그러자 엄마는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엄마의 울음을 가까이에서 보았음에도 아이는 질문을 멈추지 않습니다.  

“나도 크면 울지 않게 될까?”


아이의 질문처럼 어른들은 왜 울지 않을까요? 아이일 때 쓰던 꽤 쓸만한 수단을 왜 폐기한 걸까요? 아마도 눈물을 흘리는 건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이유가 가장 크겠지요. 눈물은 아이들의 전유물이고, 어른이 되면 그것을 졸업해야 한다는 묵시적인 계율을 은연중 지켜야 하기 때문일까요?


그로 인해 눈물은 참아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나약함의 표시’로 읽혀 자신도 모르게  내면을 억누르는 금기어가 된 걸까요?


한편, 암 전문의 이병욱 박사는 눈물과 치유의 관계를 오랫동안 연구한 의사입니다. 그의 말을 빌리면 어른이 되어도 눈물을 흘려야 한다고 합니다. 눈물은 흘리면 흘릴수록 건강해진다는 게 그의 지론입니다.


그는 특유의 눈물건강법으로 암을 치료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박사에게 눈물은 사람의 힘으로 불가능한 치료를 가능케 하는 ‘신이 내린 자연치유제’입니다. 눈물을 많이 흘릴수록 암치료에 도움이 된답니다. 그는 이렇게 당부합니다. 눈물을 억누르지 말고  많이 흘리라고.

  

눈물을 흘리는 횟수를 조사했더니 한 달에 여성은 평균 5.3회, 남성은 평균 1.4회라고 합니다. 여자가 남자보다 약 4배나 많이 눈물을 흘립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생리구조상 남자가 여자보다 눈물을 많이 흘리도록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남자의 눈물샘 꽈리가 여자의 것보다 커서 한 번 눈물을 흘리면 더 많은 양을 흘리게 된다는 것이죠. 또 남성 호르몬은 눈물 분비를 늘리고 눈물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치유작업은 몸과 마음을 옥죄고 억눌러왔던 것을 배출하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바깥으로 나가야 할 부정적인 에너지가 안에 고여 있으면 신체화 현상이 일어납니다. 따라서 치유를 하려면 우선 몸과 마음에 고여 있는 에너지를 빼내는 게 순서입니다.


우리가 시를 큰소리로 낭송할 때, 상담 과정에서 자신의 아픔과 상처를 드러낼 때, 노래방에서 고래고래 소릴 지르며 노래할 때 후련해지는 기분을 경험합니다. 그런 것처럼 눈물을 흘리는 행위 또한 고여 있는 독을 바깥으로 내보내 줍니다. 웃음치료, 눈물치료가 다 이를 근거로 마음을 정화합니다.

 

솔직히 나는 눈물이 많습니다. 자주  눈물을 흘리는 편입니다. 다른 남성들과 비교해보진 않았지만, 횟수론 아내보다 더 자주 흘리는  확실합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그럴만한 장면이 나오면 어김없이 훌쩍거립니다. 물론 소리 없는 눈물일 때가 많습니다.


어떨 때는 같은 영화를 서너 번 보고도, 그때마다 똑같은 장면에서 눈물을 흘립니다. 내가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입니다. 아직도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전에는 그 사실이 금기를 어기는 것 같아 부끄러움이 앞섰습니다. 이제는 담담히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눈물이 주는 치유 효과를 활용하는 기회로 삼습니다.


전보다 눈물을 흘리는 것에 관대해졌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남자의 눈물에 대해선 못마땅한 시선도 없진 않습니다.


바라건대, 남자가 눈물이 많다고 하여, 눈물을 자주 흘린다고 하여 눈치 주지 마시길. 그건 남자가 눈물쌤 꽈리가 크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그 순간 자신의 감정을 밖으로 빼내는 치유 작업을  하고 있다는 걸 이해해 주시길. 


눈물은 신이 내린 자연치유제이도 하지만 돈이 적게 드는 가성비 높은 치유제이기도 합니다.


#눈물

#울었어

#자연치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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