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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월 May 09. 2023

유쾌한 산책을 계속하려면

그림책으로 글쓰기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 곧 나를 이롭게 한다는 자리이타는 불교의 가르침입니다. 이 가르침은 남을 위한 베풂과 보시가 나의 복이 된다는 뜻입니다.  


자리이타는 대야의 물을 한쪽으로 밀어내면 그 물이 곧바로 원래 위치로 돌아오는 것과 같습니다. 똑같은 행위를 반복해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쪽으로 미는 물이 보시라면 되돌아오는 물은 복입니다. 보시가 곧 복인 셈입니다.


<금강경>에서는 도움을 줄 때 대가를 바라면 유위복, 대가를 바라지 않으면 무위복을 가져온다고 합니다. 둘 다 복 받는 일이지만, 대가 없이 주는 것을 더 바람직하게 칩니다. 당연히 돌아오는 복락의 크기도 차이가 큽니다.   


이렇듯 불교에서는 남을 돕는 일이 자신을 돕는 일이며, 대가 없이 베풀수록 더 큰 복을 받게 된다고 말합니다. 기독교 성경에서도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 또한 같은 이야기입니다. 바라는 마음 없이 주는 행위의 미덕을 최고로 여깁니다.  


심리학에서도 받을 때보다 줄 때가 더 행복하다고 합니다. 주는 기쁨이 받는 기쁨보다 크다는 겁니다. 그러니 행복을 바란다면, 복을 얻고 싶다면 주는 일, 돕는 일에 마음을 써야 합니다.  


그림책 <고릴라왕과 대포>에서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고릴라왕이 깨우친 것도 이 이치입니다. 비록 자신의 선행으로 얻게 된 깨우침은 아니지만 자기 안에 자리한 선한 본성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의미가 적지 않습니다.


원숭이 나라에 사납기로 유명한 고릴라 왕은 뽐내기를 좋아합니다. 어느 날 왕이 이웃나라로 산책을 갔는데 아무도 반겨주지 않자 몹시 화가 났습니다.


왕은 돌아오자마자 신하들에게 큰 대포를 만들어 이웃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라고 명령합니다. 원숭이 신하들은 나쁜 짓을 하지 않은 이웃나라를 대포로 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왕의 명령을 거스를 수도 없었지요.   


난처한 지경에 빠진 원숭이들은 의논 끝에 아이디어를 냅니다. 왕의 명령은 따르되, 이상한 대포를 만들기로 합니다. 그 대포엔 포탄 대신 음식이 들어갑니다.


대포가 만들어지자 신하들은 이웃나라를 향해 펑펑 쏟아댔습니다. 이웃나라에서는 금세 큰 소동이 벌어집니다. 커다란 대포 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빵, 피자, 귤, 오렌지 따위가 한꺼번에 쏟아져 내렸기 때문입니다.  


다음날, 영문을 모른 채 고릴라 왕이 이웃나라를 정찰하러 나갑니다. 여기저기서 원숭이들이 뛰어나와 보내준 음식을 잘 먹었다며 왕을 반기며 감사 인사를 건넵니다.


전에 없던 환영에 놀란 고릴라 왕은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그 바람에 왕은 처음으로 유쾌한 산책을 즐기게 됩니다.    


권력과 권위는 모두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하지만 권력은 힘을 가질 때 생기지만 권위는 진정으로 존경하고 따를 때 생깁니다. 권력은 사람들로 하여금 따르는 척하게 만들지만 권위는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으로 따르게 합니다.   


권위를 얻으려면 도덕적으로 인격적으로 존경할 만한 무엇이 있어야 합니다. 인격이 훌륭하거나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배려심이 많거나 베푸는 걸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자리이타를 실천하는 것도 예외가 아닙니다.


지혜로운 원숭이 신하들 덕분에 고릴라 왕은 존경과 권위를 부여받았습니다. 선물을 재치 있게 하는 왕이 되었고 이웃나라의 신망을 얻었습니다. 뽐내기를 좋아하는 자신의 욕망도 채웠습니다.  


나중에 왕은 신하들이 꾸민 짓임을 알게 될 수도 영영 모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베푸니 반기더라, 존경은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도움을 주니 생기더라, 하는 깨우침입니다. 유쾌한 산책을 계속하기 위한 비결을 아는 게 중요합니다.


해프닝을 통해 고릴라왕이 자신 안에 선한 마음이 있다는 걸 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요. 그렇게 된다면 언제든 선한 본성을 꺼낼 수 있으니까요.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남을 돕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 그 선한 마음을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다면 언제든 자리이타를 경험할 수 있지요.  


원숭이 신하들처럼 왕과 자신, 이웃나라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에 못지않게 우리 안에 있는 선함을 깨닫는 경험도 필요합니다. 대야의 물을 밀었을 때 다시 돌아오는 것처럼 베풂과 복이 하나임을 아는 것은 더더욱 필요합니다.


다른 이를 이롭게 하는 건 나를 행복하게 하는 비결입니다.


#유쾌한산책

#자리이타

#고릴라왕과대포

#그림책이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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